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 금리인상] 외환건전성 양호…韓 부채·신용 리스크 우려↑
[美 금리인상] 외환건전성 양호…韓 부채·신용 리스크 우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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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파이낸스 이은선기자] 지난 2008년부터 지속된 미국의 제로금리 체제 하에서 풀려왔던 글로벌 유동성이 긴축 기조로 돌아서면서 국내 금융시장도 통화정책 정상화에 따른 불확실성의 영향권에서 자유롭지 못하게 됐다. 우리 경제는 외환위기 당시의 뼈 아픈 학습효과로 외환건전성을 견실하게 쌓아온 만큼 종전과 같은 금융시스템으로의 직접 충격 가능성은 낮다. 그러나 저금리 기조가 지속되면서 최근 급증한 가계부채와 장기화된 업황 부진이 야기한 부실 기업 급증이 신용 리스크의 도화선이 될 수 있다는 우려도 적지 않다.

◇ 건전한 외환 여력…"신흥국과 차별화"

16일 금융권에 따르면 미국 금리 인상은 내외 금리차 축소와 안전자산 선호에 따른 국내 외국인 투자자금 유출, 시장 금리 인상에 따른 이자 비용 증가 등의 경로로 우리 금융시장에 영향을 미친다. 미국의 연내 금리 인상이 전망이 확산되면서 이미 올 들어 국내 주식·채권·기타 투자 잔액은 19억7000만달러 순유출됐다. 주식 유입 규모는 15억5000만달러에 그쳤고, 채권과 기타투자는 각각 30억8000만달러, 4억4000만달러가 빠져나갔다. 지난 2009년부터 2014년까지 주식·채권·대출 형태로 국내에 유입된 외국인 자금은 총 1653억달러 규모다.

그러나 과거와 달리 대외 충격에 대한 국내 금융시장의 내성은 견고해진 것으로 평가된다. 2008년 금융위기 당시 52%에 달했던 단기 외채 비중은 9월말 기준 29.2% 크게 안정화됐다. 1994~1996년 390억달러 적자를 냈던 경상수지는 올 10월까지 44개월 연속 흑자를 기록하면서 연중 878억9000만달러 누적 흑자를 기록하고 있다. 외환보유액은 지난 6월 사상 최대치를 기록한 데 이어 11월에도 3685억달러 수준을 유지했다.

이미 지난 2013년 벤 버냉키 전 연준 의장의 '테이퍼링(양적 완화 회수)' 방침 발표로 신흥국 충격이 가시화됐던 '테이퍼 텐트럼' 당시에도 우리 금융시장은 여타 신흥국에 비해 비교적 견조한 체력을 검증했다. 2013년 4월~8월 당시 주요 신흥국 주가는 4.7% 하락했으나, 국내 증시는 3.9% 내리는데 그쳤다. 특히 환율의 경우 신흥국 통화는 5.9% 급락한 데 반해 원화는 0.1% 상승세를 기록했다.

▲ 그래픽=서울파이낸스

이주열 한국은행 총재도 미국 금리 인상에 다른 국내 경제의 충격 가능성에 대해 "최근 외국인 투자자금의 감소 규모나 속도, 강도 등을 감안할 때 2013년 테이퍼 텐트럼 당시보다 유출이 약하다"며 "우리나라는 경상수지 흑자 규모가 크고 외환보유액도 상당 규모에 이르는 등 외환건전성이 양호해 선진국으로의 자금 유출이 예상되는 여타 신흥국과는 차별화될 것으로 보인다"고 진단했다.

◇ 가계빚·부실기업 리스크…부동산시장 충격 가능성

문제는 저금리 기조로 크게 불어난 가계 및 기업 부채다. 미국 금리인상 이후 한국은행 기준금리가 곧바로 인상되지는 않겠지만, 장기 시중금리는 미국 금리를 따라갈 가능성이 높다. 이는 회사채와 비우량채권의 금리를 높이고 가계의 변동금리 대출 이자비용을 확대하면서 경제 주체들의 신용 위험을 확대시키는 요인으로 작용한다. 지난해 하반기부터 급등한 부동산 가격의 하락도 담보 대출을 실행한 차주들의 상환 부담이나, 소비 여력 축소를 가중시킬 수 있다.

시중금리는 지난 10월 초 이후 상승세로 돌아선 상태다. A-등급 회사채 수익률 스프레드는 지난 7월(6.12%p)에서 12월초 6.34%p로 크게 높아졌다. 3년만기 AA-등급 회사채 금리 스프레드도 12월초 0.30%p로 7월초(0.2%p)대비 상승했다. 이같은 금리 상승 압력은 업황 악화에 따른 부실 기업, 신용등급 하락 기업에 대한 부담을 늘리는 요소로 작용할 수 밖에 없다.

가계가 부담해야 할 대출 금리의 상승 가능성도 높다. 변동금리 대출의 기준금리 역할을 하는 CD금리와 코픽스 금리, 금융채 금리가 기준금리와 별도로 이미 상승하는 추세다. 현재 금융권의 변동금리 가계대출은 전체의 67% 수준이며, 금액 기준 770조원 규모다.

금리 상승에 따른 원리금 상환 부담 확대는 기업 도산과 금융기관 건전성 악화 등의 경로로 우리 금융시장에 충격을 미친다. 가계의 경우 이미 부채 상승에 따른 소비 제약 현상이 나타나고 있는 가운데 부동산 가격 연쇄 하락에 따른 실물 경제 충격 가능성까지 제기된다.

최근 금융당국이 여신심사 선진화 가이드라인을 발표하면서 가계대출 급증 대책을 마련했지만, 총량 관리보다는 질적 구조 개선에 초점을 맞추고 있다. 가계신용은 이미 올 3분기까지 연중 80조원 이상 급증했고, 은행 가계대출은 10월에 이어 11월까지 사상 최대 증가폭을 기록하고 있다.

박종규 한국금융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은 "일본의 잃어버린 20년과 아시아 외환위기, 글로벌 금융위기 등 주요 경제위기의 배경에는 크레딧 붐이 자리잡고 있다"며 "우리 경제는 2003년을 저점으로 신용 주기가 팽창 국면에 있어 미국 금리 인상과 맞물려 신용 총량 조절에 적극 나서야 하지만, 최근의 가계대출 대책의 적용대상은 전체 부체 중 일부에 불과해 우려를 막기에는 역부족"이라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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