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 '깜깜이' 크라우드펀딩
[기자수첩] '깜깜이' 크라우드펀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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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파이낸스 차민영기자] "최근 방송 등 대중매체들이 크라우드펀딩에 부쩍 관심을 표하고 있습니다. 저희로선 기쁜 일이지만 충분한 홍보효과를 기대하기 어려운 게 현실입니다. 펀딩 기업에 관한 내용이 조금이라도 노출되면 광고규제를 위반하게 되기 때문입니다."

최근 여의도 증권가에서 만난 크라우드펀딩 중개업체 관계자의 말이다. 그는 '스토리텔링'을 강조하는 크라우드펀딩과 '재미'를 추구하는 방송의 만남이 충분한 시너지효과로 이어지지 못하고 있다며 아쉬움을 토로했다. 무엇보다 증권형 크라우드펀딩에 대해 큰 아쉬움을 나타냈다.

이같은 업계 고충처럼 시행 석달째를 앞두고 있는 크라우드펀딩 제도는 좀처럼 일반 대중과의 거리감을 좁히지 못하고 있다. 실제 시행 첫날인 지난 1월25일부터 이날 15일까지 크라우드펀딩 투자자 분포를 보면 30~40대 남성 비중이 전체(694명)의 58.5%에 달했다. 다양한 연령대로부터 소액 공모 바람을 일으키겠다던 금융당국의 당찬 포부가 다소 무색해지는 대목이다.

이처럼 특정 계층의 쏠림현상이 발생한 데는 크라우드펀딩 노출 통로가 지나치게 제한돼 있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현행 자본시장법에 따르면 증권형 크라우드펀딩의 투자광고 주체는 중개업체와 발행기업으로 한정된다.

투자광고도 중개업체의 인터넷 홈페이지에만 허용된다. 일반인이 개인 사회적연결망(SNS)이나 블로그를 통해 펀딩 실시 기업을 알리기만 해도 1년 이하의 징역 또는 3000만원 이하의 벌금을 받을 수 있다. 일반 대중들로서는 '알맹이'가 없는 극히 제한된 정보만 접하고 있는 셈이다.

이에 증권가에서도 과도한 투자광고 규제에 대한 개선이 필요하다는 주장이 제기돼 왔다. 천창민 자본시장연구원 연구위원은 최근 보고서에서 "(SNS 등 일반인 처벌 규제에 대해) 이는 선의의 일반인을 범법자로 만들 수 있어, 규제 목적과 규제 수단이 비례하지 않는 문제가 있다"고 지적하기도 했다.

물론 크라우드펀딩 산업이 초기단계라는 점에서 유사수신 등 불법 금융행위를 우려하는 금융당국의 입장을 이해 못하는 바는 아니다. 다만 크라우드펀딩 제도의 도입 취지를 감안한다면 지나친 규제가 오히려 정보 불균형을 초래할 수 있다는 점을 간과해선 안될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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