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면돌파' 택한 이재용의 삼성, 리더십 본격 시험대
'정면돌파' 택한 이재용의 삼성, 리더십 본격 시험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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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 (사진=연합뉴스)

[서울파이낸스 박수진기자]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이 등기이사(사내이사) 등재를 통해 사실상 경영 전면에 등장하면서 '이재용의 삼성'이 본격 시험대에 올랐다. 대내외에 '책임경영' 의지를 피력함과 동시에 최근 일파만파 확산되고 있는 '갤럭시노트7 리콜' 사태의 위기를 정면돌파 하겠다는 의지로 풀이된다.

◇ '책임경영' 일환 등기이사 올라…'노트7' 후속작 조기 출시?

13일 관련업계에 따르면 전날 삼성전자는 이사회를 열고 "다음 달 27일 열리는 주주총회에 프린팅솔루션 사업부 분할계획서 승인의 건과 함께 이 부회장을 사내 이사 후보로 올리는 안건을 상정했다"고 공시했다. 이 부회장이 삼성 계열사 등기임원에 오르는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삼성전자 측은 "이 부회장의 삼성전자 등기이사 선임은 경영인으로서 명확한 의사를 표시하고 법적인 책임을 지겠다는 '책임경영'의 일환"이라고 설명했다.

이처럼 이 부회장이 전격적으로 삼성전자의 사내이사에 올라 책임 경영에 나선 배경에는, 삼성전자가 야심차게 선보인 노트7이 국내·외에서 잇단 폭발사고를 일으키면서 회사 이미지는 물론, 실적 등에도 '빨간불'이 켜지는 등 위기감이 고조되고 있기 때문이다.

앞서 삼성전자는 잇단 폭발 사고에 생산된 노트7의 250만대 전량 리콜 결정을 내린 바 있다. 전체 리콜 비용만 약 2조5000억원에 달한다. 하지만 진정 조짐을 보였던 사태는 지난 8일(현지시간)미국 연방항공청(FAA) 등이 노트7을 기내에서 사용하지 말라고 강력히 권고하면서 일파만파 커졌다.

이어 태국 타이항공과 싱가포르항공, 호주 콴타스항공, 젯스타, 버진오스트레일리아, 대만 중화항공, 트랜스아시아항공, 타이거에어, 북유럽의 스칸디나비아항공 등 세계 주요 항공사들도 너도나도 기내서의 노트7 사용 및 충전을 금지하자 노트7에 대한 이미지 타격이 불가피해졌다.

여기에 해외 여파가 다시 국내 국민 안전 문제로 불거지자, 결국 삼성전자 측은 지난 10일 사용 중지 권고 조치를 내리는 상황까지 이르렀다.

이에 업계 일각에서는 이재용 부회장의 '등장'과 함께 이번 사태를 잠재울 특단의 카드가 나올 수 있다는 관측이 나온다. 노트7의 이미지 회복이 사실상 힘들다는 판단 하에, 후속작이 예상보다 빨리 출시될 수 있다는 관측도 나온다.

그동안 삼성전자는 매년 2월말에서 3월초 스마트폰 갤럭시S 시리즈를 출시했다. 그해 8월말에서 9월 초에는 노트 시리즈를 선보여 왔다. 삼성전자 내부 관계자는 "내년 2월말에서 3월 초 쯤 갤럭시S 시리즈 대신, 언팩을 통해 노트8 출시를 검토하고 있다"며 "노트7을 둘러싼 부정적 이미지를 잠재우기 위한 것으로 보면 된다"고 말했다.    

◇ 프린팅 사업 해외매각…속도내는 이재용式 '선택과 집중'

업계에서는 이 부회장의 등기이사 선임으로 이재용식 '선택과 집중'이 더욱 속도를 낼 것으로 보고 있다. 등기이사 선임 소식과 함께 프린팅솔루션 사업부문 매각을 동시에 알린 것도 이 같은 관측에 힘을 실어준다.

삼성전자는 오는 11월 1일자로 국내 사업을 물적분할해 에스프린팅솔루션(S-Printing Solution) 주식회사를 설립하고, 주식 100%를 넘기기로 했다. 매각 금액은 약 10억5000만달러(약 1조1545억원)으로 시장 예상치의 절반 수준이다.

해외 사업은 자회사 4곳의 지분 100% 및 삼성전자 해외 자회사가 보유하는 프린팅솔루션 사업 관련 일체의 자산을 매각한다. 양사는 내년 9월 11일 이내로 이런 모든 절차를 마무리할 계획이다.

삼성전자 프린팅 솔루션 사업 부문은 지난해 매출 2조원으로 국내 수원사업장과 중국 생산거점, 해외 50여개 판매거점 등을 운영하고 있다. 국내·외 종업원수는 약 6000여명이다.

업계에서는 이번 프린팅솔루션 사업 매각 역시 이 부회장의 '실용주의'와 맥이 닿아 있는 것으로 해석하고 있다. 프린터사업부의 지난해 연 매출은 2조원으로 소비가전(CE)부문 전체 매출의 5~6% 수준에 불과한 것으로 알려졌다. 또 기업간거래(B2B) 성격이 강해 프리미엄 제품으로 수익성 강화를 꾀하는 것도 쉽지 않은 상황이다.

이번 매각 결정에 대해 회사 측은 "현재 삼성전자는 급변하는 IT 산업환경 속에서 경쟁력 강화를 위한 과감하고 신속한 투자, 중장기 성장동력 확보 등 장기적 안목을 바탕으로 한 전략적 의사결정이 그 어느 때보다도 중요해 지고 있다"고 설명했다.

이어 "이번 매각 결정으로 삼성전자는 선제적 사업조정을 통해 핵심사업 중심으로 역량을 집중하고, HP는 세계 1위 프린터 업체로서의 입지를 더욱 공고히 하는 계기가 될 것"이라고 덧붙였다.

이에 대해 업계 한 관계자는 "이 부회장이 앞으로도 성장성이 약하거나 비주력사업으로 판단되는 사업부문은 추가로 매각하는 등 사업 재편에 나설 것"으로 내다봤다.

앞서 삼성전자는 지난해 브라질 1위 프린팅 솔루션 업체인 심프레스를 인수했으며, 지난 3월에는 음성인식·프린팅서비스 전문기업인 미국 뉘앙스 커뮤니케이션즈와 손잡고 프린팅 B2B 소프트웨어 부문으로 보폭을 넓혔다.

한편, 이 부회장은 지난 2014년 와병 중인 이건희 회장을 대신해 경영 전면에 나서면서 화학과 방산 계열사들을 한화와 롯데에 잇따라 넘기는 등 사업구조 개편에 나선 상황이다. 이미 그는 최대주주로 있는 삼성물산을 중심으로 삼성생명에 이어 삼성전자로 이어지는 순환형 지배구조를 구축하며 '이재용 체제'를 구축한 상황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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