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미 FTA 대차대조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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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무현 대통령이 또 입을 열었다. 이번엔 13일 국무회의 석상에서 협상 막바지에 이른 한미FTA 체결 문제에 대해 우리측 협상단에 유연성을 부여하는 한마디를 했다. 우리 이익이 없으면 안할 수도 있다, 미 의회가 미국 정부에 부여한 신속협상권 시한을 넘길 수도 있다 등 이제까지 미국쪽 압박 카드가 돼왔던 여러 문제들에 대해 미국 페이스에 말려들지 말 것을 주문하는 내용들이었다.
물론 그 말을 액면 그대로 들으려는 사람도 없고 그 진의가 무엇인지를 나름대로 가늠하느라 이리저리 분석하고 해부하는 언론의 설명들이 매우 어지럽다. 그리고 한미FTA 체결을 반대해온 그룹은 여전히 비판적이다. 물론 여느 때와 마찬가지로 노무현 대통령의 한마디는 찬성한다거나 동의한다고 밝히는 세력은 보이지 않고 더 거세게 비판하는 그룹과 다소 온건하게 비판하는 그룹만 드러난다.
그런데 가만 뜯어보면 대통령이 한 말은 협상에 임하는 사람들이 당연히 가지고 있어야 할 태도인데 그게 새삼스럽게 말거리가 되고 있다. 이제까지 뭔가 영 어긋난 상태로 협상을 진행해왔다는 얘기인지 궁금하게 한다.
상대방이 설정한 시한에 덩달아 쫒기는 것도 협상하는 사람으로서 기본이 안 된 자세다. 또 협상은 당연히 내게 이익이 있어야 임하는 것이다. 그런 새삼 이익이 되면 하고 안 되면 안할 수 있다는 말이 나왔다고 무슨 뜻이냐며 이면을 보자는 들추기에 나선다. 처음부터 설정에 문제가 있었던 이유가 혹 큰 틀에서의 전략과 전투상황을 지휘할 전술이 뒤엉킨 탓은 아니길 바란다. 전쟁에서 배수진을 치는 것은 실상 선택의 여지가 없는 상황에서 최후의 승부수이지 상시 쓸만한 전술이 아니다.
그런데 한미 FTA는 처음부터 배수진을 치고 시작했다. 정치적 이유로 그러할 수밖에 없었겠지만 그런 전술까지 다 까발려 놓고 시작해야만 했다. 그것은 협상에 큰 약점이 돼 더 많은 것을 잃게 했다. 그런 까닭에 미국의 끊임없는 몰아붙이기에 거듭 밀리는 상황을 보여줬다.
여차 하면 밀실 회담이라고 몰아붙이는 반대그룹들도 그렇다. 저마다의 이해가 맞물려 반대가 거센 것까지야 당연한 일이지만 협상 전략을 사전에 미리 알아야겠다는 것은 자칫 상대방에게 협상을 주도권을 쥐어주는 일이 될 수 있다. 아무리 협상 체결 자체를 반대하더라도 현실적으로 협상이 진행되고 있는 상황에서 정부의 전략 전술을 언론에 미주알고주알 다 털어놔야 한다는 요구는 당초 반대를 통해 지키고자 했던 그 무엇에도 도움이 되지 못하는 일이 될 수 있다.
실상 국내의 반대그룹이 있다는 것은 다른 나라와의 협상에 있어서 유용한 협상용 카드를 하나 갖는 효과가 있다. 그만큼 지키고자 하는 것을 지킬 힘도 협상단에 주어진다.
그러나 전략이 사전에 노출되면 그 싸움은 결코 이길 수 없다. 그런데 국회에만 가면 그런 전략들이 곧바로 공개되어 쓸 수 없는 카드로 바뀌고 만다. 그러면서 왜 국회에 사전 보고하지 않았느냐고 따지는 것은 어불성설이다.
협상은 전쟁의 다른 형태다. 내부에서 떠미는 힘을 이용할 줄 아는 사람이 협상을 잘 할 수 있다. 그와 동시에 국민들도 전략적 개념을 갖고 밀어줘야 좋은 결과를 얻는다. 지원의 방식이 지지 찬성이 됐든 반대 시위가 됐든.
물리적 전쟁은 안하는 것이 최선이지만 협상하고 거래하는 대외관계는 많을수록 건강한 사회다. 역사가 그것을 잘 보여주고 있지 않은가.
한미FTA는 출발부터 우리 사회 전체가 다 어설프게, 감성적으로 대응했다. 그러나 이제 마무리는 제대로 좀 하자. 협상 자체는 이미 원점으로 되돌리기에 너무 멀리 왔다. 그러니 더 이상 소모적인 비난을 하기 보다는 앞으로의 대책을 더 고민하는 것이 바람직할 터이다. 개방 폭이 넓은 분야는 그것대로, 좁은 분야는 또 그것대로 상응한 대비책을 서둘러 마련하는 숙제가 지금으로서는 더 시급한 과제로 우리 앞에 놓여 있다.

홍승희 기자 <빠르고 깊이 있는 금융경제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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