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너도나도' 크라우드펀딩 중개업…업계 '기대반 걱정반'
'너도나도' 크라우드펀딩 중개업…업계 '기대반 걱정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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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장파이 확대 기대" vs "중기특화 증권사 노린 일회성 참여"

[서울파이낸스 차민영기자] 금융당국이 중소형 증권사들의 크라우드펀딩 중개업 진출을 정책적으로 독려하고 있지만, 업계 내에서는 기대와 우려가 교차하고 있다. 증권사들의 참여가 시장 전체 규모를 키울 것이란 긍정론이 한 축을 지탱하고 있지만, 현실적 제약 속 장기적인 참여가 가능하겠냐는 회의론도 고개를 드는 상황이다.

12일 금융당국에 따르면 이날까지 크라우드펀딩 온라인 중개업체 등록 신청을 마친 증권사는 모두 4곳이다. 만일 이 업체들이 등록 요건을 모두 충족시킬 경우 크라우드펀딩 중개업에 종사하는 증권사는 6곳으로 늘어난다. 이외에도 새롭게 진출 의지를 밝힌 SK증권과 HMC투자증권을 포함해 중소형사 다수가 줄줄이 대기 중이다.

중소형 증권사들의 크라우드펀딩 중개업 진출에는 금융당국의 조치가 핵심 동인으로 작용했다. 앞서  '중소기업 특화 증권사' 선정 주체인 금융위원회가 크라우드펀딩 중개 실적을 정성평가의 한 요소로 포함시켰기 때문이다. 중기 특화 증권사 선정에 사활을 건 중소형 증권사들에게 드라이브를 건 셈이다.

하지만 정작 기존 시장에서는 증권사들의 크라우드펀딩 중개업 참여와 관련해 엇갈린 반응이 나온다. 금융당국에 의해 떠밀리듯 유입된 증권사들의 출현이 마냥 반가운 일만은 아니라는 것.

일단 우호적 평가에는 증권사 특유의 충성도(로열티) 높은 고객들, 신뢰성 있는 브랜드 가치 등이 주된 배경으로 꼽힌다. 특히, 중소형 증권사들의 참여가 크라우드펀딩 시장 파이 확대를 이끌 수 있을 것이라는 시각에는 대부분이 공감했다.

A업체 관계자는 "현재 크라우드펀딩 산업이 초기 단계에 있는 만큼 인지도 높은 증권사들의 참여가 산업의 안착을 이끌 것"이라며 "크라우드펀딩 문화가 정착된 이후에는 대중이 스스로 판단을 통해 변별력을 키울 것으로 예상한다"고 밝혔다. 이어 "증권사들도 이미지 등을 고려해 (중기 특화 증권사) 선정 후 바로 발을 빼거나 하지는 않을 것"이라고 예상했다.

반면 시장 일각에선 중소형 증권사들의 유입이 중기 특화 증권사 선정에 있어 우위를 차지하기 위한 전략적 판단이 아니겠냐는 지적도 나온다. 증권사 입장에서는 기업금융(IB) 거래 규모 등 경제성이 떨어지는 크라우드펀딩 중개업에 계속 종사할 유인이 현실적으로 부족하다는 이유에서다.

B업체 관계자는 "증권사 IB 부서에서 취급하는 기업공개(IPO) 딜 규모는 매우 큰 편으로 알고 있다"며 "최소 50억원을 가정하더라도 일반적인 크라우드펀딩 딜 규모보다 최소 10배 가량 차이나는 수준"이라고 지적했다. 이어 "크라우드펀딩의 경우 스토리텔링이 중요 요소로 꼽히는데 과연 증권사에서 (신규 채용 등) 수고를 참아내면서까지 이 사업을 영위할 이유가 있을까 싶다"고 덧붙였다.

▲ 코스닥시장 기업공개(IPO) 규모. 단위:개 (자료=한국거래소)

실제 이날 한국거래소 통계에 따르면 지난 한 해 동안 코스닥시장에서 진행된 IPO 딜 102건 중 50억원 이하 규모 IPO딜은 6건에 불과한 것으로 나타났다. 전체 대부분을 차지하는 76건(74.5%)이 50억원 초과~200억원 이하 구간에 몰렸다.

C업체 관계자도 "증권사들의 참여를 통해 시장 파이가 커지는 것은 긍정적"이라면서도 "중기 특화 증권사 지정 후 얼마나 많은 증권사들이 이 시장에 남아있을지 유심히 살펴볼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금융당국은 이 같은 우려에도 불구하고 기존 중소형 증권사의 크라우드펀딩 중개업 독려 방침을 고수하고 있다. 법령으로 정한 '등록제' 방침도 유지 중이다. 등록제는 신청 업체 중 등록요건 충족한 경우에 한해 자격을 부여하는 방식으로, 인위적으로 업체 수를 조절하지 않는다.

금융위 관계자는 "아직 증권사들의 (크라우드펀딩 중개업) 시장 참여와 관련해 기존 업계서 불만이 표출된 것은 보지 못했다"며 "향후 중개시장 내 업체가 지나치게 늘 경우 실적 점검 등을 통해 조절할 수는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한편, 금융위는 오는 15일 중기 특화 증권사 선정작업을 마치고 5개 대상 증권사를 선정·발표할 방침이다. 선정된 증권사는 성장사다리펀드와 기금 등을 통한 자금조달 지원을 비롯해 금융·비금융 혜택을 받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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