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적 있는(?) 떠돌이 돈의 습격
국적 있는(?) 떠돌이 돈의 습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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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승희 기자]처음엔 중국의 긴축정책 때문이라고 했다. 이제는 엔 캐리 트레이드가 원인이라고 한다. 미국의 경기 우려도 초반 잠깐 이유의 하나로 언급됐으나 지금은 꼬리를 감춰 버렸다.

문제는 그 모든 원인 분석들이 다 사후 진단일 뿐이라는 점이다. 돈의 흐름에 영향을 미치는 변수들이 그 많은 전문가들의 머릿수보다 다양한 까닭인지 미리 하는 예측들이 딱 들어맞는 경우는 찾아보기 어렵다. 그래서 주식투자를 두고 최고의 이론가와 동물적 감각으로 승부하는 실전파가 시합하면 실전파가 승리할 확률이 월등히 높다고도 한다.

어떤 이유를 들이대든 현재 전 세계 증시가 휘청거리는 상황이라는 사실만은 변함이 없다. 값싼 이자로 전 세계 금융시장을 떠돌던 일본 돈들이 지금 우르르 몰려 일본으로 되돌아가고 있다는 엔 캐리 트레이드 청산 현상은 증시만 흔드는 게 아니다. 엔화 약세를 틈타 부동산 시장으로 유입됐던 엔화 자금들이 지난 달 일본의 콜금리 인상으로 환차손이 발생하자 부동산 시장 이탈 조짐을 보이고 있다.

국내 부동산시장에 투자된 엔화 자산은 많지 않다며 재경부가 별도의 대책을 세우지 않겠다는 입장을 밝혔다고도 한다. “엔화 대출을 이용해 부동산 투자를 한 행위를 보호할 어떠한 대책도 세우지 않을 것”이라고 재경부 국장이 라디오에서 확언했다는 것이다.

엔화 대출을 이용한 부동산 투자까지 정부가 보호할 이유는 물론 없다. 게다가 괜스레 지금 대책 운운하며 호들갑을 떨다가는 언제든지 폭발할 준비가 돼 있는 국내 부동산시장을 수습 불능 상태로 만들 우려도 있다. 그러니 정부가 짐짓 뒷짐 지고 보겠다고 나설 법하다.

그렇다고는 해도 사태가 종종 예상과 달리 진행되기도 하는 게 세상사다. 엉뚱하게 모난 놈 옆에 있다 정을 맞기도 하는 게 인생사다. 별다른 시장 개입을 하라는 것은 아니지만 치밀한 시장 감시는 필요한 게 현 시장 상황이다. 그러니 정말 아무 대책이 없다면 심히 걱정스러운 일이다. 설마 그럴 리야 없겠지 싶지만 가끔은 무사태평한 관리들로 인해 혼쭐나기도 하는 게 우리 사회이니 비록 노파심이라 해도 걱정은 좀 해두자.

2월말부터 시작된 시장의 혼돈을 다시 정리해보자.
중국 정부의 긴축 의지는 중국 증시에서의 주가 폭락에 이은 아시아 증시의 자산가격 버블 붕괴로 이어질 폭발력을 내재하고 있다. 여기에 엔화 약세로 발생하는 내국 자본의 이탈을 멈추게 하려는 일본 정부의 콜금리 인상은 이미 세계 금융·부동산시장에 퍼져 나가있던 엔화 자산의 성급한 회수를 초래해 폭발력에 상승효과를 가할 위험이 있다.
지금 그 단초가 보이기 시작한 것만으로도 시장은 매우 불안한 상태를 보이고 있다. 시장을 흔들 요소들은 이게 다가 아니다. 미국산 핫머니들은 언제든 시장을 파괴적으로 뒤흔들 준비된 핵폭탄이다.

이번 세계 증시 상황은 어떤 면에서 미래형 전쟁의 양상을 보여주는 듯하다. 물리적 수단보다 더 파괴력이 큰 금융 수단이 있음을 확인할 수 있었던 2주간이었다. 지금 전 세계를 유령처럼 떠돌고 있고 금융자산들은 얼핏 보기에 무정부적으로 보이기도 한다. 그러나 그 자산의 국적과 성격을 파악하고 조종하는 각국 정부가 그 뒤를 받치고 있다. 엔화 자산의 최근 이동이 단순히 우연의 결과라고 볼 수는 없다.

그런 관점에서 보자면 앞으로의 세계 금융은 각국 정부의 공식적 태도보다 자국산 떠돌이 자산을 움직일 수단으로서의 우회적 정책에 의해 더 큰 영향을 받을 가능성이 농후하다. 그렇다면 그런 변화에 우리는 얼마나 대비하고 있을까.

개개인들의 소비행위, 투자행위를 정부가 일일이 지시하고 드러나게 조종할 수는 없다. 그러나 지금 해외로 유출되는 원화를 얼마나 생산적으로 활용하고 있는지, 어디에 어느 규모로 투자가 이루어지고 있는지 정부가 충분히 파악하는 게 중요하다. 또 해외에 나가 명품 소비재들을 사들이는 것보다 부동산 투자를 하든 증권투자를 하든, 생산적인 투자 활동을 하는 것이 수월하도록 멍석을 깔아주는 것도 매우 유용한 준비가 될 터이다.
 
홍승희 기자 <빠르고 깊이 있는 금융경제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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