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2·14 가계부채 대책] 내년부터 은행대출 '깐깐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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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융당국, 여신심사 선진화 가이드라인 마련…상승가능금리·DSR 도입

[서울파이낸스 정초원기자] 내년부터 주택담보대출 등 은행으로부터 돈을 빌리기가 훨씬 깐깐해진다.

차주가 갚을 수 있는 범위 내에서 은행 대출이 실행되도록 객관적인 소득증빙 자료가 첨부된다. 향후 금리상승 가능성을 고려한 상환능력 평가를 실시하고, 차주의 총체적인 상환부담을 평가하는 DSR(총부채원리금상환비율)도 도입된다.

금융위원회와 은행연합회는 14일 서울 중구 프레스센터 1층 기자실에서 브리핑을 갖고 이같은 내용의 '가계부채 관리방향 및 은행권 여신심사 선진화 가이드라인'을 발표했다. 은행권은 지난 7월부터 11월까지 여신 선진화 테스크포스(TF)를 통해 가이드라인을 마련하고, 수도권은 내년 2월1일, 비수도권은 5월2일부터 시행하기로 결정했다.

이날 손병두 금융위 금융정책국장은 "인위적 대출규제보다는 돈을 빌리는 차주에 대한 사전 위험 관리가 가능하도록 자율적인 선진 여신심사 시스템을 구축할 것"이라며 "대출이용에 과도한 제약이 발생하지 않도록 다양한 보완장치를 마련해 연착륙을 유도하겠다"고 말했다.

가이드라인에 따르면 은행권은 대출 과정에서 소득 증빙자료를 파악할 때 차주의 원천징수영수증 등 객관성이 높은 증빙소득을 우선적으로 활용하기로 했다. 차주의 채무상환능력을 정확히 평가하기 위해서는 실제 소득을 명확히 파악할 필요가 있다는 판단에 따른 조치다. 증빙소득으로 확인이 어려운 경우에는 △공공기관이 발급한 국민연금, 건강보험료 등 인정소득 △신용카드 사용액, 매출액·임대소득 등 신고소득 자료를 활용하면 된다.

반면 소득 증빙의 신뢰성이 떨어지는 최저생계비는 원칙적으로 활용을 제한한다. 집단대출(중도금·이주비·잔금대출), 3000만원 이하 소액대출 등 소득증빙은 어렵지만 영업점장이 별도의 상환재원을 확인한 경우에는 제한적으로 허용할 방침이다. 그동안은 DTI가 적용되지 않는 비수도권에서는 최저생계비를 소득 증빙자료로 활용해왔다.

윤성은 은행연합회 여신제도부장은 "앞으로는 같은 금액을 신규 대출받고자 하는 경우 우선 소득금액증명원(국세청) 등 객관적 소득자료 제출이 필요하다"며 "증빙소득이 없는 경우, 건강보험료 등의 인정소득 또는 신용카드 사용액 등 신고소득 제출도 가능하다"고 설명했다.

분할상환 관행도 정착시킨다. 최근 주택시장에서는 과거와 같이 주택가격이 큰폭으로 상승하기 어려워, 주택을 처분해 원금을 일시에 갚는 관행을 지속하기는 곤란하다는 판단에 따른 조치다. 이에 은행권은 △신규 주택구입용 대출 △고부담대출(LTV 또는 DTI가 60%를 초과시)의 대출 전액 △주택담보대출 담보물건이 해당 건 포함 3건 이상인 경우 △소득산정시 신고소득을 적용한 대출에 대해서는 원칙적으로 비거치식·분할상환(거치기간 1년 이내)으로 취급할 계획이다. 이 조건에 해당하지 않으면 과거와 같이 거치식·일시상환 대출이 가능하다.

윤 부장은 "처음부터 조금씩 원리금을 갚아 나가도록 함으로써 한꺼번에 갚아야 하는 과도한 상환부담을 미연에 방지할 것"이라며 "금융기관은 차주들의 대출 미상환에 따른 위험을 줄여 나갈 수 있어 건전성 관리 가능하다"고 말했다. 기존 주택담보대출의 경우 분할상환 대상은 아니지만, 만기 연장 과정에서 가급적 비거치식·분할상환으로 전환할 수 있도록 은행 안내를 강화할 계획이다.

신규대출의 경우에도 몇몇 예외사항을 마련했다. 먼저 집단대출(중도금·이주비·잔금대출)은 대출의 특성과 분양시장의 상황을 고려해 이번 가이드라인을 획일적으로 적용하기 어렵다는 판단이 나왔다. 손 국장은 "은행 스스로 분양가능성 등 사업성 평가를 통해 리스크 관리를 하도록 할 것"이라고 전했다. 이와 함께 대출 상환 계획이 명확하거나, 의료비·학자금 등 불가피한 생활자금에 대해서는 일시상환으로 취급하는 게 가능하다.

▲ 표=은행연합회

금리 상승 가능성을 고려한 상환능력 평가도 실시한다. 은행들은 신규 변동금리·주택담보대출을 대상으로 향후 금리상승 가능성을 감안한 '상승가능금리(stress rate)'를 적용, 대출 한도를 산정키로 했다. 미국 금리인상으로 인해 주택담보대출 금리가 인상하면  변동금리 차주의 이자부담이 증가할 우려가 있기 때문이다. 이에 은행권은 상승가능금리를 감안해 DTI를 산출하고 상승가능DTI가 80%를 초과할 경우 고정금리 대출로 유도하거나, DTI 80% 이하로 대출규모를 안내할 방침이다.

차주의 총 금융부채 상환부담을 평가하는 시스템(DSR)도 도입된다. 지금까지는 DTI를 활용해 주택담보대출 차주의 금융부채 상환능력을 평가했지만, 기타대출의 상환부담에 대한 고려가 미흡하다는 지적이 제기된 바 있다. 이에 내년부터는 신규 주택담보대출에 대해 DSR(Debt Service Ratio) 지표를 적용해 차주의 금융부채 상환부담을 평가하게 된다.

DSR은 업권별·대출종류별 평균 만기와 금리 수준을 추정하고, 전체 금융부채를 분할상환한다는 가정 아래 차주의 소득 대비 부담정도를 나타내는 지표다. DSR을 활용하면 은행 스스로 차주 신용상태를 점검하고, 차주와의 상환계획 상담을 통해 상환부담을 감소시키는 등 선제적으로 리스크 관리를 할 수 있다는 게 은행연합회 측의 설명이다.

윤 부장은 "소득 대비 총부채 원리금상환액이 은행에서 판단하는 적정수준을 초과하면, 은행 자체의 사후관리 대상으로 선정해 부실화 예방을 위한 모니터링을 강화하는 차원"이라며 "대출규모 제한을 의미하는 것은 아니다"라고 전했다. 아울러 "이번 가이드라인이 경제 전체적으로는 가계부채 증가속도의 적정수준 관리 등 가계부채 연착륙에 기여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한편, 금융위와 금감원, 은행연합회, 시중은행은 '합동대응팀'을 운영해 이번 가이드라인을 상시 지원할 방침이다. 특히 합동대응팀 내에 고객대응전담반을 별도 편성해 고객 질의나 민원에 즉시 대응한다는 계획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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