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진해운, 美 롱비치서 하역 시작…'갈 길 멀다'
한진해운, 美 롱비치서 하역 시작…'갈 길 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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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사진=한진해운

[서울파이낸스 황준익기자] 한진해운 선박이 미국 항만에서 하역작업을 시작했다. 미국 법원이 한진해운의 스테이 오더(법원 압류중지명령) 요청을 받아들인 데 따른 것이다.

하지만 발이 묶여 있는 선박은 여전히 수십 척에 달하고, 하역비와 운송비 등에도 발목이 잡혀 한진해운 법정관리로 인한 물류대란은 계속될 전망이다.

12일 한진해운과 해양수산부에 따르면 한진해운은 미국 항만당국에 하역작업을 신청했으며, 지난 11일(현지시각) 미국 LA에 위치한 롱비치 항만 인근에 접안 대기 중이던 선박 한진그리스호가 화물 하역을 시작했다.

앞서 미국 뉴저지 법원은 지난 9일 한진해운이 신청한 스테이 오더를 승인했다. 한진그리스호는 지난달 31일부터 롱비치 인근에서 대기 중이었으며, 선적화물은 총 9124TEU(1TEU·20피트 컨테이너 1개)다. 한진그리스호를 시작으로 한진보스턴호와 한진정일호, 한진그디니아호 등도 롱비치 터미널에 입항해 하역을 재개할 예정이다.

현재 싱가포르에서도 스테이 오더가 잠정 발효된 상태로, 한진해운은 독일·스페인·네덜란드 등 유럽 국가에도 스테이 오더를 신청할 계획이다.

미국에서 일부 선박이 하역을 시작하면서 숨통이 트였지만 문제는 하역비다. 현재 한진해운의 비정상운항 선박은 컨테이너선 77척, 벌크선 14척 등 총 91척이다. 정부는 이들 선박의 하역비를 약 1700억원으로 추산한다.

한진그룹은 지난 6일 해외터미널(롱비치 터미널 등) 지분 및 대여금 채권을 담보로 600억원을 지원하고, 조양호 한진그룹 회장이 사재 400억원을 출연하는 등 총 1000억원을 그룹 자체적으로 조달하기로 결정한 바 있다.

다만 롱비치 터미널을 담보로 잡으려면 6개 해외 금융사, 지분 46%를 보유한 스위스 선사 MSC의 동의를 받아야 한다. 600억원 지원에 상당한 시간이 걸릴 수밖에 없는 이유다. 급한 불을 꺼야하는 한진해운 입장에서는 물류대란으로 인한 피해가 계속될 것으로 보인다.

'설상가상' 한진해운이 단독으로 운항하던 미주노선 3곳 중 2곳에 세계 1, 2위 선사인 머스크와 MSC가 오는 15일부터 선박을 투입하기로 했다. 미주항로에서 높은 점유율(약 8%)을 보였던 한진해운은 대형 글로벌 선사들에게 알짜 노선을 내주게 된 셈이다.

한진해운이 40년간 쌓아온 전 세계 네트워크를 잃을 수 있다는 업계의 우려가 현실이 되고 있는 것이다.

업계 관계자는 "한진해운의 법정관리로 인한 피해는 이미 예견된 수순"이라며 "머스크 등이 시장을 장악하면 현대상선마저도 버틸 수 없다"고 지적했다. 이어 "한진해운 정상화만이 살길이다. 이해득실을 따질 때가 아니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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