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은·기은, '창업·성장기업'에 집중…정책금융 역할 조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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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융위, 정책금융 개혁안 발표

[서울파이낸스 정초원기자] 금융당국이 KDB산업은행과 IBK기업은행의 금융지원 방향을 기업 성장 단계에 맞춰 재조정하고, 정책금융 역할을 강화한다. 정책금융 개혁을 통해 기업 성장 과정에서 발생하는 시장실패를 적극적으로 보완하고, 미래성장동력을 발굴한다는 취지다.

1일 금융위원회는 이같은 내용을 담은 정책금융 개혁 방안을 발표했다. 산업은행은 중견기업 육성에 집중적으로 지원하고, 기업은행은 중소기업 중에서도 창업기업의 지원을 확대한다는 게 이번 방안의 주요 골자다. 특히 산업은행은 그간 보유했던 비금융회사를 향후 3년간 집중적으로 매각하고, 정책금융개편 방향에 따라 전면적인 조직개편을 실행하게 된다.

손병두 금융위 금융정책국장은 "그동안 정책금융의 적극적인 역할에도 불구하고 시장실패는 상존했다"며 "창의·혁신 기업이 자금애로를 완화하고 지속적으로 성장할 수 있는 지원체계를 마련하는 한편, 직·간접 금융시장의 불균형을 완화할 필요가 있다"고 설명했다.

우선 금융위는 기업의 성장단계에 맞춰 정책금융의 역할을 강화하기로 했다. 산업은행은 중견기업 육성 기능을 좀 더 강화하고, 간접투자를 확대해 모험자본 형성을 촉진하는 쪽으로 개편된다. 지난해 산업은행이 중견기업을 대상으로 실행한 금융지원 규모는 총 21조6000억원으로 전체 지원 규모의 35%였지만 오는 2018년에는 이 비중을 50%까지 늘려 30조원을 지원한다는 목표다.

기업은행은 창업·성장기업 육성에 대한 역할을 강화하고, 연간 1000개 이상의 중소기업에 컨설팅을 지원한다. 또 투자기능을 보완해 중소기업의 자본시장 접근성을 제고하게 된다. 이미 올해 벤처금융팀을 신설해 직·간접 투자를 2배 가량 확대할 계획을 세웠다.

또한 금융위는 두 은행이 연간 지원 목표액 가운데 미래성장동력 기업에 대한 지원액을 우선적으로 배분토록 했다. 이를 위해 영업부서 핵심성과지표(KPI) 개편시 미래성장동력 지원 실적을 반영할 예정이다.

지난해 두 은행의 연간 미래성장 지원액은 산업은행이 13조5000억원, 기업은행이 29조6000억원이었지만, 오는 2018년까지 각각 20조원, 33조원 이상 확대시킨다는 게 금융위의 계획이다. 또 장기적으로 미래성장동력 기술의 사업화를 촉진하기 위해 기술거래 활성화에 집중토록 할 예정이다.

정책금융기관의 기업구조조정 역할도 개선된다. 손 국장은 "경기민감 기업에 대한 여신시스템과 모니터링을 강화하고, 일시적 애로 기업에 대해서는 시장안전판 기능을 높이겠다"며 "수익성이 악화되는 한계기업에 대해서는 정기·수시 평가를 통해 선제적으로 관리할 것"이라고 말했다.

특히 그간 국내 주요 산업의 기업구조조정 업무를 주도적으로 챙겨 왔던 산업은행은 내년 초 조직개편을 추진한다. 신용평가부와 산업분석부를 확대 개편해 산업별 전망을 고려한 여신심사시스템을 강화할 예정이며, 거대여신 기업에 대한 공동모니터링 차원에서 정책금융기관 협의체 구성도 검토 중이다. 또 유암코가 중견·대기업에 대한 구조조정전문회사로 정착할 수 있도록 내년 중으로 협업할 계획도 갖고 있다.

이같은 조직개편 과정에서 산업은행의 일부 인력은 구조조정되거나 기업 기스크 관리 인력으로 재배치될 예정이다. 당초 산업은행은 정책금융공사와 통합하는 과정에서 인력의 10%를 줄이기로 한 바 있다.

산업은행과 기업은행의 IB 기능도 개편된다. 산업은행의 경우 IB를 미래성장 중심으로 개편하되, 시장마찰을 유도하는 상업적 목적의 IB 기능은 축소한다. 기업은행은 자회사와의 협업을 통해 IB 기능을 보완한다. 이를 위해 내년 1분기부터 자회사인 IBK투자증권을 '중기특화 증권사'로 육성해 성장기업의 상장을 적극적으로 지원할 계획이다.

손 국장은 "정책금융기관이 일반은행과 경쟁하는 과정에서 시장점유율 경쟁 행태를 보이거나 민간 금융 발전을 구축한다는 비판이 제기됐다"며 "산업은행의 IB 업무는 민간 공급이 어려운 분야를 선도하거나 시장실패를 보완하는 기능으로 개편된다"고 설명했다.

산업은행이 보유했던 비금융회사는 앞으로 3년간 적극적으로 매각될 전망이다. 금융위는 산업은행 자회사 중에서도 정상화에 성공한 기업이나 5년 이상 투자한 중소·벤처기업을 대상으로 연도별 매각계획을 세우고, 신속한 매각을 추진하도록 주기적 점검에 나설 계획이다. 다만 신속한 매각도 중요하지만 시장가치에 걸맞은 매각이 이뤄져야 한다는 원칙이 함께 세워졌다.

이와 함께 산업은행에 자회사관리위원회(가칭)를 신설해 은행이 보유한 비금융회사의 전문성과 독립성을 강화하는 방안도 마련됐다. 이 기구를 통해 산업은행이 비금융회사를 취득하고 매각하는 모든 과정이 관리된다.

아울러 금융위는 기업과 민간투자자에 대한 정보제공을 강화하기 위해 정책금융포털을 개편한다. 현재 산업은행이 단독으로 운영하고 있는 '기업금융나들목(정책금융포털)'을 내년 중으로 개편하고, 기업은행, 신용보증기금, 기술보증기금도 협업토록 할 예정이다.

금융위는 산업은행과 기업은행이 이번 정책금융역할 강화 방안을 내년 업무계획에 반영한 뒤 금융위에 상정하면 올해 말부터 적용할 계획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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