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상생활 곳곳에 브로커…"보험사기 공범 될 수도"
일상생활 곳곳에 브로커…"보험사기 공범 될 수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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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파이낸스 김희정기자] #.평소 작은 눈이 컴플렉스였던 조 모씨(35세)는 얼마 전 친한 보험설계사를 만나 솔깃한 얘기를 들었다. "서울 방배동 한 병원에 가면 쌍커풀 수술도 실손의료보험으로 처리해준다"는 내용이었다.

조씨는 망설임 끝에 방배동 병원을 찾아가 쌍커풀 수술 상담을 받았지만, '보험사기 아닌가?'하는 생각에 덜컥 겁이나 결국 수술은 포기했다.

2일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최근 일반인들이 전문 브로커나 지인의 유혹에 넘어가 보험사기 공범으로 적발되는 사례가 늘고 있다. 보험사기에 대한 인식이 부족해 보험 사기범들의 금전적 이익 제공에 별다른 의심 없이 가담하기 때문이다.

이준호 보험조사국 국장은 "일상생활과 밀접한 구인사이트, 정비업체, 병원 등으로 보험사기 유혹 장소가 빠르게 확산되고 있다"고 말했다.

실제 구인사이트에서 보험사기 범행차량을 운전하거나 동승자로 탑승할 아르바이트생을 모집하는 경우가 속출 하고 있다. 취업준비생을 대상으로 "돈을 쉽게 벌 수 있게 해 준다"며 운전시 70만원, 탑승시 30만원의 고액 일당을 제시하는 식이다. 적발된 30건의 고의 차량사고 중 아르바이트생 74명이 보험금 5억1000만원을 챙긴 혐의로 검찰에 송치되기도 했다.

정비업체 사장이나 영업사원이 무료로 차량을 수리해 주겠다며 경미한 사고차량의 차주를 유혹하는 방법도 있다. 차량을 벽돌 등으로 추가 파손시켜 차주로 하여금 가해자 불명 사고 또는 운행 중 사고로 접수시킨 후 위임장을 받아 보험사에 미수선수리비를 직접 청구하는 방법이다. 지난해 이 방법으로 보험금 2억4000만원을 타낸 정비업체 대표 등 8명이 검찰에 잡혀 들어갔다.

사고접수만 하면 공짜로 세차 서비스를 받을 수 있다고 현혹해 보험사기에 연루 시키는 사건도 적잖다. 보험사기범의 말을 믿은 일반인은 크레파스 등으로 사고가 난 것처럼 위장하고 이를 보험사에 신고해 보험금을 수령했다. 금감원은 "세차고객 134명이 검찰에 송치 됐으며, 차량사고와 무관한 세차·유리막코팅 등 서비스는 자동차보험에서 보장되지 않는다"고 설명했다.

일부 병원은 아예 보험설계사와 같은 전문 브로커를 통해 '미용목적 치료도 실손의료보험으로 보장받을 수 있다'고 홍보 중이다. 병원 상담실장은 가짜 환자의 실손보험 가입 여부에 따라 실손보험금 수령이 가능하도록 부당한 치료방법을 안내하고, 실손보험에 가입하지 않은 환자는 "실손보험에 가입한 직계가족의 명의를 사용하면 된다"며 유혹하는 게 전형적인 수법이다.

사무장이 의료인 명의를 빌려 운영하는 속칭 '사무장병원'이 전문 브로커를 고용해 허위 입퇴원확인서를 발급하며 가짜 환자를 모집하는 일도 비일비재하다. 의사명의를 대여해 2개 병원을 운영하면서 허위 입·퇴원확인서를 통해 가짜 환자의 보험금 편취를 방조한 것이다.

사무장병원은 수사에 대비해 가짜 환자를 상대로 입원기간 중 병원 밖에서 휴대전화 사용을 자제하도록 교육하는 등 전문적으로 보험사기를 벌여왔던 것으로 조사됐다. 이미 가짜 환자 61명이 붙잡혔으며 자금관리자 등 100명은 추가 수사 중으로 검찰 송치대상은 늘어날 전망이다.

이준호 국장은 "보험사기 제안을 받아들이는 순간 일반인도 보험계약 해지, 부당 지급한 보험금 환수, 금융질서 문란자로 등록 및 심각할 경우 형사 처벌도 받게 될 위험이 있다"며 "특히 조직적 사기에 대해서는 수사 강도 및 사법당국의 처벌 수위가 월등히 높음을 주의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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