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 유통업계 대모의 날개없는 추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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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파이낸스 김태희기자] "가만히 앉아만 있어도 통장에 돈이 입금 돼"

술자리에서나 나올 법한, 소위 재벌이라 불리는 국내 대기업 오너들에 대한 얘기다. 최근에는 '덜미'가 제대로 잡힌 신영자 롯데장학재단 이사장이 호사가들의 안줏거리로 종종 등장한다.

신 이사장은 롯데면세점 입점 로비 의혹으로 검찰에 소환되면서 고개를 숙였다. 신동빈 롯데그룹 회장이 경영권 다툼으로 대국민 사과를 한지 채 1년도 되지 않은 시점이다.

신 이사장은 아들 장씨 소유의 회사 BNF통상을 내세워 롯데면세점, 롯데백화점 등 주요 유통채널에 입점을 원하는 업체들로부터 뒷돈을 챙긴 혐의를 받고 있다. BNF통상은 신 이사장 가족의 요술램프였던 셈이다.

검찰 조사 결과 신 이사장의 아들 장씨는 급여 명목으로 매년 100억원 이상씩 챙겨간 것으로 파악됐다. 또 이 회사의 수익 일부는 신 이사장의 딸들에게 흘러간 정황도 포착된 것으로 알려졌다. 신 이사장은 슬하에 1남 3녀를 뒀다.

사실 신 이사장은 한국 유통업계의 '여장부'로 불리며 주목받았던 인물이다. 신격호 롯데그룹 총괄회장의 첫째부인 고(故) 노순화씨와의 사이에서 태어난 롯데가(家) 장녀로 이복 동생인 신 회장보다도 15년 이상 앞서 경영수업을 받았다. 사건이 터지기 직전까지도 유통업계 '대모'로 존재감을 과시했다.

앞서 지난해 관세청 국정감사에서는 홍종학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이홍균 롯데면세점 전 대표에게 "신영자 씨가 롯데면세점에 출근하느냐"고 물었다. 이 전대표의 대답은 "아니오"였다.

호텔롯데 총 수익의 80%가 롯데면세점에서 비롯되는데 2014년 기준 임원 보수는 60억원이었다.

이어 홍 의원은 "면세점 활동하고 아무 관계없는 신영자 씨가 30억이나 되는 막대한 보수를 받아 갔다"며 "신격호 씨가 8억, 신동주 씨가 8억을 가져갔는데 이게 바로 한국 재벌체제의 문제"라고 지적했다.

신 이사장은 호텔롯데 외에도 부산롯데호텔, 롯데자이언츠, 롯데쇼핑, 대홍기획, 롯데건설, 롯데리아 등의 등기임원이기도 하다.

롯데제과(2.52%), 롯데칠성(2.66%), 롯데푸드(1.09%), 롯데건설(0.14%), 롯데쇼핑(0.74%), 코리아세븐(2.47%), 롯데정보통신(3.51%), 롯데카드(0.17%), 롯데알미늄(0.12%), 대홍기획(6.24%) 등의 지분도 보유하고 있다.

말 그대로 가만히 앉아있어도 통장에 돈이 쌓이는데 왜 뒷돈까지 챙겨야 했는지 서민들로서는 이해하기 힘든 대목이다. 논란이 한창인 롯데그룹의 비자금 혐의 또한 같은 맥락에서 이해불가의 영역이다.

일각에서는 경영일선에서 물러난 신 이사장의 자식 사랑(?)이 원인이 됐을 것이라는 얘기도 나오고, 이른바 정경유착의 고질적 병폐에 기인했다는 해석도 나온다. 원인이야 어찌됐던 해마다 반복되는 대기업 오너들의 불편한 뉴스를 언제까지 목도해야할지 답답할 따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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