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리츠화재, 업계 첫 '거점점포 전략' 성공할까
메리츠화재, 업계 첫 '거점점포 전략' 성공할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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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점·인력 줄여 효율 극대화…노조 반발 등 내홍 조짐

▲ 사진=메리츠화재

[서울파이낸스 김희정기자] 메리츠화재가 중장기 생존전략 차원에서 초대형 거점점포를 도입한다. 이를 통해 중간 관리자급 인원을 대폭 줄이는 등 영업효율을 극대화 한다는 방침이다. 국내 보험업계에서는 첫 시도인만큼 성공 여부에 비상한 관심이 쏠리고 있다.

29일 보험업계에 따르면 메리츠화재는 내달부터 12개 지역본부를 없애고 현재 운영 중인 지점 221개를 102개로 통·폐합한다. 이 과정에서 중간 관리자급 인원 상당 규모를 희망퇴직을 통해 내보낼 계획이다.

메리츠화재의 이같은 전략은 동일 계열사인 메리츠종합금융증권의 성공방식을 벤치마킹 한 것으로 풀이된다. 기존 본사→지역본부→영업지점으로 이어지던 2단계 조직구조가 본사→영업지점으로 단순화되는 것으로, 김용범 사장이 메리츠종금증권 사장으로 재직하던 시절 큰 성과를 거두기도 했다.

실제로 지난 2012년 메리츠종금증권은 초대형 거점점포 전략을 내세우며 기존 32개 점포를 20개로 통폐합했다. 2014년에는 점포 수를 초대형 거점 5개로 축소하면서 임대료 등 비용을 최소화했다. 절약된 비용의 상당부분은 직원들의 성과급으로 지급됐다.

이에 힘입어 지난해 메리츠종금증권은 영업이익 4051억원과 당기순이익 2873억원을 각각 기록, 창사 이래 최대 실적을 냈다. 철저한 성과주의 도입으로 핵심 인력들을 대거 영입해 이뤄낸 성과라는 평가가 주를 이룬다. 초기 이같은 전략의 부작용을 우려했던 경쟁사들도 메리츠종금증권의 전략을 속속 벤치마킹 하고 있다.

메리츠화재 관계자는 "상위 관리 조직 없이 본사와 점포가 바로 소통해 신속성과 자율성을 높인다는 전략"이라며 "관리조직 축소를 통해 절감되는 운영비는 보험료 인하, 설계사 영업 수수료 재원으로 활용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하지만 초대형 거점점포 도입 과정에서 적잖은 진통도 예상된다. 벌써부터 메리츠화재의 다음 행보는 전문 인재 영입과 철저한 성과주의 급여체제 도입이라는 관측이 나온다. 메리츠화재 측도 전속 설계사 조직의 경쟁력을 높이는 선순환 구조를 구축, 대형사들과 차별성을 갖춰 나가겠다는 복안을 내비치고 있다.

이는 장기보험 판매가 성숙기에 접어든 상황에서 기존의 전통적인 보험영업 조직을 그대로 가져가기보다 '새 판'을 짜야 한다는 공감대가 형성됐다는 이유에서다. 이병태 KAIST 경영대 교수도 "과거에서부터 내려 온 경직된 기업 문화는 자유로운 의사 결정이나 경쟁력 강화에 악영향을 미치고 있다"고 지적했다.

문제는 대규모 희망퇴직 및 급여체계 변경에 대한 직원의 거센 반발이다. 메리츠화재 노동조합은 성명서를 통해 "임직원을 소모품과 비용으로만 보고 있는 경영진단은 적절하지 않다"며 "조직과 조직을 합치면 2가 아닌 1도 되지 않을 수 있다"고 주장했다.

노조는 내달 5일까지 메리츠화재 본사 앞에서 희망퇴직을 반대하는 집회를 벌일 예정이다.

이에 대해 권인수 세종대 경영학 교수는 "효율성을 고려해 인위적으로 조직을 바꾼다 해도 내재된 관료주의적인 사고를 타파하기엔 한계가 있다"며 "전통적으로 보수적인 속성이 가장 강한 회사(보험사)들은 각 구성원들의 가치관을 충분히 고려하는 방안도 생각해 봐야한다"고 조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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