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 구조조정 개입說 '솔솔'…철강업계 '냉랭'
정부 구조조정 개입說 '솔솔'…철강업계 '냉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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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A·계열사 매각 등 체질개선 분주
"불안감만 키워…정책방향 바꿔야"

[서울파이낸스 황준익기자] 최근 정부가 내놓은 철강 등 취약업종에 대한 구조조정 가이드라인에 철강업계 반응이 차갑다. 업계는 이미 자율적으로 전반적인 체질 개선을 진행 중인 가운데, 정부가 무턱대고 구조조정 칼을 빼들어 불안감만 키운다는 지적이다.

19일 최경환 경제부총리는 정부 서울청사에서 주재한 경제관계장관회의에서 "세계경제의 부진 속에 조선·철강·해운 등 글로벌 과잉설비업종을 중심으로 한계기업이 증가하고 있다"며 "하루속히 구조조정하지 않으면 정상기업도 어려움에 봉착할 수 있다"고 강조했다.

이어 "대외 불확실성 증가에 선제적인 대응을 위해 시장에 의한 구조조정 시스템이 작동하도록 모든 정책적 노력을 다하겠다"고 말했다.

▲ 최경환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이 19일 서울 세종로 정부서울청사에서 열린 경제관계장관회의에서 모두발언하고 있다. (사진출처 = 연합뉴스)

이에 앞서 정부 산업경쟁력 강화 및 구조조정 협의체는 지난 15일 철강산업 구조조정 가이드라인을 마련했다. 합금철 분야는 철강업계 내 공급 과잉 분야 설비 감축 등 업계가 자율적으로 구조조정 하도록 지원하고, 강관의 경우 업계 동향을 모니터링하고 필요 시 대책을 강구한다는 방침이다.

문제는 정부가 철강업체들의 자체적인 구조조정은 뒤로한 채 적극적인 개입 의지를 보이고 있다는 점이다. 이미 철강업계는 구조적인 공급과잉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자발적으로 구조조정을 진행해오고 있기 때문이다.

그동안 철강업체들은 인수·합병, 계열사 매각 등 체질 개선 작업에 몰두해 왔다.

포스코는 포스코특수강, 포스화인 등을 매각하며 계열사 정리에 들어갔다. 포스코는 오는 2017년까지 총 89개사를 매각, 청산, 합병 등으로 구조조정할 계획이다. 현대제철은 동부특수강 인수 이후 당진 특수강 공장을 건설하는 등 고부가가치 사업에 적극 투자하고 있다. 동국제강도 유니온스틸과의 합병, 사옥 페럼타워 매각, 포항 후판2공장 폐쇄 등을 단행했다.

한국철강협회 역시 체질강화와 협업을 통해 위기극복을 해야 한다는 데 뜻을 같이했다. 지난달 열린 강관세미나에서 엄정근 철강협회 강관협의회장은 "강관업계가 난관을 극복하고 재도약하기 위해서는 업계 스스로가 비효율 사업을 정리하고 선택과 집중을 통한 자율적인 구조개혁을 추진해 나가야 한다"고 밝힌 바 있다.

업계 관계자는 "이미 철강업체들은 불황속에서 살아남기 위해 적극적인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며 "정부가 철강업 부진의 본질은 고려하지 않고 구조조정에 개입해 불안감만 키우고 있다"고 지적했다.

아울러 업계는 철강의 부진이 기업 자체의 부실보다는 세계 경기 침체와 철강재 공급 과잉에 있다고 지적한다. 특히 공급과잉의 주원인으로 저가의 중국산 철강재가 꼽힌다.

최근 한국철강협회가 발표한 '10월 철강재 수입동향'에 따르면 지난달 중국산 철강재 국내 수입량은 123만9000톤으로 전월 대비 8.8%, 전년동기대비 6.3% 증가했다. 지난달 전체 수입량(197만8000톤)의 62.6%를 차지하는 규모다.

H형강과 중후판을 제외한 주요 품목의 수입량도 꾸준한 증가세를 보였다. 중국산 열연강판 수입량은 지난달 24만8000톤으로 전년동기대비 12.5% 증가했고, 철근은 12만8000톤으로 전년동기대비 75.3% 급증했다.

이 관계자는 "건설 수요가 급증하면서 저렴한 가격대의 중국산 철강재 수입량이 늘고 있다"며 "철강업체들에 대한 구조조정보다는 고부가가치 제품 개발에 지원하는 쪽으로 정부가 방향을 틀어야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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