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승희 칼럼] 사드 논란, '이게 최선입니까'
[홍승희 칼럼] 사드 논란, '이게 최선입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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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파이낸스 홍승희기자] 사드의 한반도 배치를 받아들인 한국 정부는 국내외로부터 상당한 저항을 받고 있다.

국내적으로는 사드가 배치될 지역으로 낙점된 경북 성주는 군민들의 사드 배치 반대 촛불시위가 연일 이어지고 정치권은 정치권대로 여당과 야3당이 서로 입장을 달리하며 다투고 한편에서는 또다시 이념논쟁을 일으키려는 책동도 부분적으로 나타나기 시작했다. 그런가 하면 평소 이런 저항에 미동도 않던 박근혜 대통령이 대구 경북 초선의원들을 직접 만나 당위를 강조하고 나섰다.

국제적으로는 당장 그 어느 나라보다 중국의 반발이 그 어느 때보다 강력하다. 중국정부의 입인 인민일보는 사설에서 박근혜 대통령의 실명을 거론하며 비판했고 상용비자 발급 요건을 강화한다, 한류 콘텐츠를 제재한다는 등 다방면의 압박을 가하기 시작했다. 현재의 압력이 저강도 압박이라면 앞으로 고강도 압박이 가해질 경우 우리의 대응과 관련한 고민이 필요하고 그보다 앞서 중국내 여론몰이를 통해 중국 관광객의 발길을 돌리게 하는 것만으로도 한국 경제는 상당한 타격을 받을 수밖에 없을 것이다.

아직 중국보다는 강도나 속도에서 뒤처지지만 러시아의 반발과 저항도 상당한 수준으로 나아갈 것으로 보인다. 일단 비자 심사부터 강화하고 나서면 양국 관계는 자연스레 얼어붙을 수밖에 없을 것이고 향후 일본을 제치고 러시아와 직접 협상해야 할 유라시아 철도 건설 문제며 에너지 수송, 자원개발 문제 등 수많은 현안들이 뒤로 밀릴 위험성도 각오해야 한다.

물론 사드의 한반도 배치를 수락함으로써 미국 일본 등 기존 우방국들의 보다 강한 지지를 대가로 얻었지만 얻은 것과 잃은 것, 혹은 앞으로 잃을 것들 중 어느 것이 더 클지를 놓고 우려의 시선들이 적잖다.

더 큰 미래를 열어가기 위해 우리가 무엇을 취하고 무엇을 버릴 것인지 늘 고민하고 또 선택해 나가야겠고 이번 사드 한반도 배치 문제에 관해서도 정부가 충분히 고민했으리라 생각되기는 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어느 드라마의 대사처럼 ‘이게 최선입니까’라고 묻지 않을 수 없다. 북한의 미사일 위협에 불안한 심정도 온 국민이 공유하는 것이니 모를 리 없지만 꼭 사드여야 했는지 의문을 갖는 수많은 이들에게 정부가 그다지 친절한 설명을 하고 있지는 않기 때문이다.

아무리 정부가 대북 견제용 무기임을 강조해도 사드의 원래 목표를 번연히 알고 있는 주변국들이 그대로 믿어줄 리 없다는 것쯤은 우리 정부도 사전에 충분히 예상했을 일이다. 특히 미국과는 언제든 긴장관계로 돌입할 수 있는 중국과 러시아의 반발은 국제문제에 둔감한 이들이라도 알 수 있는 일이었다.

문제는 현재 우리가 경제적으로 상당히 어려운 처지에 놓여 있고 당장 중국시장이 막히면 별달리 대책을 찾기도 힘든 실정이라는 것이다. 아무리 경제가 다는 아니라 하더라도, 또 언젠가는 경제 외적인 외교적 결별의 시간이 올 수 있는 관계라 하더라도 당장의 먹거리 문제를 외면하고 먼 미래만을 얘기할 수도 없고 또 당장의 이해관계에만 매몰돼 미래를 생각하지 않을 수도 없는 일이다.

현재로부터 최소한 향후 몇 년간은 중국 시장 없는 우리 경제를 상상할 수 없다. 그런데 중국내 여론은 아직도 통제사회의 흔적이 강하게 남은 탓인지 정부가 원하는 방향으로 쉽게 끌려 다니는 모양새다. 그런 여론을 조금만 움직여도 한국 경제는 몸살을 앓을 가능성이 농후하다.

우리가 미국이나 일본과의 기존 우방국과 등 돌리고 살기도 힘들지만 그렇다고 중국이나 러시아를 포기하고 미래를 설계하기도 힘든 처지임을 정부도 물론 잘 알고 대비했으리라 믿는다. 그럼에도 불안하다.

성주군민들을 대하는 정부의 태도를 보면 문제를 결코 다각도로 보려 하지 않는 것같다. 군민들의 심정을 제대로 들으려 하기보다 내가 다 알고 있으니 나만 믿으라는 식으로 일방적으로 끌고 가려할 뿐만 아니라 미군기지가 들어서며 동네 문화가 바뀔 가능성이나 고압선, 대용량 발전기, 소음, 전략기지의 기밀 보호를 위한 군사보호구역 지정 가능성, 비행금지구역 설정 문제 등 다양한 문제는 다 덮어두고 오로지 전자파 문제만 거론하며 ‘괌에서 시험해보니 괜찮더라’고 설득하려 든다.

이런 외골수적인 좁은 시야로 대외관계에도 너무 안이한 대처를 하고 있지는 않은지 불안한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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