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공기업 성과연봉제 '불길', 은행권으로 확산
금융공기업 성과연봉제 '불길', 은행권으로 확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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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융노조 "민간에 압박 시작"…IBK기업銀이 기준점 될 듯

▲ 사진=서울파이낸스DB

[서울파이낸스 정초원기자] 정부 산하 9개 금융공공기관이 내년부터 성과연봉제를 적용하기로 결정한 가운데, 이제는 성과주의를 둘러싼 불길이 시중은행 쪽으로 옮겨 붙는 모습이다.

특히 임종룡 금융위원장이 "성과연봉제를 전 금융권으로 확대해야 한다"고 독려함에 따라, 그간 금융공기업을 중심으로 일었던 노사 갈등이 전체 금융권으로 번질 조짐이다.

2일 금융권에 따르면 금융산업사용자협의회와 전국금융산업노동조합는 이날 오후 서울 중구 은행회관에서 2차 임금단체협상 교섭을 진행했다. 지난달 23일 진행된 교섭의 경우 노사 양측 대표가 처음 만나는 '상견례' 차원이었다는 점을 감안하면, 올해 임단협에 대한 서로의 입장을 본격적으로 교환하는 자리는 이번이 처음인 셈이다.

사측 대표로는 하영구 은행연합회장과 함영주 KEB하나은행장, 박종복 SC제일은행장, 손교덕 BNK경남은행장 등 4명이 참석했다. 노조 측에서도 김문호 금융노조위원장을 포함한 4명이 대표교섭위원으로 참석했다. 이번 교섭은 사용자협의회를 탈퇴한 7개 금융공공기관 외에 민간 금융사 27개사를 중심으로 이뤄진다.

현재 민간은행들도 성과연봉제 도입을 올해 임단협 주요 요구안으로 내세우고 있어, 노사 교섭은 적잖은 난항을 겪을 것으로 보인다. 사용자협의회는 성과연봉제와 임금동결, 신규직원 초임 하향 조정, 저성과자 관리방안 등을 요구안에 포함시켰으며, 금융노조는 임금 4.4% 인상과 성과주의 임금제도 금지, 성과평가에 따른 징벌 금지 등으로 맞섰다.

이날 임종룡 금융위원장의 발언도 '성과연봉제 화두'가 민간은행으로 번지는 데 불을 지피고 있다. 임 위원장은 "금융공공기관들이 진통끝에 성과연봉제를 도입한 만큼, 이를 모델로 전 금융권에 (성과연봉제가) 확산되길 기대한다"며 "민간은행이나 금융유관기관은 성과보수 비중, 호봉제 여부, 평가 방식 등 보수체계가 현행 금융공공기관 수준에도 미치지 못한다"고 지적했다.

이와 관련 금융노조 관계자는 "임 위원장의 발언을 시작으로 금융당국이 압박에 나설 것"이라며 "시중은행들도 금융공공기관처럼 노조와의 합의 없이 이사회 의결을 강행하는 식으로 성과연봉제를 도입할지는 아직 판단하기 어렵지만, 당국이 어떤 방식으로든 금융사들을 압박할 것으로 예상된다"고 말했다.

이미 민간은행들은 성과연봉제 논의를 본격화하기에 앞서 애벌작업에 나선 상태다. 최근 은행연합회는 시중은행의 개인별 성과평가지표를 개발하기 위해 컨설팅 업체와 외주 계약을 체결했다. 컨설팅 결과는 1~2개월 안으로 나올 예정이다. 은행연합회 관계자는 "KDB산업은행, 수출입은행 등 금융공공기관을 제외한 14개 사원은행이 모두 참여했다"고 설명했다. 

IBK기업은행의 경우 국책은행 중에서도 시중은행과 가장 비슷한 임금체계를 갖고 있어, 향후 다른 민간은행들이 성과연봉제를 도입할 때 일종의 '기준점' 역할을 할 것으로 보인다. IBK기업은행은 지난달 성과연봉제 도입 초안을 직원들에게 공개했다. 금융위 권고안과 컨설팅 업체 용역 결과를 바탕으로 차등폭을 비롯한 대략적인 틀은 마련한 상태지만, 구체적인 성과평가방식은 확정하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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