은행株, 거센 구조조정 바람에도 '이상 無'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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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KRX은행업지수 1~4월 추이. (자료 = 한국거래소)

증권가 "시중은행 부실채권 위험노출 적어"
우리銀·하나금융 '러브콜'
기업은행 '울상' 

[서울파이낸스 차민영기자] 정부 주도의 부실산업 구조개편이 본격화되는 가운데, 관련 은행들의 주가가 시장 우려에도 불구하고 안정적 흐름을 유지하고 있다. 대형은행들이 1분기 '깜짝 실적'을 공개하며 신용위험 전이 우려를 희석시킨데다, 외국인 자금 유입이 주가의 하방경직성을 뒷받침하고 있다.

27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KRX은행업지수는 전장 대비 6.6p(1.01%) 낮아진 649.69로 장을 마감했다. 지수는 4월 한달 간 8.4%의 상승률을 기록해 시장수익률을 6.1%p 가량 상회했다. 시장 우려 속에서도 지난 3월에 이어 2달 연속 큰 폭의 초과수익을 올린 셈이다.

앞서 시장 안팎에선 조선해운업 등 부실산업에 대한 구조조정이 본격화될 경우 시중은행에 리스크가 전이될 것이란 관측이 대두됐다. 은행들이 조선해운에너지 등 경기민감주의 부실채권을 대량 보유해 위험노출(익스포져)이 높을 것으로 예상됐기 때문이다.

국제 신용평가사 무디스도 지난 14일 국내 은행들의 신용등급 전망을 '안정적'에서 '부정적'으로 하향 조정한 바 있다. 무디스는 "올해 한국 은행들이 수출부진과 구조조정 위험에 노출돼 자산건전성과 수익성 면에서 어려움에 직면할 것으로 진단했다"고 사유를 밝혔다.

증권가에선 이 같은 주가 흐름이 우호적인 증시 환경, 대형은행 4개사의 1분기 어닝서프라이즈(시장 기대치를 상회하는 실적) 발표, 익스포져 우려 감소가 맞물린 결과라는 진단을 내놨다. 특히 1분기 실적 안도감에 방점이 찍혔다.

박진형 유안타증권 연구원은 "지난 3월 원·달러 환율 하락 이후 외국인 수급이 매수 우위를 이어 나갔다"고 진단했다. 통상 달러 대비 원화의 강세 흐름은 외국인 입장에서 투자 프리미엄을 높이는 요인으로, 전반적으로 우호적인 유동성 환경이 조성됐음을 의미한다.

박 연구원은 "대형 4개사(신한·KB·우리·하나)의 1분기 실적이 컨센서스를 대폭 상회하며 주가에 긍정적으로 작용했다"고 분석했다. 실제 시가총액을 기준으로 비중이 결정되는 은행업지수에서 이들 4개사가 차지하는 비중은 무려 78.23%에 육박했다.

지난 21~22일에 몰린 대형은행들의 1분기 실적잔치는 개별 종목들에 대한 시장 평가도 뒤바꿔놨다. 작년 말 소매금융과 중소기업금융채권(중금채) 실적을 업고 안정적인 주가 흐름을 보인 기업은행이 약세 전환했고, 하나금융지주와 우리은행 등은 외국인 중심의 자금 유입에 힘입어 상승세다. 특히, 하나금융지주는 27일 이날 장중 불거진 두산인프라코어차이나(DICC) 투자 리스크로 급락 마감했음에도 외국인들의 매수세가 지속됐다.

은경완 LIG투자증권 연구원은 "기업은행은 통상 기관 매수가 많은데, 은행 주가가 많이 오르면서 차익실현 매물이 출회했을 것"이라며 "우리은행과 하나금융지주의 경우 경기민감주에 대한 익스포져가 높아 실적이 좋지 않을 것이란 우려에 주가가 많이 내렸는데, 둘 다 충당금 적립을 통해 어닝서프라이즈를 기록하면서 기관 차원에서 포트폴리오 교체가 실시된 것으로 관측된다"고 진단했다.

김인 유진투자증권 연구원도 "KB금융, 우리은행은 시장 예상치 이상으로 실적이 잘 나왔고, 성장성과 순이자마진(NIM) 등 질적으로 둘 다 좋았다"며 "하나금융지주도 예상보다 실적이 좋았고, 이자 부분 등이 특히 좋았다"고 진단했다. 이어 "반면 기업은행은 기대감이 없다는 게 주가 부진의 원인"이라며 "(실적이) 시장 컨센서스(추정치 평균) 자체에는 부합하겠으나 이를 상회할 것으로 보이진 않는다"고 덧붙였다.

이와 함께 현대상선과 한진해운에서 시작돼 국내 부실산업 전반으로 확대된 신용위험 우려가 희석된 것도 호재로 작용했다는 분석이다. 김인 연구원은 "한계기업과 대기업 대출 부실에 대한 우려에도 불구하고 (은행들의) 익스포져가 미미하고 선제적 충당금 적립으로 실질적으로 실적 둔화 우려가 크지 않다"고 평가했다.

한편, 기업은행은 오는 28일 1분기 연결 기준 잠정실적을 발표할 방침이다. 다음달에는 JB금융지주(4일)와 DGB금융지주(9일)가 성적표를 공개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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