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감싸는' 與 '호통치는' 野…조선·해운 청문회 '맹탕'·'허탕'
'감싸는' 與 '호통치는' 野…조선·해운 청문회 '맹탕'·'허탕'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서울파이낸스 정초원기자] 조선·해운산업 구조조정의 진상을 규명한다는 취지 아래 '구조조정 연석 청문회'(서별관 청문회)가 8일 국회에서 열렸지만, 이렇다 할 핵심 질의는 오가지 못한 채 겉도는 공방전만 지속됐다. 야당 의원들은 핵심 증인 불참과 자료 제출이 미흡하다는 점을 비판하는 데 그쳤고, 여당 의원들은 서별관회의의 필요성과 구조조정 결정의 타당성을 대변하며 오히려 정부를 감싸는 모습을 반복했다. 이에 '맹탕', '허탕' 청문회라는 비아냥 속에 '의혹 규명은 커녕 되레 의구심만 키우는 이같은 청문회를 왜 하는지 모르겠다'는 청문회 무용론과 함께 정치권을 향한 비판의 목소리가 거세다.

◆ 증인도 자료도원인규명 접근 못한 채 소모적 공방만

이날 민병두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대우조선해양 구조조정 과정을 알기 위해서는 6개 관련 기관의 논의 보고서와 최종 문건을 봐야 한다"며 "그 자료를 보지 않은 상태에서 정부의 답변이 일관되게 이어진다면 우리는 그것을 듣고 인정하는 방법밖에 없다"고 지적했다.

또한 야당이 핵심 증인으로 꼽은 '최·종·택' 3인방 가운데 유일하게 증인 채택된 홍기택 전 KDB산업은행 회장이 이날 불출석한 것과 관련해 "정부가 홍 전 회장의 소재지에 대해 미온적으로 파악하고 있는 것 아닌가 하는 의혹이 생길 수 있다"고 지적했다.

그는 "법률에 의하면 동행명령을 발부할 수 없는 상황인데, 정부에서 성의를 보여야 한다"며 "대통령 가정교사이자 아시아인프라투자은행(AIIB) 부총재까지 했던 사람과 정부가 연결이 안되고 있다는 것을 누가 믿겠냐"고 비판했다.

증인으로 채택되지 않은 최경환 전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에 대해서는 "청문회에 나와야 할 사람이 성명서를 발표하는 것이 용납될 수 있냐"며 "최근 최 부총리와 만났을 때 '왜 자꾸 나를 부르려고 하냐, 내가 나가면 나를 칭찬할 수밖에 없어 야당이 곤란해진다'는 말을 했다. 칭찬을 받고 싶으면 이 자리에 나오라고 하라"고 강한 어조로 촉구했다.

이처럼 야당 측이 서별관회의 관련 자료를 제출할 것을 거듭 요구하자, 조경태 기획재정위원회 위원장은 관련 자료를 '제출'이 아닌 '열람' 형식으로 보는 방안을 추진하겠다고 밝혔다.

야당이 서별관회의에서의 대우조선해양 지원 논의 과정에 의혹을 제기한 것과 달리, 여당 의원들은 당시 상황에서는 '최선의 선택'이었다는 답변이 나오도록 질의를 이어갔다.

김선동 새누리당 의원은 임종룡 금융위원장에게 서별관회의를 통한 기업구조조정 성공 사례를 물었고, 임 위원장은 현대건설, 금호그룹 등의 사례를 거론했다.

그러자 김 의원은 "정부가 제대로 된 구조조정 결정을 하는 것이라면, 서별관회의가 청문회의 대상이 되거나 논란 대상이 되는 흐름은 앞으로의 구조조정에 지장을 받지 않나"라고 말했다. 사실상 이번 청문회의 취지에 동의하지 않는다는 발언인 셈이다.

이에 임 위원장도 "서별관회의는 경제 관련 주요 현안을 관련 기관이 논의하는 자리로, 어느나라에서나 공식, 비공식적 협조체체는 있다"며 "(서별관)회의는 반드시 있어야 한다"고 동조했다. 다만 "회의를 투명하게 하는 방안은 검토돼야 한다"고 덧붙였다.

