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 IT계열사 통한 이익 편취 의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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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액주주, "IT계열사통해 총수에 富 밀어주기" 주장

현대상선 소액주주들이 현대그룹 총수의 이익 편취 의혹을 제기, 주주대표 소송에 이어 또 한번의 법정공방이 예상된다.
소액주주들은 현대그룹의 총수 개인이 지배하는 비상장 계열 정보기술(IT)회사가 계열사의 도움으로 급성장해 결과적으로 총수 일가의 부를 늘리는 데 이용됐다는 주장이다.

27일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와 한누리법무법인등에 따르면 현정은 현대그룹 회장 측이 100% 출자해 작년 6월말 설립한 비상장 IT업체인 현대유엔아이㈜와 현대상선의 거래 규모가 작년 3.4분기(7~9월)에 30억원에서 올해 3.4분기까지(1~9월) 108억원으로 집계됐다. 현대유엔아이가 설립되기 전인 작년 상반기까지 없던 이 회사와의 거래가 분기마다 30억원 이상씩 이뤄지고 있는 셈이다.

특히, 현대상선의 '전산비'가 작년 3.4분기 말 63억원에서 올해 3.4분기 말 113억원으로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반면, 현대상선의 올 3.4분기(7~9월) 실적은 매출액이 1조2천331억원으로 작년 동기 대비 2.7% 증가했음에도 영업이익은 125억원으로 89.7% 감소했고, 특히 10억원의 당기순손실을 기록했다. 갑자기 적자로 돌아선 것.
올 들어 3.4분기까지(1~9월) 누적 영업이익과 당기순이익은 1천35억원, 1천413억원으로 작년 동기 대비 71.6%, 49.3% 감소했다. 

현대그룹 계열사들의 현대유엔아이㈜ 밀어주기 의혹이 대두되고 있는 것은 지배구조때문이다.
현대유엔아이는 현대계열사 IT업무를 일괄 처리하고 자체 사업을 영위하기 위해 별도로 설립된 회사. 현 회장(68.2%), 현 회장의 장녀인 정지이 현대유엔아이 기획실장(9.1%), 현대상선(22.7%) 등 현 회장 측이 100%의 지분을 보유하고 있다.  

그룹 총수가 개인적으로 비상장 IT회사를 소유하고, 타 계열사들이 이 IT회사의 매출을 올려줘 결과적으로 총수의 부를 늘리도록 하는 것은 국내 대다수 그룹에서 나타나는 전형적인 회사 기회 편취 수법이라는게 전문가들의 공통된 지적이다. 현대유엔아이의 경우도 마찬가지 케이스라는 지적이다. 

이와 관련, 현대상선 소액주주들의 대리를 맡은 한누리법무법인은 25일 현대상선 이사들에게 내용증명을 보내 "상환우선주 발행과 이로 인해 확보될 자금의 부당 사용, 회사 이익을 침해하는 이해관계자들 간 거래 등을 중단토록 청구하는 '이사 위법행위 유지청구권'을 행사했다"고 밝혔다.

'이사 위법행위 유지청구권'은 회사의 이사가 법령이나 정관에 위반된 행위로 회사에 회복할 수 없는 손해를 끼칠 염려가 있는 경우 일정 지분을 가진 소액주주들이 회사 이사들에게 위반 행위를 중단할 것을 청구하는 권리.

이 청구권은 향후 법정 소송에서 이사들이 회사 이익에 손해를 끼친 것으로 판결이 날 경우 이사들의 중과실 책임이 가중되는 법적 효력을 발휘할 수 있다.

한누리법무법인은 또 현대상선 이사들에게 "2천만주의 상환우선주 발행은 과도한 비용의 자본조달 형태여서 결국 회사의 낭비와 소액주주의 손실을 초래할 것"이며 "그룹 총수가 사실상 지배하는 IT 계열사와의 거래로 인해 비용이 과도하게 지출돼 역시 회사에 손실을 끼쳤다"고 지적했다.

한누리법무법인에 위임한 소액주주들은 총 42명.
이들이 보유한 주식수는 39만581주(총 발행주식수의 0.3%)이며, 앞서 현대상선 소액주주 2명은 현정은 이사와 노정익 대표를 상대로 주주대표소송을 제기해 놓고 있다. 

현대상선은 IT회사인 현대유엔아이가 탄생한 것은 그룹 내에서 자체적으로 IT회사를 키우기 위한 전략적 판단에 따른 것일뿐 사업 기회의 편취와는 무관하다는 입장인 것으로 알려졌다. 

한편, 최근 장하성펀드로 불리는 한국기업지배구조펀드(KCGF)의 지분 투자로 주목받고 있는 태광그룹도 이호진 회장 부자가 소유한 비상장 정보기술업체인 태광시스템즈가 계열사의 도움으로 급성장해 이 회장 부자의 부를 늘려주는 역할을 했다는 지적이 제기돼 편취 논란에 휩싸여 있다.
 
남지연 기자 lamanua@seoulf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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