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重 "졸라매고, 쥐어짜고"…깊어지는 노사 갈등
현대重 "졸라매고, 쥐어짜고"…깊어지는 노사 갈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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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현대중공업은 인력 감축, 자산 매각 등으로 허리띠를 졸라매고 있지만 깊게 패인 노사갈등의 골은 메워지지 않고 있다. (사진=현대중공업)

[서울파이낸스 황준익기자] 수주 절벽에 직면한 현대중공업의 활로모색이 여전히 안개 속이다.

현대중공업은 인력 감축, 자산 매각 등으로 허리띠를 졸라매고 있지만 깊게 패인 노사갈등의 골은 메워지지 않고 있다. 노사 간의 대립이 현대중공업 구조조정의 발목을 잡고 있다는 평가도 나온다.

27일 업계에 따르면 현대중공업 노조는 대량해고 중단을 위해 분과별로 아침 출근투쟁 및 점심시간 선동투쟁을 벌이고 있다.

현대중공업이 사무직 과장급 이상을 대상으로 받았던 희망퇴직을 생산직 기장급 이상으로 확대하면서다.

노조는 "이번 희망퇴직을 가장한 대량해고 사태는 분명한 원칙이 없다"며 "숙련 노동자를 회사 밖으로 쫓아내 조선경기 호황 시기가 오면 어떻게 물량을 처리할 것"이냐고 주장했다.

최근에는 현대중공업이 조선사업부에서 제작하던 곡블록 물량 일부를 이달 초부터 하청업체에 맡겨 생산하자 노조는 "직영 물량의 외주화는 충분한 협의를 통해 논의해야 한다"며 물량 외주화와 인력 구조조정을 중단하라고 촉구했다.

현대중공업 관계자는 "비용을 줄이기 위해 주말·휴일특근이 폐지되면서 일감이 몰린 부서가 납기를 맞추려고 일부 물량을 하청업체에 맡긴 것으로 안다"며 "이는 과거에도 있었던 관행적인 작업 방식"이라고 말했다.

현대중공업은 평일 오후 5시부터 6시까지 시행되던 고정 연장근무를 오는 7월1일부터 폐지한다. 이달 초부터 연장 및 휴일근로도 없앴다.

현대중공업 노사 간의 갈등은 어제 오늘일 아니다. 지난해 1조5000억원의 적자를 낸 상황에서도 노조는 기본급 인상, 성과급 지급, 인력 충원 등을 요구하기도 했다.

적자의 원인이 노조에게만 있는 건 아니지만, 그동안 고비용·저효율이라는 비판에서 자유로울 수 없다고 업계는 지적한다. 현대중공업 평균 연봉은 지난해 기준 약 7827만원으로 업계 1위다.

현대중공업이 구조조정을 통해 인력을 감축하고 물량을 외주로 돌리는 것은 경영합리화를 위해서다. 특히 현대중공업은 경영효율화를 위해 일부 사업에 대한 분사도 검토하고 있다.

업계 관계자는 "현대중공업이 경영정상화를 위해 몸집을 줄이고 있지만 노조 역시 이에 맞는 모습을 보여줄 의무가 있다"며 "조선업계 노조에 대한 여론이 좋지 않은 건 임금이 높아서가 아니다. 회사를 살리려는 의지가 보이지 않고 자기 밥그릇만 생각하는 모습을 보여 왔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이어 "현대중공업이 조선 빅3 중에서 가장 자체적으로 구조조정에 나서는 모습이지만 노조와의 갈등으로 그런 부분들이 상쇄되는 측면이 있다"고 덧붙였다.

또 다른 관계자는 "조선업 침체로 현대중공업이 경영악화를 벗어나지 못하고 있는 가운데 노조와의 갈등 역시 매년 벌어지고 있다"며 "노사 대표들이 새해가 되면 대화와 타협을 강조하지만 그때뿐"이라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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