채권·펀드도 '방판시대' 올까…기대반 우려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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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대면 채널로의 과도기" vs "불완전판매로 구조조정 빌미"

[서울파이낸스 차민영기자] 증권사와 은행의 금융상품 방문판매를 허용해야 한다는 자본시장법 개정안에 대한 논의가 9월 국정감사 이후 재개될 전망이다. 시장에선 판매채널이 '대면→비대면'으로 전환되는 과도기적 시점에서 방문판매가 간극을 좁혀줄 것이라는 기대가 나오지만, 불완전판매 문제로 오히려 구조조정 빌미만 줄 수 있다는 우려가 교차한다.

◇ '14일→3일' 청약 철회기간 단축

20일 국회 의안정보시스템에 따르면 정무위원회 소속 박용진 더불어민주당 국회의원이 대표발의한 '자본시장과 금융투자업에 관한 법률' 개정안과 '방문판매 등에 관한 법률 일부개정법률안'은 소관위 심사에 회부된 상태다. 이달 26일부터 오는 10월15일까지 9월 국정감사가 진행돼 해당 법안에 대한 논의도 뒤로 늦춰질 전망이다.

이번 개정안은 은행이나 증권사가 금융투자상품을 판매하는 것을 방문판매법에서 적용 배제하는 것을 골자로 한다. 투자자의 충동구매를 방지하기 위해 투자자를 처음 방문해 투자를 권유한 날로부터 3영업일 이후 계약을 체결하게 규정했다. 계약 체결 이후에는 '투자자 철회 의사 표시가 없음'이란 조건 아래 3영업일이 경과한 날부터 효력이 발생하는 계약을 체결하도록 했다.

박 의원은 현행 방문판매법상 고객 청약 철회기간은 14일이나 가격변동이 극심한 금융투자업계 특성을 고려해 기간을 단축했다는 설명이다. 실제 현재 방문판매한 금융투자상품의 가격이 떨어진 후 고객이 단순 변심하더라도 판매사 측에서는 환불해줄 의무가 있다. 박 의원실 관계자는 "금융투자상품을 판매한 후 고객이 손실이 발생했을 때 청약을 철회하게 되면 가격변동에 따른 손실분을 고스란히 금융투자업자가 부담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와 함께 박 의원은 이번 개정안에서 채권이나 펀드 등 비교적 투자위험이 낮은 상품 외에 다른 상품들은 방문판매하지 못하도록 했다. 김기식 전 더불어민주당 국회의원이 지난 19대 국회에서 지적한 사항을 반영한 조치다. 다만, '대통령령으로 정한 금융투자상품'은 예외 사항으로 둬 여지를 남겼다.

박 의원실 관계자는 "여야간 합의가 잘돼 법안이 무사 통과될 것으로 기대한다"며 "이번에 더민주 측에서 발의한 법안이기도 하고, 새누리당은 규제 완화를 기본 방침으로 내세우고 적극 추진 중이기 때문에 별다른 차질이 없을 것으로 본다"고 밝혔다.

◇ "'대면→비대면' 과도기 현실적 대안"

증권업계에서는 현재 증권사 영업지점이 계속 줄고 있는 상황이라는 측면에서 방문판매를 피할 수 없는 변화의 흐름으로 보고 있다. 결국 판매채널이 '사람 대 사람'에서 스마트폰이나 인터넷을 활용한 '비대면' 방식으로 가는 과정서 방문판매는 금융소비자들의 투자 수요를 충족시키기 위한 현실적 대안이란 설명이다.

실제 이날 금융투자협회에 따르면 지난 6월 말 기준 현재 증권사들의 국내 영업지점 수는 1105개로 4년 연속 감소한 것으로 나타났다. 지난 2013년(1551개) 이후 2014년(1344개), 2015년(1157개)에 이어 올해까지 지속적으로 줄어든 것. 지난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에 증권사들이 직격탄을 맞은 데다 침체된 경기 탓에 증시도 수년째 박스권에 갇혔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증권업계 한 관계자는 "기본적으로 금융위원회에서 영업지점을 계속 줄이고 있다"며 "10년이라는 놓고 볼 때 영업지점이 계속 줄어드는 상황에서 금융소비자가 금융투자상품 구매할 수 있는 통로는 방문판매(아웃도어세일즈·ODS)나 온라인판매 뿐일 것"이라고 설명했다.

