[초점] 식품업계에 부는 지주회사 전환 바람…배경은?
[초점] 식품업계에 부는 지주회사 전환 바람…배경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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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최근 지주회사 체제를 선언한 오리온 사옥 전경 (사진 = 오리온)

샘표·크라운이어 오리온·매일유업까지…"지배력 강화·세제혜택 겨냥"

[서울파이낸스 김소윤기자] 오리온과 매일유업 등 식품업체들이 잇따라 지주회사 체제 전환을 선언하고 나섰다. 앞서 크라운해태제과와 샘표식품도 지주회사 계획을 발표했다.

이들은 핵심사업과 투자사업을 분리해 경영 효율성과 지배구조 투명성을 높인다는 목적이라고 말한다. 그런데, 왜 하필 지금 한꺼번에 지주사 전환에 나서는 걸까? 업계에서는 내년부터 지주회사에 대한 규제가 강화됨에 따라 선제적 대응 차원에서 지주사 전환을 서두르는 측면도 있다는 분석을 내놓고 있다.

23일 식품업계에 따르면 오리온과 매일유업은 지난 22일 각각 이사회를 열고 회사를 분할해 지주회사 체제 전환을 결정했다. 오리온은 기존 법인을 지주회사 오리온홀딩스로 바꾸고, 신설회사를 사업회사인 오리온으로 정했다. 분할비율은 0.34대 0.66이며 분할 기일은 내년 6월1일이다.

매일유업도 내년 5월1일을 목표로 지주회사 매일유업홀딩스로 전환하고, 신설하는 사업회사를 매일유업으로 결정키로 했다.

앞서 지난 7월에는 샘표식품이 지주회사 '샘표'와 사업회사 '샘표식품'으로 회사를 분할해 지주회사 체제로 전환했고, 10월에는 크라운제과가 식품제조 및 판매를 담당하는 '크라운제과'를 신설하고 존속하는 회사를 지주회사인 '크라운해태홀딩스'로 전환하는 방안을 결의하기도 했다.

이들 기업들은 하나같이 지주회사 전환에 대해 경영 효율성과 책임경영을 강조하고 있다. 매일유업 측은 "지주사 체제 전환을 통해 경영 효율성과 투명성을 극대화, 장기 성장을 위한 지배구조를 확립하고 책임경영 체제를 실현해 주주가치를 제고하기 위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오리온 관계자도 "지주회사 체제로 전환하면서 급변하는 국내외 식품시장에서 신속하고 능동적으로 대응할 수 있게 됐다"라며 "동시에 주식 액면분할로 투자 기회 확대 및 거래활성화 토대가 마련돼 주주가치 제고에도 큰 도움이 될 것"이라고 밝혔다.

지주회사 전환에 대한 일반적인 평가는 기업의 성장잠재력은 살리면서도 기업 가치까지 함께 가져갈 수 있다는 점에서 긍정적이다. 시장에서도 인적 분할과 함께 '본업'이 좀 더 명확하게 드러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 표 = SK증권

실제 오리온 홀딩스는 신규 F&B 비즈니스로 시장 확대를 위한 투자 업무에 집중하고, 오리온은 15개 해외 제과사를 자회사로 편입해 아시아 제과사업 확장에 집중할 계획이다.

매일유업 또한 매일유업홀딩스가 제로투세븐, 엠즈씨드 등 매일유업을 제외한 나머지 자회사를 거느리게 되며, 기존 매일유업은 유제품 개발·생산·판매사업에만 집중할 것으로 보고 있다.

다른 한편, 업계에서는 최근 기업들이 이처럼 지주회사 전환 작업에 속도를 내는 이유와 관련해 내년 7월부터 바뀌는 공정거래법이 '규제강화' 내용을 담고 있기 때문이라는 관측이 나오고 있다.

실제로 현재 1000억원인 지주회사 자산 요건이 내년 7월부터 5000억원 이상으로 강화된다. 특히, 지주회사 전환을 통해 오너들은 기업 지배력을 강화할 수 있게 된다. 공정거래법상 지주사로 전환하려면 지주사는 상장 회사의 20%, 비상장 자회사의 지분 40%를 보유해야 한다. 이 과정에서 오너들은 사업 회사 주식을 지주 회사에 내주고 지주회사 주식을 받아오는 현물출자나 3자배정 유상 증자 등으로 지분율을 높일 수 있다.

지주회사 전환 과정에서 얻게될 세제 혜택을 노리고 있다는 분석도 나온다.

현재 중견기업들은 지주회사 전환 과정에서 대주주가 자회사 지분을 매입할 경우 취득세가 면제되는 등 각종 세제 혜택을 받을 수 있다. 또 지주회사 전환과정에서 주식을 교환할 때 발생하는 양도소득세는 주식을 매각할 때까지 내지 않아도 된다.

이에 공정위 측은 "최근 기업들이 지주회사 전환 기준이 바뀌는 데다 그 과정에서 발생하는 양도소득세 등 각종 절세 혜택에 대해 일부에서 문제제기가 있다"면서 "이에따라 지주회사 전환을 서두르는 감이 있다는 말이 많이 나오지만 이는 추측일 뿐"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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