총액한도 축소, "빈대잡으려다..." ?
총액한도 축소, "빈대잡으려다..." ?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韓銀, 내년 1분기 1.6조 축소...중소기업 자금난 '직격탄'
한국은행이 중소기업 대출 용도로 시중은행에 싼 이자로 빌려 주는 '총액한도대출' 규모를 내년부터 1.6조원 정도 줄이기로 했다.
이와관련, 한은은 20일 집값 상승을 부추기는 요인 중 하나로 꼽히는 시중 유동성을 흡수하기 위해 '총액한도대출 축소 안건'을 21일 열리는 금융통화위원회에서 통과시켰다. 이날 금통위는 2007년 1분기 총액한도를 1.6조원 줄인 8조원으로 확정했다.

'총액한도대출'은 한국은행이 중소기업 대출 확대를 유도하기 위해 시중금리보다 낮은 이자로 은행에 돈을 빌려 주는 것인데, 대출 총액과 은행별 할당량이 미리 정해진다.
한은의 이같은 조치는 시중 유동성 과잉을 해소하려는 의도다.
물론, 과잉 유동성이 집값문제와 무관치 않다는 인식이 깔려 있다.
 
문제는 그렇잖하도 만성적인 자금 부족에 돈 빌리기조차 어려운 중소기업들의 자금난이 가중될 수 있다는 점이다. 대출문턱만 높아지는 게 아니다. 금리도 덩달아 오른다.
중소기업에겐 이중고가 될 수밖에 없다.

구체적인 축소 규모와 은행별 배정 한도는 금통위에서 최종 결정될 예정이다.
대략 2조원 정도다 될 것이라는 관측이다.
한은은 집값이 급등했던 2002년 10월에도 총액한도대출 규모를 2조 원 축소한 바 있다. 현재 총액한도대출 규모는 9조6000억원, 금리는 연 2.75%.

총액한도대출이 줄어들면 쉽게말해 은행들이 할당받은 총액한도대출금에서 감소되는 부분(2조원)만큼 한은에 되돌려줘야 한다.
지난달 지급준비율 인상으로 은행들이 한은에 추가로 쌓아야 하는 지급준비금 4조8천억원을 포함하면 이 두 가지조치만으로 산술적으로 당장 6조8천억원이 은행의 대출 재원에서 사라지게 된다. 시중 유동성도 그만큼 줄어들게 된다.
그러나, 실제 효과는 그 이상이다.
한은은 지준율 인상 및 총액한도축소시 연쇄 반응때문에 향후 1년간 대출로 나갈 자금이 125조∼150조원 줄어드는 효과가 있을 것이라고 전망하고 있다. 

과잉유동성 문제가 더 중요한지, 중소기업살리기가 더 중요한 지 애매한 대목이다.
인플레 압력이 그리 크지않은 상황이어서 더욱 그렇다.
물론, 한은은 대기업에 대해서만 한도축소를 적용한다고 강조하고 있지만, 실제로 은행창구에서 가능할지는 의문이다. 특히, 대기업은 대출 수요 자체도 많지 않은 실정이어서 중소기업이 타격을 입을 가능성이 높다.
자칫 빈대잡으려다 초가삼간태우는 꼴이 돼서는 안될 터인데...
취지에 공감하는 만큼 우려의 목소리도 높다.
 
남지연 기자 lamnua@seoulfn.com

이 시간 주요 뉴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