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수 외끌이' 韓경제, 내년 '소비·투자 절벽' 맞는다
'내수 외끌이' 韓경제, 내년 '소비·투자 절벽' 맞는다
  • 이은선 차민영 기자
  • ees@seoulfn.com
  • 승인 2016.10.13 17:23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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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출·설비투자 회복 기대에도 민간은 "올해보다 어렵다" 비관

[서울파이낸스 이은선 차민영기자] '마이너스 수출'의 악재 속에서 내수 위주의 '외끌이' 성장을 해온 우리 경제가 내년에는 '내수 절벽' 위기에 직면할 것으로 우려되고 있다. 정부 정책이 끌어올린 부동산 경기와 소비 진작책의 효과가 소멸되고 있기 때문이라는 지적이다.

다행히 세계 경기가 회복 조짐을 보이면서 수출 회복 가능성이 제기되고 있지만, 일각에서는 글로벌 '보호무역주의' 추세를 경고하는 목소리도 높다. 수출 증가는 커녕 내년 성장세가 올해보다 못할 수 있다는 비관론마저 고개를 들고 있다.

한국은행은 13일 '2016~2017년 경제전망'을 발표하고, 우리 경제가 올해 전년대비 2.7% 성장할 것으로 전망했다. 내수가 성장률의 2.2%p를 끌어올리는 한편, 순수출은 0.5%p 남짓을 기여할 것이란 분석이다. 특히 올해는 정부의 확장적 거시정책과 사회간접자본(SOC) 투자, 부동산 주택경기 호황 등으로 건설업 위주의 성장세가 뚜렷했다. 한은이 전망한 올해 건설투자 전망치는 10.5%에 달한다. 민간소비도 정부의 개별소비세 인하 연장 등에 힘입어 연간 2.4%의 견조한 증가세를 보일 전망이다.

다만, 이번 전망에는 4분기 경기 리스크로 지목되는 삼성전자의 갤럭시노트7 단종과 현대기아차 파업, 김영란법 여파 등도 크게 반영되지 않았다. 이주열 한은 총재는 "김영란법 여파와 삼성전자 대규모 리콜 영향 등은 어느정도 반영했지만, 생산중단 이슈는 반영되지 않은 수치"라며 "현대차 파업은 4분기 가동률 제고를 통해 만회할 수 있을 것으로 본다"고 설명했다.

문제는 이같은 내수 위주의 성장세가 내년에는 한계에 부딪힐 수 있다는 점이다. 내년 재정지출 증가세가 크게 둔화되는 가운데 부동산 시장의 열기도 얼어붙을 가능성이 높기 때문이다.

한은 측은 올해 재정지출은 전년대비 5.3%(예상치) 증가하겠으나, 내년에는 1.4% 증가에 머물 것으로 관측했다. 주택매매 가격의 경우 올해부터 비수도권을 중심으로 소폭 하락하고, 내년에는 입주물량이 확대되면서 오름세가 둔화될 것으로 봤다. 민간소비도 소득 개선이 미흡하면서 증가세가 올해보다 둔화될 것으로 전망됐다.

이에 내년 성장률을 7월 전망 대비 0.1%p 낮춘 2.8%로 하향 조정했다. 건설투자는 올해(10.5%)의 절반 수준인 4.1% 증가에 그칠 것으로 봤고, 민간소비도 올해(2.4%)보다 위축된 2.2% 수준에서 성장할 것이란 전망이다. 내수의 성장 기여도는 올해(2.2%)보다 0.3%p 낮아진 1.9%p 수준으로 내다봤다.

그나마 내년 성장률이 올해보다 높은 2.8% 수준을 기록할 것이란 전망에는 수출과 설비투자 사정이 나아질 것이란 낙관이 반영됐다. 한은은 내년 수출은 2.5%, 설비투자는 2.3% 성장할 것으로 내다봤다. 수출의 성장 기여도도 올해 0.5%p에서 0.9%p로 커질 것이란 기대다. 내년에는 세계경기가 회복되고 교역 증가율도 높아질 수 있다는 전망을 전제로 한 것이다.

전승철 한은 부총재보는 "중국 성장 둔화와 미국 금리 인상, 브렉시트 등에 따른 글로벌 성장 둔화 가능성, 기업구조조정에 따른 경제심리 위축 가능성 등이 하방 리스크로 남아있다"면서도 "주요국 경기부양책, 원자재 가격 상승에 따른 세계경제 성장세 확대, 건설경기 호조 지속, 세계교역 신장률 상승 등의 상방리스크도 혼재해 향후 리스크는 중립적으로 반영했다"고 설명했다.

그러나 민간 연구기관들의 경우 내년 경기 상황을 보다 비관적으로 보고 있다. LG경제연구원은 지난 5일 보호무역주의 확산과 공급과잉 등을 우려해 내년 수출이 악화될 것으로 내다봤다. 내년 성장률 전망치도 2.5%로 제시했다. 현대경제연구원도 2/5% 수준으로 관측했고, 한국경제연구원의 경우 그보다 낮은 2.2%의 성장세를 점치면서 '장기 불황'에 대응해야 한다는 경고도 제기했다.

이근태 LG경제연구원 수석연구위원은 "글로벌 보호무역주의 확산이 교역을 위축하면서 수출 회복이 어려울 것으로 보고 있다"며 "특히 부동산 경기 둔화에 대한 불안기 커진 가운데 건설투자가 빠르게 줄어들 가능성이 커 내년 성장세는 올해보다 둔화될 것으로 본다"고 분석했다.

다만, 한은 측은 세계 경제 전망에 있어 국제통화기금(IMF)보다 보수적인 판단을 유지했다는 점을 근거로 내년 2.8% 성장에 무리가 없다는 입장이다. 장민 한은 조사국장은 "IMF는 세계 성장률을 3.4% 수준으로 봤지만, 우리는 3.2% 정도로 보고 있다"며 "교역신장률도 IMF(3.8%)보다 크게 낮은 3.0%로 전제한만큼 낙관적인 수치는 아니다"라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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