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차 노사, 찬반투표 앞두고 '전전긍긍'…봉합이냐 파국이냐
현대차 노사, 찬반투표 앞두고 '전전긍긍'…봉합이냐 파국이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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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박유기 노조위원장과 윤갑한 현대차 사장 (사진=연합뉴스)

들끓는 여론에도 '현장'의 '반대 목소리'…조합원 설득 '총력'

[서울파이낸스 정수지기자] 봉합이냐 파국이냐.

임금협상 잠정합의안을 극적으로 도출한 현대자동차(이하 현대차) 노사가 노조 조합원을 대상으로 실시되는 찬반투표(14일)를 앞두고 전전긍긍하고 있다.

1차 협상때와 마찬가지로 2차 합의안에 대해서도 현장노동조직들이 '받아들일 수 없다'며 일제히 비판의 목소리를 높이고 있기 때문이다. 만약 이번 합의안도 노조원들의 반대로 부결된다면 향후 교섭은 교착상태에 빠지는 등 파국이 불가피하다.

앞서 노조원들은 장기파업에 대한 국민적 비판 여론과 현대차 불매운동이 벌어지는 위기 속에서도 1차 잠정합의안에 대해 80%가량 반대표를 던지면서 합의안은 결국 부결된 바 있다.

13일 관련업계에 따르면 현대차 노사는 정부의 긴급조정권 발동을 앞두고 5개월 넘게 끌어온 올해 임금협상에 대한 2차 잠정합의안을 이끌어냈다. 이 합의안은 5월17일 상견례 이후 5개월여 만에, 1차 잠정합의안이 부결된 지 50일 만이다.

골자는 △기본급 7만2000원 인상(기존 개인연금 1만원 기본급 전환 포함) △성과급 및 격려금 350%+330만원 △전통시장 상품권 50만원 △주식 10주 지급 등이다. 이번 합의안 도출에는 장기 임금협상에 대한 피로감과 파업에 따른 생산차질, 악화 여론에 따른 '안티 현대차' 분위기에 대한 위기감 등이 반영된 것으로 알려졌다.

실제 노조는 올해 임금협상 과정에서 2차 잠정합의에 이르기까지 모두 24차례 파업, 12차례 주말 특근을 거부했다. 2004년 이후 12년 만에 전면파업까지 불사했다. 회사는 지난달 30일까지 벌인 노조파업으로 생산차질 누계가 14만2000여대, 3조1000여억원에 이르는 것으로 추산했다. 파업손실이 3조원을 넘어선 것은 처음이며 노조 파업 역사상 최대 규모다.

▲ 박유기 노조위원장은 현대자동차지부 쟁의대책위속보 38호에서 단체교섭 마무리를 위해 결단해 줄 것을 당부했다. (사진=전국금속노동조합 현대자동차지부)

여기에 정부의 긴급조정권 발동 검토도 노사를 압박했다. 긴급조정권을 발동하면 노조는 30일간 파업 또는 쟁의행위가 금지되고, 중앙노동위원회가 조정을 개시한다. 조정이 실패하면 중노위 위원장이 중재재정을 내릴 수 있으며 이는 단체협약과 같은 효력을 가지기 때문에 노사는 교섭자율권을 잃는 셈이다.

현대차 관계자는 "파업 장기화로 인한 피해가 회사는 물론 지역 및 국가경제에도 심대한 영향을 미치고 있어 더 이상의 파국은 막아야 한다는 데 대해 노사간 공감대가 형성됐다"며 "회사는 원칙을 준수하고 합리적인 수준의 결과 도출을 위해 최선을 다했다"고 말했다.

이런 가운데 현대차 현장노동조직들이 2차 합의안에 대해 강력히 반발하면서 이번 찬반투표도 부결에 힘이 실리고 있다. 재부결될 경우 임협 자체가 교착상태에 빠지는 등 재파업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어 이제까지의 노력이 물거품될 수도 있다.

'소통과 연대'라는 노동조직은 이날 성명서를 통해 "투쟁구호만 요란했던 올해 임금협상은 빈 깡통만 남았다"며 "역대 최다 파업에 돌아온 건 역대 최대 임금손실뿐"이라고 지적했다.

'현민투'(현장중심 민주노동자 투쟁위원회)는 '1차 잠정합의안과 뭐가 다른가'라는 글에서 "1차 합의 내용과 다를 바 없어 조합원 분노가 하늘을 찌르고 있다"며 "1차 합의 이후 추석을 넘기며 48일 동안 전면파업을 비롯한 투쟁을 펼치며 큰소리친 것에 비하면 결과가 형편없다"고 주장했다.

'들불'은 '긴급조정권 협박에 백기 투항'이라는 글을 내고 "2차 잠정합의안은 조합원 기대 수준 이하"라며 "자존심 상해서 부결"이라고 반대표를 촉구했다.

이에 대해 현 집행부 조직인 '금속연대'는 "집행부의 오류는 비판받고 반성해야 하지만 노조의 앞날을 위해 이해 해달라"고 당부했다. 이어 "과거에 비해 부족한 부분이 있지만 조합원 동지들의 결단으로 잠정합의안을 승인해 주길 바란다"며 "부족한 부분은 집행기간 채워나가도록 최선을 다할 것"이라고 노조원들을 설득하고 있다.

한편 2차 잠정합의한 찬반투표는 오는 14일 오후 2시부터 6시까지 각 사업부별 지정 식당에서 시행된다. 개표는 울산공장은 투표함 봉인 후 사업부별로 취합 후 접수하고 각 위원회는 투표함을 현자지부 이송 후 일괄 개표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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