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슈진단] 中 쇼크에 환율 복병…韓 금융시장 향방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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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초 이후 코스피 -3.4%↓…금융위기 이후 '최악'

[서울파이낸스 김소윤기자] 새해 첫 거래일부터 10일간 코스피지수는 3.4% 떨어지며 지난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최악 수준을 나타냈다. 통상 연초 강세장이 펼쳐지는 '1월 효과'도 무색한 모습이다.

올 들어 처음 시행된 중국증시의 서킷브레이커 제도가 초기 시행착오를 겪으면서 투자자의 불안 심리를 증폭시키고 있는 가운데, 원-달러 환율이 5년 반 만에 장 중 1210원을 넘어서면서 주요 변수로 떠올랐다. 시장에서는 중국발 쇼크보다 원-달러 환율 변동성에 더 주목해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 코스피 지수가 3.98포인트 소폭 하락해 1,890.86으로 마감한 12일 오후 서울 중구 KEB하나은행 딜링룸에서 딜러들이 업무를 보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 삼성發 쇼크로 코스피 '엎친데 덮친격'

12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지난주 금요일 발표된 지난해 4분기 삼성전자의 영업이익은 6조1000억원으로 연말 전망치(6.6조원)을 하회한 것으로 집계됐다. 또 환율과 관련해서는 위안화 평가절하와 함께 전일 원-달러 환율이 5년여 만에 1200원을 넘어선 것이 증시에 또다른 악재로 작용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김광현 유안타증권 연구원은 "2014년에는 원-엔 환율의 하락에 따른 수출경쟁력 악화가 문제였다면, 지금은 전반적으로 수출이 부진한 가운데 원-달러 환율이 상승했기 때문에 환율의 상승이 반갑지만은 않은 상황"이라며 "삼성전자의 어닝쇼크가 증시 전체로 확대될 경우 증시 전체 이익사이클에도 영향을 미칠 수 있기 때문에 남은 4분기 실적시즌과 향후 전망치 변화는 주요 증시 관전포인트가 될 전망"이라고 설명했다.

때문에 현 시점에서는 일시적 충격을 주고 있는 중국이 아니라 원-달러 환율의 향방에 초점을 맞춰야 한다는 조언이다. 김 연구원은 "현재 환율의 수준이 지난 3년 간의 평균을 크게 벗어났다고 본다면, 환율 고점기에 상대적으로 아웃퍼품(outperform)해 왔던 은행, 화학, 섬유 및 의복, 음식료, 유통, 자동차 등을 유망업종으로 꼽을 수 있을 것"이라고 분석했다.

실제 이날 중국 증시가 오전 장서부터 지난해 9월 이후 처음으로 장 중 3000선이 붕괴됐음에도 이날 코스피지수 약보합 수준에서 거래를 마치는 등 그간의 대외 악재를 견뎌내는 내성이 생긴 것으로 보인다.

다만, 최근 환율이 급등함에 따라 향후에는 차츰 진정세를 보이며 증시에도 기술적 반등 시도가 예상된다는 의견도 나오고 있다. 또 역외 외환시장의 투기세력에 대한 중국 정책당국의 경고성 메시지에 이어 위안화 약세의 속도 조절이 가능할 것으로 점쳐지고 있다는 것.

김성환 부국증권 연구원은 "전일 1200원을 돌파했던 원-달러 환율의 상승폭 일부 되돌림 과정이 진행될 것으로 예상된다"며 "원화약세 기대심리가 둔화되며 증시 측면에서도 기술적 반등이 시도될 가능성이 높다"고 판단했다.

향후 중국 증시와 관련해선 정부의 외환시장 개입으로 제한적일 전망이나 주가 급등락이 수시로 재연될 수 있다는 경고의 목소리도 들린다. 김수정 한국투자증권 연구원은 "일단 중국 시장은 구조적으로 정책 민감도가 높고 개인투자자들의 쏠림 성향이 큰데, 연초 충격으로 인해 중국 정부의 정책 방향과 수행 능력에 대한 신뢰도가 크게 하락했기 때문"이라며 "이는 시장이 적정가치를 찾아가기보다 혼란을 겪게 만들고 있고, 게다가 근본적으로 중장기 성장둔화 우려가 가중되고 있어 투자 심리의 개선을 지연시키고 있다"고 설명했다.

