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택담보대출 총량제 사실상 '강행'
주택담보대출 총량제 사실상 '강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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창구지도 형식, 行當 月 5천~6천억 한도...정책 신뢰도 훼손 우려

금융당국이 형식만 갖추지 않았을 뿐 창구지도 형식으로 사실상 주택담보대출 총량제를 강행하고 나섰다. 결국, 부동산 시장 안정을 위해 은행 창구를 인위적으로 봉쇄하겠다는 발상인데, 창구혼란등 부작용과 함께 정책에 대한 신뢰도 추락이 우려된다.
 
김중회 금융감독원 부원장은 17일 "지난 15~16일 이틀간 국민 우리 신한 하나은행과 농협 등 5개 시중은행장을 만나 주택담보대출 증가 속도를 조절해줄 것을 요청했다"고 밝혔다.

그는 "주택담보대출 증가 추세가 이대로 이어질 경우 11월에만 5조원을 상회할 것으로 예상돼 은행 건전성 차원에서 과당경쟁을 자제하고 담보대출 속도를 조절해 줄 것을 요청했다"고 말했다.

그는 특히 "지방과 실수요자에 대한 담보대출은 그대로 유지하되 버블세븐 등에 대한 담보대출에 신중을 기해달라고 했다"고 덧붙였다.

그러나 그는 "대출총량제나 대출한도설정과 같은 지도를 실시한 적은 없다"며 "5000억~6000억원의 한도제한 이야기는 은행들이 개별적으로 속도를 조절하는 과정에서 나온 것 같다"고 설명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은행권에서는 사실상 주택담보대출 총량규제로 받아들이는 분위기다. 감독당국은 지난 6월에도 창구지도 형태로 주택담보대출 규모를 제한한 바 있다.

금융권은 감독당국이 지난 15일 부동산대책 발표와 함께 11월 주택담보대출 순증액을 6000억원으로 제한한 것으로 이해하고 있다.

감독당국의 이같은 창구지도로 은행들이 월별 순증금액을 5000억~6000억원 수준으로 속도 조절에 나섬에 따라 담보대출 받기가 어려워졌다. 

이로써 경제부총리가 공식적으로 시행하지 않겠다던 주택담보대출 총량제가 사실상 금융당국의 창구지도 형식으로 17일부터 시행에 들어간 셈이 됐다.
급작스런 은행창구 봉쇄에 따른 혼란, 민원등 부작용, 그리고 정책 신뢰도 훼손에 대한 우려의 목소리가 높다. 

특히, 임영록 재경부 차관보가 KBS1라디오 프로그램에 출연, 부작용때문에 주택담보대출 총량제는 시행하지 않겠다고 밝힌 바로 그날 이같은 일이 벌어진 것. 정책 신뢰도를 떨어뜨릴 수 있는 대목이다. 

대부분의 은행들이 이미 할당된 총량 한도를 초과한 상태여서 이날부터 신규 주택담보대출이 사실상 중단됐다. 

한편, 그렇잖아도 부동산 정책에 대한 국민적 불신의 골리 깊어질 대로 깊어진 상태에서 정책결정과정의 모호함은 물론, 같은 시간대에 서로 다른 정책을 진행시켰다는 점에서 파장이 클 것으로 보인다.  
사실 대출총량 규제를 하기 위해서는 긴급상황하에서 금융통화위원회의 의결을 거쳐야 가능한 '특단의 대책'. 결국, 정부가 부동산 시장의 심각한 상황때문에 이같은 절차를 생략하고 금융감독기능을 동원하는 편법으로 시행에 들어간 것이다. 일종의 창구지도인 셈이다. 

당국이 이처럼 총량규제를 전격 결정한 것은 지난 15일 발표한 부동산 대책이 대출 규모를 줄이는 데 큰 효과가 없다는 판단에 따른 것으로 풀이된다.
6억원 초과 주택에 대한 DTI와 LTV의 엄격한 적용이 주요 내용이지만 집값이 이미 크게 오르면서 담보가치도 함께 높아져 대출 총액을 감소시키는 효과를 기대하기 어렵다는 지적이 제기됐었다.
특히, 최근 주택 대출 동향이 기존 주택을 담보로 일단 대출을 받아놓고 보자는 이른바 '묻지마식' 대출이 잇따르고 있는 점도 급작스런 결단을 내린 한 요인으로 작용한 것으로 보인다. 

한편, 이웃 일본도 지난 90년 부동산 가격을 잡기 위해 총량제를 실시했었다.
전체 대출 가운데 주택담보대출의 비율은 유지하는 방향으로 이뤄졌었다.
그러나 이번 정부의 주택담보대출 총량규제는 총액을 정해 무차별적으로 실시한다는 점에서 차이가 있다. 실수요자들이 선의의 피해를 입을 수 밖에 없는 상황이고, 은행창구에서 고객과의 실랑이도 우려된다. 

금융권의 시각은 정부가 사실상 대출 쿼터제를 지시한 것으로, 정부 스스로 내세운 시장원리에도 정면 배치된다는 반응이며, 이 경우 서민 및 영세사업자들이 고금리를 부담해야 하는 대부업계쪽으로 몰리는 부작용이 불가피할 것이라고 우려하고 있다.
 
남지연 기자 lamanua@soulf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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