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 닫는 자영주유소 속출 "남는 게 없다"
문 닫는 자영주유소 속출 "남는 게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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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현대셀프 화정점 (사진=현대오일뱅크)

인건비, 임대료 빼면 리터당 이익 40원…지난해 307개소 없어져

[서울파이낸스 황준익기자] "주유소는 이미 포화상태라 수익을 내기가 너무 힘들다. 유가는 계속 떨어지는데 유류세는 고정돼 있어 남는 게 없다. 주변에 주유소를 정리하는 사람이 늘어나 안타까운 심정이다."

서울에서 자영주유소를 운영하는 오모씨는 주유소업계의 어려움을 이같이 토로했다. 유가 폭락과 과도한 유류세로 불황의 직격탄을 맞은 주유소업계는 현재 수익성 악화로 폐업이 속출하고 있다.

19일 한국주유소협회에 따르면 지난해 12월 말 기준 운영 중인 전국주유소는 1만2180곳이다. 이중 지난 한 해 동안 307곳이 문을 닫았다. 휴업 중인 주유소도 538곳에 달한다.

특히 전국주유소에 90%를 차지하는 자영주유소는 2014년 대비 290곳, 전월 대비 20곳이 줄은 반면, 직영주유소 폐업 수는 2014년 대비 2곳 늘어난 것에 그쳤다.

주유소는 2010년 1만3004곳을 기점으로 2011년 1만2901곳, 2012년 1만2803곳, 2013년 1만2687곳, 2014년 1만2475곳으로 점점 줄어들고 있는 추세다.

주유소 휘발유 가격은 7년 만에 최저치를 기록할 만큼 바닥을 치고 있다. 한국석유공사 유가정보서비스 오피넷에 따르면 2월 둘째 주 전국 주유소 휘발유 평균 판매가격은 전주 대비 4.1원 하락한 1358.1원/ℓ으로 나타났다. 이는 2009년 1월 둘째 주 이후 최저가다.

하지만 휘발유 가격의 대부분을 차지하는 유류세는 요지부동이여서 마진율은 점점 떨어지고 있는 상황이다. 업계에서는 '유류세를 제외하면 500ml 생수 보다 싸다'는 말까지 나올 정도다.

휘발유 가격은 유류세 61%, 정유사가격 30%, 유통비용 및 마진 9%로 이뤄져 있다. 유류세에는 교통세 529.0원/ℓ, 교육세(교통세의 15%), 주행세(교통세의 26%), 부가세 10%가 붙는다. 유류세 부분에 대한 카드수수료까지도 주유소가 부담하고 있어 이중고를 겪고 있다.

오씨는 "유류세에 인건비, 임대료 등을 빼고 나면 리터당 남는 이익은 40원이 채 안된다"며 "국제 유가가 떨어지는 만큼 주유소 휘발유 가격은 왜 안 떨어지냐는 소비자들의 불만이 많은 데 결국 유류세 때문이다. 우리도 남는 게 없다"고 토로했다.

마진율이 떨어지면서 폐업하는 주유소가 늘고 있지만 이마저도 쉽지 않다. 주유소 폐업 비용이 상당하기 때문이다.

업계 관계자는 "주유소를 폐업하려면 보통 1억~1억5000만원 정도 들어간다. 폐업 비용이 없어 그대로 방치되는 주유소가 많다"며 "폐업을 못해 휴업상태로 두는 주유소도 꽤 있다. 만약 폐업 비용이 없다면 주유소 폐업 수는 배 이상으로 늘어날 것"이라고 말했다.

출혈 경쟁이 심해진 주유소업계는 최근 '복합주유소'를 등장시키며 경쟁력을 강화해 나가고 있다. 복합주유소는 주유소에 패스트푸드, 편의점과 같은 유통 소매점이 들어선 것을 말한다. SK에너지는 전국에 67곳, GS칼텍스 42곳, 에쓰오일 4곳, 현대오일뱅크 1곳을 운영 중이다.

현대오일뱅크 관계자는 "기존주유소를 리모델링하는 것이 아니라 설계단계부터 입점을 염두에 두어 맨땅에서 시작한 것"이라며 "만성적인 주유소업계의 경영난 속에서 복합주유소는 기름 외 안정적인 수익을 창출할 수 있다"고 말했다.

이어 "복합주유소 개발이 가능한 직영주유소에 대해서는 앞으로도 적극적인 전환을 검토할 계획"이라고 덧붙였다.

▲ 한국주유소협회는 전국 주유소에 '휘발유 5만원 주유 시 세금은 3만50원입니다'라는 안내문을 부착해 '유류세 바로 알리기 운동'을 펼치고 있다. (사진=황준익 기자)

복합주유소는 자영주유소 입장에서 '언감생심'이다. 대부분 직영으로 운영되고 있고, 복합주유소 전환에 투입되는 비용도 만만치 않기 때문. 현대오일뱅크의 복합주유소 1호점인 '현대셀프 화정점'의 경우 약 15억원의 비용이 들어갔다.

또 다른 관계자는 "복합주유소를 하려면 비용도 문제지만 입지조건이 좋은 곳은 이미 직영주유소들이 들어서 있다"며 "어떤 패스트푸드점이 변두리에 입점하겠냐"고 지적했다. 이어 "경영난으로 사장 홀로 운영하는 곳도 있는 상황에서 '복합주유소'는 생각도 못한다"고 말했다.

한편, 주유소협회는 지난 18일 서울 강남웨딩컨벤션에서 '2016년 제28차 대의원 정기총회'를 열고 △주유소 공제조합 활성화 △카드 가맹점수수료 문제 해결을 위한 사업 △회원 권익 보호 사업 △면세유 관련 제도 개선 △차세대 신규 사업 발굴 등을 추진키로 했다.

김문식 주유소협회장은 "올 한해도 주유소업계가 직면한 현실은 녹록치 않겠지만 회원 주유소들이 보다 더 나은 경영환경에서 주유소를 운영할 수 있도록 업계 현안 문제들을 적극 해결해 나가겠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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