◆ '리버스 로테이션'으로 채권 등 안전자산 부각

반면, 중국 경기 둔화 우려 등으로 연초부터 글로벌 금융시장이 요동치면서 상당수의 투자자금이 채권시장으로 몰리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즉 싼 달러를 빌려 신흥국 주식시장과 원자재 등에 투자(그레이트 로테이션)된 자금이 상대적으로 안전한 채권으로 이동하는 '리버스 로테이션' 현상이 당분간 지속될 전망이라는 것.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지난해 거래소 채권시장 일평균 거래량이 7조1000억원을 기록해 2년 연속 사상 최대치를 경신한 것으로 집계됐다. 이는 전년(5조6000억원)보다 무려 26.8% 급증한 것이다. 이와 동시에 지난해 채권 발행 규모도 증가했는데, 실제 금융투자협회에 따르면 지난해 채권 전체 발행규모는 전년도 대비 72조2000억원 증가한 674조3000억원을 기록한 것으로 조사됐다.

또 지난 7일 사상 최저치를 보였던 국고채 20년 이상 금리는 전일 사상 최저치를 재차 경신했다. 미국 고용지표의 호조에도 불구하고 낮은 인플레 압력에 따른 미국채 금리 하락, 외국인의 국채선물 순매수, 주가 하락에 따른 안전자산 선호 등이 금리하락을 견인한 것이다. 여기에 국고채 5년물 입찰 호조와 한은의 성장률 및 물가 하향 조정 기대는 장기물의 상대적 강세 요인으로 작용했다는 것.

최근의 원화 약세 흐름은 오히려 외국인의 원화채권 투자 확대로 연결될 것이란 전망이 나오고 있다. 지난주부터 중국발 리스크가 대두되고, 국내에서는 금리인하 기대가 강화되면서 채권 강세 요인이 형성됐으나, 동시에 북한의 핵실험 등 지정학적 리스크는 외국인의 원화채권 투자를 위축시키는 요인으로 작용해왔다.

서향미 하이투자증권 연구원은 "원-달러환율이 전일 1200원대까지 가파르게 상승하면서 외국인 입장에서는 보유채권에 대한 환손실이 발생하고 있는 상황"이라며 "원화 약세가 위안화 약세와 동조화를 보이고 있고, 중국 정책당국의 스탠스 고려 시 당분간 위안화 약세가 추가로 진행될 수 있다는 점에서 원화의 추가 약세 흐름이 예상된다"고 설명했다.

이어 "그러나 과거 원화 약세 시 외국인의 원화채권투자 패턴을 살펴보면, 원화 약세가 금융위기 당시처럼 급격하게 진행되지 않는다면 외국인은 원화 약세 흐름을 원화채권 투자 확대 기회로 활용하는 모습을 보여왔다"며 "이미 국내 금리인하 기대 형성 등 채권 강세 요인이 우세해지고 있어 외국인의 원화채권 투자는 점차 확대될 것"이라고 예상했다.

이는 단순히 국채선물시장이 아니라 현물시장에서 외국인 보유 잔액 확대로 연결될 수 있다는 점에서 외국인 수급은 점차 우호적으로 전환될 가능성이 높아졌다는 것.

이와 동시에 글로벌 증시 변동성이 확대되면서 대표적인 안전자산인 금에도 돈이 몰리고 있는 것으로 조사됐다. 미국 뉴욕상업거래소에서 2월 인도분 금 가격은 새해 첫 거래일인 4일에 1.4% 오른 온스당 1075.20달러를 나타낸 이후 4일 연속 상승세를 이어갔다. 금 가격은 1주일 동안 3.6%나 급등했는데, 주간 기준으로 지난해 8월 이후 최대 상승폭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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