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인사이드] 20억 미지급보험금, 과징금은 1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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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툭하면' 과소지급 논란…당국, 과징금 확대 추진

[서울파이낸스 김희정기자] 보험사들의 보험금 과소지급 문제가 잇따르고 있지만 뚜렷한 해결방안이 마련되지 않고 있다. 특히 현재 운영 중인 과징금 기준이 실효성을 끌어올리기엔 역부족이라는 지적이 나온다.

이에 금융당국은 지난해 9월 발표한 금융분야 제재개혁 추진방안을 통해 보험사의 과징금 기준을 전체 수입보험료로 규정하고, 규모도 기존보다 10%p 늘리는 법안을 제출키로 했다.

28일 보험업계에 따르면 최근 금융감독원은 농협손해보험이 2012년 12월 20일부터 지난해 8월 24일까지 청구된 보험금 총 2억4300만원을 지급하지 않은 사실을 제재공시를 통해 밝혔다. 올해 상반기 보험금 과소지급으로 적발된 손보사 6곳(△삼성화재 △동부화재 △현대해상 △KB손보 △메리츠화재 △롯데손보)에 1곳이 추가된 것이다.

구체적으로보면 동부화재(9억1400만원)가 가장 많은 보험금을 지급하지 않았다. 이어 KB손보(2억4400만원), 농협손보(2억4300만원), 현대해상(2억700만원), 메리츠화재(2억400만원), 롯데손보(1억9100만원), 삼성화재(9000만원) 순으로 나타났다.

이들이 적발된 주된 이유는 약관에 기재된 것보다 보험금을 적게 지급했기 때문이다. 농협손보의 경우 사망보험금 전액을 지급하는 보험상품임에도 보험사 마음대로 보험금을 삭감해 문제가 됐다. 동부화재는 담당 주치의의 소견 또는 제3의료기관의 감정결과와 무관하게 보상 담당자가 임의로 보험금을 적게 지급했다.

보험사들은 계속되는 저금리와 보험 국제회계기준(IFRS4) 2단계 도입으로 나가는 돈을 줄이기 위해 보험금을 주는 기준이 까다로워졌다고 입을 모은다. A손보사 관계자는 "보험사·소비자·의료계 등 보험금을 둘러싼 다양한 이해관계자 집단이 존재하기 때문"이라며 "낸 보험료 만큼은 전부 돌려받아야 한다는 소비자 인식도 한 몫 한 것으로 보인다"고 귀띔했다.

문제는 보험사들이 지급하지 않은 보험금은 20억9300만원에 달하는 반면 과징금 수준은 현저히 낮은 1억1100만원에 불과하다는 점이다. 과징금을 모두 지급해도 19억8200만원은 보험사의 이익으로 남는 셈이다. 보험업법 196조에 따라 해당 보험계약의 연간 수입보험료 20% 또는 50%(특별이익 제공)만 과징금으로 부과되서다.

이에 대해 금융위원회 관계자는 "기본적으로 법원이나 법무부는 행정청이 과징금의 규모를 과하게 책정하는 것에 대해 부정적인 입장을 보이고 있다"고 했다. 행정청이 최고 3심을 거치는 법원의 판결보다 훨씬 단순한 과정으로 과징금을 책정하고 있다는 이유에서다.

이 관계자는 "다만 보험금 과소지급 문제는 과거 여러 차례 지적된 바 있어 이에 대한 문제점을 충분히 인식하고 있으며, 오는 9월 또는 10월 이를 개선하기 위한 법을 국회에 제출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 표=금융위원회

지난해 9월 금융위는 '금융분야 제재개혁 추진방안'을 발표, 올해 법제화를 추진 중이다. 과징금 기준금액이 과도하게 적은 경우 합리적 수준으로 인상하는 내용이 골자다. 특히 금융위는 '제재를 받은 해당 보험계약의 연간 수입보험료' 기준을 '전체 수입보험료, 2~3개연도 수입보험료 등'으로 인상하겠다고 했다. 과징금 수위도 기존 보다 10%p 늘릴 방침이다.

예컨데 보험계약자 등에 특별이익 제공했을 경우 현행은 해당 보험계약의 연간 수입보험료의 50%만 과징금으로 부과되지만 앞으로는 전체 수입보험료의 60%로 상향 조정하는 식이다. 금융위 제도개선 관계자는 "그간 금융권은 법 위반에 따른 부당이득은 막대한 반면 금전제재 수준은 선진국이나 국내 다른 산업분야에 비해 턱없이 낮은 수준이었다"고 꼬집었다.

그러나 이런 제재강화에도 보험사들의 보험금 과소지급 관행이 고쳐질 수 있을 지는 미지수다. 변혜원 보험연구원 연구위원은 "보험 설계사가 첫 판매과정에서부터 소비자가 보험상품을 '제대로' 이해 할 수 있도록 돕는 노력이 가장 시급하다"고 조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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