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험금 때문에 자살?…'2년' 면책기간 도마위
보험금 때문에 자살?…'2년' 면책기간 도마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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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험사들 "자살증가 원인"…소비자단체 "억지 주장"

[서울파이낸스 김희정기자] 자살보험금 논란이 보험업계 최대 화두로 떠오르면서 자살 면책기간에 대한 관심도 덩달아 커지고 있다. 약 40년 전 도입된 면책기간 2년이 최근 빠르게 늘어가는 자살률과 무관치 않다는 주장과 함께, 기간 조정이 소비자보호 원칙을 훼손할 수 있다는 우려가 교차한다.

31일 보험업계에 따르면 생명보험(종신보험 기준)은 계약자가 자살로 사망했을 경우에도 2년의 면책 기간을 넘기면 일반 사망으로 보고 보험금을 지급한다. 이는 생명보험 본연의 기능인 사망을 보장하기 위한 것으로, 2년 동안 고액의 보험료를 낸 가입자가 보험금을 타기위해 자살하는 경우는 적다는 판단에 따른 것이다.

하지만 자살 면책기간 2년이 현실을 제대로 반영하지 못하고 있다는 주장이 나온다.  지난 1979년 금융당국은 생명보험 표준 약관을 처음 개정하면서 자살 면책기간을 기존 1년에서 2년으로 연장한 바 있다. 이에 보험업계에서는 자살 면책기간 재조정 논의가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A생보사 관계자는 "경제개발협력기구(OECD) 국가 중 자살률 1위라는 불명예를 안고 있는 만큼 과거 결정된 면책기간이 바뀌어야 되지 않겠냐"며 "국가가 자살을 막기 위한 근본적인 대책을 마련하지 못하는 상황에서 (극단적으로 말해) 보험사들이 자살 보장을 떠안고 있는 실정"이라고 말했다.

B생보사 관계자는 "보험 가입 사망자의 4%가 자살로 사망했으며, 이는 결코 적은 수치가 아니다"라며 "과거 IMF 외환위기 때처럼 거액의 보험금을 노리고 자살하는 사례가 아예 없다고 보기에는 어렵다"고 말했다.

업계는 자살률과 사망보험금을 연계시켜 자살 면책기간이 연장 또는 폐지되면 자살률을 낮출 수 있다고 주장한다. 짧은 면책기간이 자살을 방조하거나 유도하는 작용을 할 수 있으며 이 기간이 늘어날수록 자연적으로 자살도 줄지 않겠냐는 논리다.

사실 자살면책 기간에 대한 논의는 업계 내에서도 수년을 끌고 온 난제다. 생보협회와 금융위원회가 관련 검토를 계속해 왔지만 진척이 없다. 금융위, 금감원, 보험사, 학계, 소비자단체 등 관계자들의 생각이 첨예하게 갈려서다.

이기욱 금융소비자연맹 사무처장은 "몇 차례 논의에도 기간 조정이 무산된 이유는 소비자 보호 원칙이 깨질 수 있다는 우려가 지배적이었기 때문"이라며 "보험금 지급이 자살을 방조한다는 논리는 보험사 '수익성'을 보호하기 위해 꿰어맞춘 억지주장"이라고 꼬집었다.

김은경 한국외대 교수는 "스웨덴은 자살 면책기간을 한정 지어놓지 않았지만, 이는 오히려 자살을 해도 보험금을 준다는 의미"라며 "복지적인 측면에서 유족 보장 기능을 강조하는 한편, 자살이 우울증 등 정신적인 차원에서 행해지는 특성이 강하다는 판단에 따른 것"이라고 말했다.

감독당국은 자살 면책기간 연장이 자살을 막을 수 있다는 상관관계는 입증되지 않았다는 뜻을 분명히 밝혔다. 실무적으로도 타살이나 자살이냐를 정확하게 가리기 어렵고, 보험사가 이를 악용해 분쟁이 발생할 소지도 높다고 보고 있다.

조남경 금감원 보험감리실 팀장은 "표준약관이 폐지되더라도 소비자 보호 측면에서 중요한 사항은 감독규정이나 시행세칙에 규범화 시킬 예정"이라며 "아직 논의 단계는 아니지만 자살 면책기간이 여기 포함될 가능성이 높다"고 재차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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