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 방수처리 잘된 독이라도 깨지면 그만
[기자수첩] 방수처리 잘된 독이라도 깨지면 그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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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파이낸스 황준익기자] "밑 빠진 독에 물 붓기 아니냐는 시각과 지적이 있지만 대우조선은 방수처리가 잘 된 독입니다"

지난 3월 정성립 대우조선해양 사장이 기자간담회에서 남긴 말이다.

조선업 구조조정의 핵심인 대우조선을 놓고 여론의 분위기는 싸늘하다. 지난 2000년 산업은행이 최대주주로 올라선 이후 수조원이 넘는 국민 혈세가 투입됐지만 적자 규모가 줄어들기는커녕 오히려 부실만 커졌기 때문이다.

지난해 말 대우조선은 4조2000억원에 달하는 공적자금을 받았지만 또 다시 지원을 기다리고 있는 처지에 놓였다.

대우조선은 2013~2015년 3년 연속 영업적자를 기록했고, 특히 2015년 3조원대의 손실을 한꺼번에 드러냈다. 영업 이익을 냈다고 공시한 2013년과 2014년 실적을 정정하면서 회계 부실이란 지적도 받았다.

부채비율은 지난해 말 기준 7300%에 달해 국내 30대 그룹 중 1위고, 올 1분기 흑자 전환을 자신했던 대우조선은 조선 빅3 중 유일하게 적자를 이어갔다.

밑 빠진 독에 물 붓기라는 비판을 스스로 증명한 셈이다. '좀비기업'으로 전락한 대우조선을 인수할 기업이 있을 리 만무하다. 자구안 규모가 5조원으로 알려진 가운데 과연 대우조선이 자회사 매각과 인력 감축 등으로 유동성을 확보할지도 의문이다.

채권단과 정부는 대우조선이 문을 닫으면 대규모 실직자 발생과 국가 경제에 미치는 영향을 우려해 반드시 살려야한다는 입장이다.

하지만 혈세로 연명한 대우조선의 현재 상황은 어떠한가? '정피아'와 전임 사장들의 부실 경영 논란만 커졌음에도 정작 책임지는 사람은 없다.

조원대 혈세를 투입해 기업을 살리려면 마땅한 명분이 있어야 한다. 나아가 현 위기에 대한 책임 소재를 명확히 하고 책임을 묻는 것 역시 뒤따라야 한다.

2013년 4월 자율협약에 들어간 이후 약 4조5000억원의 공적자금이 투입됐지만 최근 법정관리를 신청한 STX조선해양 사례는 시사하는 바가 크다.

정 사장 말 처럼 아무리 방수처리가 잘된 독이라도 부실하게 다뤄서 깨지면 물을 담을 수 없다는 사실을 명심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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