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점] 정부發 해운업 구조조정 '초읽기'…강도는?
[초점] 정부發 해운업 구조조정 '초읽기'…강도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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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현대 유니티호. (사진=현대상선)

[서울파이낸스 황준익기자] 유일호 경제부총리가 해운업계에 대한 구조조정 칼을 뽑아 들었다. 야당까지 기업 구조조정에 동의하면서 급물살을 타고 있다.

해운업계의 반응은 차갑다. 그동안 정부가 주도해온 구조조정은 실질적인 효과를 거두지 못했고, 자체적으로 경영쇄신에 돌입한 상황에서 정부가 나서 오히려 상황이 더 악화되는 것 아니냐는 지적이다.

24일 해운업계에 따르면 유일호 경제부총리는 최근 공식선상에서 "해운업 구조조정 신속하게 추진해 나가겠다", "해운사 구조조정 직접 챙기겠다" 등 해운업 구조조정에 대한 강도높은 발언을 쏟아냈다.

2008년 세계금융위기 이전 해운업은 호황을 누렸다. 중국 경제가 급성장 하면서 해운 수요가 늘고 운임 역시 오르면서다. 높이 치솟은 수요를 맞추기 위해 국내 양대선사인 한진해운과 현대상선은 선박까지 빌려가며 운항에 나섰다.

하지만 세계 경기가 고꾸라지면서 해운업은 직격탄을 맞았다. 물동량은 감소하고 선박은 넘쳐났다. 유가 급등과 운임하락, 제때 내지 못한 용선료는 해운사 적자의 주범으로 전락했다.

업계 관계자는 "2008년 9월 세계금융위기 이후 운임하락, 유가 급등, 유동성 부족 등의 3중고로 경영난이 심화됐다"며 "해운관련 지수는 연일 사상 최저치를 경신했다"고 말했다.

한진해운과 현대상선은 경영난에 시달리자 자산매각 등으로 경영정상화를 꾀하고 있지만 업황 부진 여파로 실질적인 성과는 거두지 못하고 있다.

현대상선은 2013년 12월 고강도 자구안을 마련해 현대증권 매각, 벌크선사업부 매각 등을 단행했다. 최근에는 산업은행 등 채권단과 조건부 자율협약을 맺었다. 한진해운 역시 부산신항만 터미널, 영국 런던 사옥 등을 처분하며 유동성 확보에 힘을 쏟았다.

▲ 한진해운, 현대상선 자구안 이행 상황. (표=현대상선, 한국신용평가)

업계에서는 정부와 채권단의 무리한 구조조정 압박으로 '알짜배기' 자산을 매각해 해운산업의 경쟁력 약화를 우려하기도 했다.

더욱이 이동걸 산업은행 회장은 지난달 조양호 한진그룹 회장을 만나 경영권 포기 등 정상화 방안을 요구하고 나섰다. 결국 조 회장은 지난 22일 한진해운의 경영권을 포기하고 회사를 채권단 자율협약에 맡기기로 했다.

정부가 구조조정에 대한 압박을 가하고 있지만 뚜렷한 대책은 내놓지 못하고 있는 상황이다.

해운업계 관계자는 "해운업에 대한 정부의 구조조정은 결국 한진해운과 현대상선의 합병이 아니겠냐"며 "여론 역시 합병에 무게가 실리지만 시너지 효과는 없다"고 잘라 말했다.

합병으로 인한 시너지 효과가 나려면 각 선사만의 차별화된 경쟁력이 있어야 하는데 두 선사는 항로, 서비스 등에서 겹친다는 지적이다.

이 관계자는 "선사가 경쟁력 있는 선박을 갖고 있어야 하는데 그렇지 못해 합쳐도 큰 효과가 없다"며 "오히려 화주들 입장에서는 운임만 올라가는 부작용이 발생할 것"이라고 말했다.

결국 정부의 구조조정 칼날이 날카로워 지려면 금융 중심이 아닌 산업 경쟁력을 끌어올리는데 초점을 맞춰야한다. 그동안 정부는 은행 등 채권단 부실을 막기 위한 구조조정 정책을 펼쳐오면서 해운사 경쟁력 강화에 소홀했다는 평가를 받는다.

한종길 성결대 동아시아물류학부 교수는 "정부에서 해운업을 살리려고 하는 건 좋지만 너무 초보적인 입장"이라며 "외국의 채권자들이 현대상선 한진해운에 서비스에 대한 현금결제를 요구하고 나오면 그때는 답이 없다"고 우려했다.

이어 "확실한 컨트롤타워를 세우고 금융 중심이 아닌 해운 경쟁력을 키워 해운사가 직접 은행에서 대출받을 수 있도록 해야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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