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켓인사이드] 바이오株, '상장 붐'에도 말못할 속사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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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례상장 대부분 적자…"3년 이내 성과내야"

[서울파이낸스 김소윤기자] 지난달 말 바이오시밀러 업체 팬젠이 기관 수요예측 실패로 코스닥 상장을 철회하면서 '바이오株는 괜찮다'라는 불문율이 깨지자 12월 들어 수요예측을 앞둔 바이오기업들의 근심도 커지고 있다. 여기에 시장 관계자들도 제약·바이오기업들의 경우 대부분 기술특례상장 혜택을 받은 '적자기업'이라는 점을 들어 투자에 신중할 것을 조언하고 있다.

4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최근 코스닥시장에 상장된 기업은 코넥스서 이전 상장한 엠지메드를 비롯해 유앤아이, 에이티젠이 있으며 이 외 맥아이씨에스, 씨트리, 강스템바이오텍 등이 상장절차 준비 중에 있다.

이들 모두 한국거래소의 기술특례상장 혜택을 입은 기업으로, 이 제도는 지난 2005년 재무 상태가 적자라도 기술력이 우수한 기업에 대해 외부 검증기관의 심사를 거쳐 상장 기회를 주기 위해 도입됐다. 주로 연구개발(R&D)에 투자를 많이 하는 제약·바이오·헬스케어 업체가 대상이다.

특히 올 들어 한미약품이 대형 신약 기술수출 계약에 잇따라 성공하면서 덩달아 제약과 바이오업체들에 대한 기대감도 커지는 모습이다. 실제로 지난달까지만 해도 진단시약 개발·판매업인 엠지메드가 기관 대상으로 한 수요예측에서 715대1이라는 높은 경쟁률을 기록했으며, 이 외 의약품 제조업인 에이티젠도 695대1, 의료기기 제조업인 유앤아이도 377대1을 기록해 바이오 기업에 대한 분위기는 좋았다.

하지만 최근 주식시장이 미국 금리인상 이슈로 한파가 불어 닥치면서 대다수의 IPO(기업공개) 기업들이 상장하자마자 주가가 공모가를 크게 밑돌고 있다. 이 가운데, 팬젠과 큐리언트, 그리고 이날 안트로젠이 잇따라 상장 계획을 철회하자 제약과 바이오기업도 공모주 한파를 피해가기 어렵다는  인식이 확산되고 있다.

이렇듯 공모주에 대한 투자심리가 악화된 가운데 연내 상장이 몰리다 보니 물량에 비해 투자자들의 수요가 턱없이 부족한 현상도 잇따라 속출하면서 밴드 하단에 미치지 못하는 가격으로 공모가를 결정해 상장을 강행된 기업들도 적잖은 상태다. 이에 인공호흡기 제조업체인 맥아이씨에스는 이러한 시장상황을 고려해 공모규모를 크게 제시하지 않았음에도 결국 지난 2일 공모가 밴드의 하한인 7500원에서 결정돼 총 24억7500만원의 자금이 조달됐다. 여타 상장사들은 적게는 100억원에서 많게는 350억원~400억원 가량의 자금조달이 이뤄지길 기대하고 있다.

더욱 큰 문제는 상장 이후다. 시장에서는 최근처럼 거래소의 기술특례 혜택을 입은 IPO기업들이 상장된다 해도 3년 이후에도 가시적인 재무성과를 나타내지 못할 경우 관리종목에 지정될 가능성이 높기 때문에 투자주의를 요구하고 있다. 여기에 바이오의약품 개발부터 제품 출시까지 상당한 시간이 소요되는데다, 임상시험에서 예상치 못한 결과 도출로 제품개발에 실패할 위험이 존재하는 부담까지 안고 있다.

실제 최근에 상장 계획을 철회한 팬젠 역시 증권신고서 제출일 기준 주요 파이프라인(신약후보물질)인 바이오시밀러 EPO 등이 여전히 임상완료가 아닌 '단계'에 진입하고 있어 사업적으로 가시적인 효과가 나지 않은 상태였다. 또 최근 3년간 연평균 약 31억원의 매출액을 기록하고 있으나 지속적으로 적자를 시현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날 상장을 철회한 안트로젠도 적자 규모를 지속적으로 축소시켜 왔으나 임상시험 진행 중인 파이프라인의 개발이 남아있는 데다 관련제품 생산 및 판매에 다양한 사업적인 리스크를 안고 있었다. 안트로젠은 줄기세포치료제를 연구 및 개발하는 바이오 벤처기업이다.

반면 상장에 무사히 안착한 기업들은 이익 면에서 가시적인 성과를 나타내고 있는 것으로 확인됐다. 먼저 주력제품인 DNA Chip을 국내서 유일하게 출시한 분자진단전문업체인 엠지메드는 지난 2013년에 판관비가 14억원으로 두 배 가까이 증가하면서 영업적자를 본 것만 제외하고 꾸준히 이익을 창출하고 있었다. 올해 반기 매출액영업이익률은 13.08%, 매출액순이익률은 10.92%로 전년 대비 큰 폭의 증가세를 기록하기도 했다.

정형외과용 의료기기업체인 유앤아이와 실험용시약 제조업체인 에이티젠 역시 최근 3개년 매출 및 영업이익이 증가추세를 보여주고 있는 것으로 조사됐다.

이에 따라 금투업계선 12월에 남아있는 제약·바이오기업들이 과연 시장에 무사히 안착할 수 있을지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먼저 최근 공모가를 결정한 멕아이씨에스는 3년간 꾸준한 순이익을 내고 있었지만 영업활동으로 인한 현금흐름이 전년 3분기부터 올해까지 각각 8억원, 3억원의 마이너스를 기록하고 있었다.

이어 펩타이드 의약품업체인 씨트리는 올해 반기 기준 매출액총이익률은 24.6%, 매출액순이익률은 적자를 시현하며, 전년 대비 감소한 것으로 나타났다. 하지만 이는 전환사채 발행에 따른 금융비용의 증가에 따른 것이기 때문에 이는 VC(벤처캐피탈)들의 상장 후 주식 전환함에 따라 이를 어느 정도 해소시켜줄 것이란 설명이다. 안트로젠과 같은 줄기세포치료제 연구·개발업체인 강스템바이오텍은 올해 3분기 매출액이 13억원으로 전년 대비 성장한 수치를 보였다.

이날 금투업계 관계자는 "최근 제약과 바이오주들이 인기를 누리고 있다곤 하지만 최근 한미약품 경우처럼 신약후보물질의 기술수출과 같은 잭팟을 터트리기는 쉽지 않다"며 "또 기술특례로 상장한 기업들의 경우는 대부분 임상시험 중이거나 적자인 기업들이 많기 때문에 옥석가리기가 반드시 필요하다"고 조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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