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점] 실손의료보험 간편 청구 '표류 1년', 무엇이 문제인가
[초점] 실손의료보험 간편 청구 '표류 1년', 무엇이 문제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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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료법 위반 논란에 업계 내 이견연내 시행 불투명

[서울파이낸스 서지연기자] 정부가 병원에서 직접 보험사에 실손의료보험금을 청구할 수 있게 한다고 발표한 지 1년이 지났지만 아직도 이렇다할 진전이 없다. 의료법에 저촉되는데다 업계 간 이해관계도 첨예하는 등 걸림돌이 많기 때문이다. 일부 손해보험사들은 한 벤처기업과 손잡고 시스템 개발에 착수하는 듯 했지만 이마저도 지지부진한 상황이다.

8일 보험권에 따르면 금융당국은 지난해 8월 가입자가 일일이 서류를 준비해 보험금을 청구하지 않아도 의료기관과 보험사가 연동된 전산 프로그램에 의해 자동 청구할 수 있도록 한 '실손 간편청구 방안'을 발표했다.

핵심은 병의원을 통한 보험금 청구대행 서비스다. 환자가 요청한 경우 의료기관이 '전자적' 방식으로 해당 환자의 진료비 내역 등을 보험회사에 직접 보내도록 청구절차를 개편, 환자가 병원에서 보험금을 청구하고 수령할 수 있도록 한다는 것이다.

지금은 환자가 병원에서 진료 내역 관련 서류를 일일이 떼 보험사에 청구해야 한다. 별도의 심사 절차도 거쳐야 한다. 이런 복잡한 절차가 귀찮아서 보험금 신청을 포기한 이들이 적지 않고 있고 불만의 목소리도 끊이지 않았다. 소액보험금은 아예 청구를 포기하는 사례까지 빈발했다.

보다 못한 금감원이 '소비자 편익'을 위한 법 개정에 나섰지만 지난해 말 의료계의 강한 반발과 준비 기간 부족 등으로 무산됐다.

의료계가 실손보험 청구 간소화를 반대하는 이유는 주 수익원인 비급여 진료비에 대한 심사 및 표준화 문제로 이어질 가능성이 크다는 우려 때문이다. 청구 대행을 통해 업무가 느는 반면, 정보전달 누락 시 의료계는 오히려 책임만 커질 수 있다는 것이다. 더욱이 비급여 부분은 최신 의료기기 여부나 판단 능력에 따라 비용에 차등이 있을 수밖에 없어 비급여 표준화 및 심사는 불가능하다는 게 의료계의 공통된 입장이다.

그동안 집적되지 않았던 소액 다건의 개인의료정보가 축적되면 보험사가 보험금 지급을 줄이는 방안을 강구해 장기적으로 자신들에게 불리하게 작용할 가능성이 크다는 점도 배경에 깔려 있다.

대한의사협회 관계자는 "전산시스템이 마련된다고 해도 이를 관리하고 운용하는데 비용과 노력이 들고 의료계에 책임만 전가될 것"이라며 "실손보험 문제는 상품설계의 부실 때문인데 이를 의료계의 과잉진료로 호도하고 있으며, 민간보험사에서 보험금 지출을 줄이려 비급여 심사나 표준화를 하려는 움직임"이라고 주장했다.

그렇다고 보험업계도 마냥 반기는 분위기는 아니다. 그동안 청구되지 않던 소액건들이 다수 유입되면 보험금 지출이 늘어 손해율이 높아질 수 있어 득이 될 게 없다는 판단에서다.

다만 기존 수기로 입력했던 부분이 전산화되면 인력비용을 줄일 수 있고, 데이터 집적을 통해 향후 고객관리가 용이하거나 병원별 진료비 비교가 가능해져 과잉진료를 막는 등의 긍정적 측면에 대한 기대감은 있다. 장기적으로 보험금 손실을 줄일 수 있을 것이란 얘기다.

이런 저런 이유로 단말기를 통한 보험금 자동 청구 방안이 대안으로 제기됐지만 이마저도 별다른 진전이 없는 상태다. 단말기를 통한 보험금 자동 청구 방안은 환자가 진료비를 수납한 뒤 병원에 설치된 단말기에 직접 보험금을 청구하는 시스템을 말하는데, 간편 청구에 드는 비용은 보험사가 부담하고, 단말기 시스템을 설치한 정보기술업체와 병원이 이를 나누는 방식이다. 이렇게 하면 제3자에게 진료기록을 제공하지 않으면서 병원의 업무 부담도 덜 수 있다.

삼성화재와 동부화재, 현대해상 등은 벤처기업인 지앤넷(G&NET)과 공동으로 실손보험 청구 자동화를 위한 시스템을 개발 중에 있고, KB손보는 지앤넷과의 협력과 함께 독자적인 서비스 개발도 준비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지앤넷 관계자는 "다음주 까지는 병원과 보험사들과 추진하고 있는 계약 결과가 나올 예정"이라며 "현재까지 긍정적으로 진행되고 있는 상태이며 올해 안에는 구체적인 방안이 나올 것"이라고 전했다. 손해보험사 관계자도 "아직까지는 지앤넷과 제휴된 병원이 많지 않아서 인프라가 더 확대될 때 까지는 지켜봐야 한다"면서도 "기획재정부가 올해 경제계획 '2016년 경제정책방향'에 실손보험 청구절차 간소화를 포함한 만큼 올해 안으로는 경과가 있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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