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發 성과중심 노동시장 개혁, 금융권 파장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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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융당국도 조만간 가이드라인 마련

▲ 이기권 고용노동부장관이 22일 정부세종청사 공용브리핑룸에서 긴급 기자회견을 열고 '일반해고' 및 '취업규칙 변경요건 완화' 등 양대 지침을 발표하고 있다.(사진=연합뉴스)

[서울파이낸스 정초원기자] 정부가 '직무·성과 중심의 노동시장'을 골자로 하는 행정지침을 발표하면서, 금융권에도 적잖은 파장이 불가피할 것으로 보인다. 금융당국도 조만간 금융공기업을 대상으로 하는 '성과주의 가이드라인'을 마련할 예정이라, 금융권의 성과주의 확산에 신호탄이 쏘아졌다는 관측이 나온다.

◆ '성과중심 노동시장' 행정지침 발표

22일 정부는 '공정인사'와 '취업규칙 변경요건 완화' 등 양대 행정지침을 시행한다고 밝혔다.

이날 이기권 고용노동부장관은 정부세종청사에서 "양대 지침은 쉬운 해고, 일방적 임금 삭감이 아니다"라며 "1년에 1만3000건 이상의 해고를 둘러싼 갈등을 줄이기 위해 근로계약 관계를 법과 판례에 따라 명확히 하자는 것"이라고 설명했지만, 노동계의 반발은 거세다. 다만 이들 지침은 법안 통과가 없이도 정부가 자율적으로 추진할 수 있어, 노동계가 노사정 대타협을 파기하는 등 강력한 반발 의사를 표시하고 있음에도 전격 강행될 예정이다.

우선 양대 지침 가운데 '공정인사'는 '직무능력과 성과중심 인력 운영'과 '근로계약 해지' 등 두 부분으로 나뉜다. 우선 인력 운영과 관련된 지침은 성과중심 임금체계 도입 등 금융권의 성과주의 이슈와 밀접한 연관을 맺고 있어, 해석에 따라 금융권 노사 관계의 폭풍의 핵이 될 가능성이 다분하다. 노동계에서는 근로계약 해지 부분의 ‘일반해고’에 대한 논란이 뜨겁다. 일반해고는 미국처럼 저성과자나 직무 능력이 떨어지는 근무자를 퇴직 처리할 수 있는 지침으로, 노동계에서는 '쉬운 해고'가 가능해진다는 이유로 반발하고 있다.

또한 '취업규칙 변경요건 완화'는 근로자의 동의를 받지 않고도 채용, 인사, 해고에 대한 규칙을 변경할 수 있는 지침이다. 현행법상에서는 임금피크제와 같이 근로자에게 불이익이 될 수 있는 취업규칙을 변경할 때 노조 동의를 받아야 하지만, 앞으로는 노사 합의가 없이도 일정한 조건 아래 규칙을 바꿀 수 있게 된다. 은행권의 경우 현재 대부분이 임금피크제와 희망퇴직을 도입한 만큼 일반기업에 비해서는 파장이 비교적 덜할 것으로 관측된다.

하지만 앞으로 사측이 채용이나 인사, 해고 관련 사내규칙과 관련해 노조의 동의를 받지 않고도 변경할 수 있는 여지가 있는 만큼, 금융권 노조들도 부정적인 입장을 감추지 못하는 분위기다. 전국사무금융서비스노동조합은 이날 성명서을 통해 "노동자의 생존권을 박탈하는, 노동자가 아닌 자본의 노예로 살아가라는 것"이라며 "법적 구속력이 전혀 없는 행정지침을 정부가 만들어 법을 위반하는 행위를 안내하는 정부의 행태는 스스로 법치주의의 근간을 뒤흔들고, 행정독재를 하는 것"이라고 주장했다.

금융권, '성과주의' 급물살 탈까

금융당국도 지난해 마련키로 했다가 미뤘던 '성과주의 확산 가이드라인'을 조만간 내놓을 예정이라, 올해 임금체계를 비롯한 각종 성과주의 방안이 본격화 될 것으로 전망된다. 당초 금융위는 지난해 말 금융공기업을 대상으로 성과주의 방안을 발표한 뒤, 금융권으로 이 기류를 확산시킬 예정이었다. 하지만 금융노조의 반발과 노동개혁 법안 처리 등이 맞물리면서 올해로 계획을 미뤘다.

금융위 측은 가이드라인의 구체적인 내용에 대해 "아직 확정된 게 없다"고 일축했지만, 기존 임금체계에서 성과급의 비중을 대폭 늘려 확연한 임금 격차를 만드는 방안이 주요 내용일 것으로 예측되고 있다. 실제 한 정책금융기관 고위 관계자는 "성과급 비중을 30%까지 늘리는 방안이 골자인 것으로 알고 있다"고 말했다.

당장 임금체계에 손을 대기 어려운 시중은행들은 우선 연공서열에 얽매이지 않고 인사를 단행하는 방식으로 이같은 기류에 합류하는 모습이다. KEB하나은행은 최근 성과가 좋은 행원급 직원 6명을 특별승진시켰다. 특별승진 대상자에는 정규직 전환 11년 만에 과장으로 승진한 아르바이트 출신 직원, 지난해 정규직으로 전환된 후 4개월 만에 대리로 승진한 직원도 포함됐다. 통상적인 승진 연한을 깨고 ‘초고속 승진’을 단행한 사례로, 성과 중심의 영업제일주의 문화를 정착시키기 위한 인사 조치였다는 게 은행 측 설명이다. NH농협은행도 이번주 단행한 정기인사에서 성과가 우수한 직원에 대해서는 연공서열과 상관 없이 승진시켰다.

일부 은행들은 임금피크제에도 성과주의를 접목했다. 신한은행은 차등형 임금피크제 대상자인 부지점장급 이상 직원 140여명 가운데 성과와 역량이 우수한 것으로 평가된 50명에 대해 임금피크를 적용하지 않았다. 이른바 ‘차등형 임금피크제’다. 성과가 우수한 직원은 연봉이 깎이지 않고도 정년까지 근무할 수 있는 제도다. 또 KB국민은행은 지난해 5월부터 월급 50% 받고 정년까지 일하는 기존의 임금피크제와 영업직원으로 일하며 기존 연봉의 최대 150%를 받는 새로운 임금피크제를 선택하도록 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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