우리나라 역시 노령화 사회로 접어들면서 금융소비자의 편의를 위해서라도 방문판매가 필수적이란 주장도 나온다. 해당 관계자는 "현실적으로 노령화가 진전되면서 노령의 고객이 증가하는 반면 지점은 줄어들어 불편이 늘 것"이라며 "(방문판매 통해) 거동이 불편한 노인 또는 장애인과 접촉이 늘 경우 이들의 편의가 늘어날 것이고, 그 방향이 맞다"고 강조했다.

금융투자협회 관계자 역시 "판매채널 다변화라는 측면에서 방문판매는 조속히 해결될 필요가 있는 문제"라며 "대면 채널에서 비대면 채널로 변화하는 과도기적 시점에서 현실적 방안으로 나온 것"이라고 설명했다.

◇ "노동자 옥죄는 부메랑 그칠 것"

다만, 증권사 노동조합 측에서는 우선 불완전판매 이슈와 함께 구조조정의 빌미로 작용할 소지가 있다는 우려를 표하고 있다. 지난 19대 국회 때와 마찬가지로 여전히 문제에 대한 해결책이 미봉책에 그치고 있다는 입장이다.

김경수 전국사무금융서비스노동조합 대외협력국장은 "지금도 지점 영업장에서 고객들 찾아다니며 판촉을 다니는 상황에서 (방문판매는) 새로운 수익원 창출보다는 기존 영업직원들 해고를 위한 경로로 활용될 우려가 있다"며 "노동자들의 목을 죄는 부메랑으로 돌아올 것"이라고 비판했다. 일전 NH투자증권이나 HMC투자증권에서는 일부 실적이 저조한 직원들의 ODS 지점 발령을 두고 노사간 마찰이 빚어지기도 했다.

이어 "불완전판매 발생 가능성을 완전히 해소하지 못하고 있다"며 "예상되는 문제나 시행규칙에 대한 면밀한 검토도 없다"고 덧붙였다. 더불어민주당 내부에서도 불완전판매 이슈와 관련해 추가로 사안을 검토하고 있다고 노조 측은 설명을 곁들였다. 해당 의원실은 우선 국정감사 이후 검토를 재개할 방침이다.

한편, 증시 전문가들은 이와 관련해 일단 방문판매 허용 시 부정적 효과보다는 긍정적 효과가 클 것으로 판단했다. 우선 넓은 의미에서 '판매'가 아닌 '판촉'이라는 측면에서 증시 투자에 활력을 넣어줄 것으로 내다봤다.

이성복 자본시장연구원 연구위원은 "방문판매는 부정적 면보다는 긍정적 면이 크다"라며 "다만 투자자가 원금손실을 책임져야 하는 '투자'라는 행위 특성상 실제 방문판매의 계약체결 효과에 대해선 의문"이라고 말했다. 향후 개정안 통과 이후 추이를 지켜볼 필요가 있다는 주문이다.

증권사 고유 인프라 활용도를 높일 수 있다는 관측도 함께 제시됐다. 현재 증권사 입장에서는 지점망 자체가 은행보다 적어 경쟁에 불리한 데다, 증권사들이 자문인력과 투자권유대행인을 많이 보유하고 있어 자체 인프라 활용 가능성이 높아질 것이라는 설명이다.

실제 국내 주요 증권사 대다수는 투자권유대행인 제도를 운영하고 있다. 금융투자상품별로 일정한 '권유' 자격을 획득한 개인들을 자산관리(웰스매니지먼트·WM)부서나 ODS부서 등에 배치하는 방식다. 물론 이들이 직접 태블릿 PC 등을 활용해 고객이 앉은 자리에서 계약을 체결하게 하는 것은 불법이다. 이르면 오는 11월 시행될 예정인 독립투자자문사제도로 인해 향후 판촉 인력은 계속 늘어날 전망이다.

이 연구위원은 불완전판매 우려와 관련해 "개인들이 좀 더 합리적이라고 가정 시 원금손실이 가능한 상품이라는 점을 감안해 선택을 잘할 필요가 있을 것"이라며 "물론 투권인 등 판매 인력의 올바른 설명이 수반돼야 하나 이를 방판의 문제로 보는 것은 과도한 우려로 보인다"고 답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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