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發 구조조정에 건설업계 '살얼음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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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3개 좀비기업중 9개사 건설·건자재 관련 기업

[서울파이낸스 나민수기자] 최근 정부가 해운·조선업에 대한 강도 높은 구조조정을 예고하면서 공급과잉으로 저가 수주가 만연한 건설업계도 칼바람을 피할 수 없을 것이란 불안감이 확산되고 있다.

26일 업계에 따르면 정부는 이날 기획재정부와 금융위원회 등 관련 부처가 참여하는 산업·기업 구조조정 협의체를 열고, 그동안 구조조정 현황을 점검하고 추가지원 방안 등을 논의했다.

정부는 부실기업 구조조정을 해당 기업과 산업의 상황에 따라 3가지 트랙으로 추진할 계획이다.

임종룡 금융위원장은 "경쟁력 없는 산업과 기업은 경쟁력을 보완하거나 시장에서 퇴출하는 등 구조조정을 통해 새로운 산업구조로 변화하는 것이 한국경제의 명운을 좌우하게 된다"며 "사즉생의 각오로 나서겠다"고 말했다.

건설업계는 이번 구조조정 방안에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이번엔 칼날이 비켜났지만 일찌감치 5대 취약 업종(조선·해운·건설·철강·석유화학)에 포함된 데다 상당수 건설사들이 영업이익으로 이자 비용조차 감당할 수 없는 상황에 처해 있기 때문이다.

전자공시시스템에 따르면 국내 500대 기업 가운데 33개 기업은 3년째 영업이익으로 이자비용을 감당할 수 없는 상황에 처한 '좀비기업(한계기업)'인 것으로 나타났다.

이들 좀비기업 중 건설·건자재 관련 기업이 9곳으로 △SK건설 -5.02~0.15 △두산건설 -1.05~0.33 △동부건설 -1.00~-1.90 △경남기업 -3.51~-2.08 △KCC건설 -3.23~-7.69 △쌍용건설 -4.45~-29.65 등이다.

이자보상배율이란 기업의 채무상환능력을 나타내는 지표로 영업이익을 이자비용으로 나눈 값이다. 1보다 작을 경우 벌어들인 돈으로 이자조차 갚지 못한다는 의미다.

통상 1 미만이면 잠재적 부실기업으로 보고 3년 연속 1 미만을 기록하면 좀비기업으로 간주한다. 영업손실을 내게 되면 이자보상배율이 마이너스(-)로 나타난다.

이처럼 대형 건설사들까지 영업이익이 이자비용에도 미치지 못하는 가장 큰 이유는 수익성 악화다. 지난해 주택경기가 반짝 호황을 누리면서 잠시 활력을 되찾는 듯했지만 계속되는 저유가에 지난해 해외건설 시장에서 고전하며 건설업계의 구조조정 요구도 커지고 있는 상황이다.

전통적인 수주 텃밭이었던 중동 산유국 발주처들이 재정난을 겪으며 발주 물량을 축소하거나 발주 자체를 연기해 수주 급감으로 이어졌다.

해외건설협회에 따르면 올해 1분기 해외건설 수주액은 112억7200만 달러로 작년 1분기 132억7800만 달러에 비해 15% 감소했다. 4월 수주액은 19일 현재 113억2442만달러로 이는 전년 동기(28억2250만달러)보다 46% 줄어들었다.

이에 정부는 국내에서 구조조정을 지속 추진하는 한편, 해외에서는 최근 국제제재가 풀린 이란 등지에 진출해 새로운 먹거리를 확보하기 위한 민·관 협력 인프라사업, 투자개발형 사업과 같은 고부가가치 사업을 지원한다는 방침이다.

업계 관계자는 "지난해 상당수 건설사들은 국내 주택시장 호황을 누렸지만 해외 프로젝트에서 손실을 입으며 경영에 어려움을 겪었다"며 "때문에 일부 건설사들은 비상경영 체재를 선포하고 핵심 자산을 매각 하는 등 자구 노력을 펼치고는 있지만 유동성 위기에 빠진 업체들은 워크아웃 등 구조조정이 불가피할 것으로 전망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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