유 부총리는 서별관회의 회의록과 관련해 "국가기록물 관리에 관한 법에 규정이 없는데, 향후에는 회의록을 작성하겠다"며 "후일에 공개하거나 요약으로 공개하는 방안을 고려하겠지만, 모든 회의를 있는 그대로 공개할 수는 없다"고 말했다.

▲ 사진=연합뉴스

◆ 정부 "대우조선 자금투입, 불가피한 결정" 한목소리로 반복

이날 경제부처와 금융당국의 수장으로 참석한 임 위원장과 유 부총리는 지난해 결정한 4조2000억원의 대우조선해양 지원안이 당시로서는 타당한 결론이었다는 답변을 일관되게 내놨다.

이날 유 부총리는 대우조선해양에 대규모 자금이 투입된 것과 관련해 "당시에 그 자금이 투입되지 않았다면 즉각적인 손실이 왔을 것"이라며 "당시로서는 그렇게 결정할 수밖에 없었다"고 말했다.

임 위원장은 "대우조선해양 정상화와 국책은행 정상화가 연결돼 있는 것으로, 대우조선해양을 정상화해야 하는 이유에는 국책은행의 부실화와 정책금융 차질을 막으려는 부분도 있다"며 "대우조선에 대한 산업은행과 수출입은행의 여신이 14조원 정도인데, 충당금은 1조원이 채 되지 않는다. 대우조선이 부도나면 13조에 달하는 충격을 일시에 반영한다"고 설명했다. 이어 그는 "그 충격을 방지하기 위해 대우조선해양을 살린 것"이라고 강조했다.

대우조선해양의 분식회계 의혹에 대한 공방도 이어졌다. 우선 유 부총리는 정부가 분식회계 가능성을 알고 지원했다는 의혹에 대해 "분식회계의 위험성이 있다고는 인식했다"고 답했다.

임 위원장은 "서별관회의에서 분식회계 의혹에 대해 보고했고, 그에 따라 감리를 하자고 협의가 됐다"며 "지난해 11월 금융감독원에서 바로 감리에 착수했다. 실사를 해서 구체적으로 분식 근거를 찾기 위해 진행한 것"이라고 부연했다.

법정관리 절차를 밟게 된 한진해운에 대한 질의도 잇따랐다. 특히 한진해운과 현대상선 중 하나만 살리기로 방향성을 설정했던 것 아니냐는 질의가 나오자, 유 부총리는 "그렇지 않았다"며 "가능하다면 두 회사가 회생토록 했겠지만, 원칙에 따라 결정한 결과 이렇게 됐다"며 "둘 중의 하나만 남기려는 방침을 정한 적은 없다"고 일축했다.

또 임 위원장은 현재 물류대란이 일어난 데 한진해운의 책임이 있다는 점을 거듭 강조했다. 임 위원장은 "(법정관리 전에) 물류 대응책을 마련하기 위한 정보를 채권은행을 통해 요청했으나, 전부 거부당했다"며 "이런 일들이 개인적으로 개탄스럽다. 회사 측이 법정관리 직전까지 화물을 실었는데, 정부가 철저히 관리해야 하는 측면도 있지만 기업의 부도덕도 반드시 지적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임 위원장은 해양수산부와 협의를 거쳐 해운산업의 전반적인 경쟁력 강화 방안을 이달까지 마련해 내달께 발표할 계획이라고 전했다.

아울러 홍 전 회장이 국책은행인 산업은행을 부실경영으로 이끌었다는 질타도 나왔다. 유 부총리는 홍 전 회장을 AIIB에 추천한 주체가 누구냐는 질문에 "한국인 4∼5인이 지원했고, 한국사람을 시켜달라고 요청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또 산업은행의 인사검증이 제대로 안되고 있다는 질타에 대해서는 "산업은행 회장도 인사 검증 과정을 거쳤으리라 생각한다"고 말했다.


이 시간 주요 뉴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