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즈워치] '사면초가' 롯데, 면세점 특허권 수성 가능할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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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신동빈 롯데그룹 회장이 '롯데면세점 비전·상생 2020'을 선언하고 있다. (사진=롯데면세점)

[서울파이낸스 김태희기자] 국내 면세업계 1위사인 롯데가 특허권 연장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 대내외로 산재한 악재들이 발목을 잡고 있다는 분석이다.

22일 유통업계에 따르면 롯데그룹은 현재 운영 중인 롯데면세점 소공점과 월드타워점의 특허권 갱신을 위해 총력을 기울이고 있지만 그룹을 둘러싼 여론은 점점 더 악화되고 있는 실정이다.

경영권 다툼으로 인한 내부갈등과 시내면세점 입찰 경쟁자인 신세계·두산·SK네트웍스의 총공세, 독과점 논란으로 반대에 나선 소상공인연합회 등으로 사면초가에 직면한 형국이다.

사실 롯데는 지난 35년간 국내에서 면세업을 운영한 베테랑 사업자. 지난 2003년 사스, 2008년 금융위기 등으로 국내 면세 사업자들이 두 손을 들었을 때도 롯데는 꿋꿋이 버텨냈다. 적자를 기록하던 AK면세점을 인수하면서 국내 면세산업 발전에 기여했다는 긍정적 평가도 받고 있다.

무디리포트 자료에 따르면 롯데는 지난해 33억4600만 유로(약 4조4000억원)의 매출을 올려 글로벌 업계 순위 3위에 올랐다. 국내 면세 사업자 중 처음으로 매출 4조원을 돌파했고 글로벌 상위 10개 업체 중에서 가장 빠른 속도로 성장하고 있다. 때문에 지난 7월까지만 해도 업계에서 롯데의 면세업 특허권 연장에 의문을 가진 사람은 드물었다.

압도적인 1위 사업자의 발목을 잡은 건 경영권 다툼으로 시작된 '왕자의 난'이다. 경영권 다툼으로 불거진 롯데의 지배구조가 수면위에 떠오르면서 롯데가 '일본 기업'이라는 이미지가 확산됐다. 이는 '롯데 불매운동'으로 이어질 만큼 깊은 반감을 조성했다. 이후 신동빈 롯데그룹회장이 국정감사장에 직접 나와 복잡한 순환출자 구조를 끊어내고 상장을 통한 경영 투명성을 약속한 것으로 일단락 된 것처럼 보였다.

하지만 지난 8일 신동주 전 부회장은 본격적인 경영권 분쟁을 펼치기 위해 'SDJ코퍼레이션'의 출범을 알리며 '왕자의 난'을 재조명 시켰다. 이를 통해 일본과 한국 법원에 각각 신격호 총괄회장의 롯데홀딩스 대표권과 회장직 해임에 대한 무효소송과 이사 해임에 관한 손해배상 청구소송, 회계장부 열람등사 가처분 신청 등을 제기했다.

문제는 시기적으로 롯데가 시내면세점 사업 특허권 연장을 위해 입찰 신청서를 제출한 뒤라는 점이다. 특히 신세계와 두산, SK네트웍스가 사활을 걸고 롯데의 면세업 특허권 2장을 모두 노리고 있는 상황이기 때문에 사태가 심각해지고 있다.

신동빈 회장이 약속한 호텔롯데의 상장과 그룹 계열사 간 순환출자고리 해소를 하기 위해서는 롯데면세점 소공점과 롯데월드점 수성이 불가피하다. 호텔롯데 매출의 80%가 롯데면세점에서 나온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기 때문이다.

관세청에 따르면 지난해 호텔롯데의 면세점 운영(공항+시내) 매출액은 4조2171억원, 영업이익은 4083억원에 달한다. 이 중 소공점(1조9763억원)과 월드타워점(4820억원) 두 개 사업권에서만 연간 2조5000억원 규모의 매출액을 기록하고 있다. 이번 연말 특허권 수성에 실패하면 호텔롯데의 기업가치가 급락하고 상장에 차질이 빚어질 수도 있다는 얘기다.

▲ 신동빈 롯데그룹 회장(왼쪽)과 이홍균 롯데면세점 대표이사(오른쪽)가 인천 중구 운서동 소재의 제2통합물류센터를 돌아보고 있다. (사진=롯데면세점)

이런 가운데 롯데면세점은 독과점 논란에까지 휩싸이고 있다. 대외경제정책연구원(KIEP)은 지난 15일 '면세점 시장구조 개선 방안'을 주제로 공청회를 열고 시장지배적 사업의 입찰참여를 제한해야 한다는 주장을 제기했다.

현재 국내 면세점 시장의 경우 대기업의 매출액이 전체의 86.9%에 달하고 그 중 롯데와 신라면세점이 전체 76.9%를 차지하고 있는 독과점 구조다. 연도별 시장점유율을 살펴보면 롯데는 △2012년 57.7% △2013년 60.3% △2014년 60.5%를 차지하고 있다.

업계 일각에서는 국내 면세산업의 독과점 문제가 화두에 올라 여론의 질타를 받는 것은 롯데 스스로 자초한 일이라는 관측도 나온다.

사실 국내 면세산업의 독과점 문제는 고질적으로 지적돼 왔지만 주목받지 못했다. 일견 롯데의 면세점 운영을 당연시 여겨오기도 했다. 면세업의 특성상 경쟁력 있는 기업이 운영해야 한다는 인식이 강하게 작용했기 때문이다.

그러나 경영권 다툼으로 빚어진 '일본' 기업 이미지가 면세시장 '지배' 구조와 맞물리면서 국민의 반일 감정에 불을 지폈다. 정부의 특허를 받아야만 하는 황금알 사업을 일본기업이 독식하고 있다는 지적도 제기됐다.

'면세점 독과점'을 키워드로 네이버 포털 뉴스검색 시 노출되는 기사량은 △2012년 125건 △2013년 76건 △2014년 92건 △2015년(1월1일~10월22일) 1347건에 달한다. 실제로 내달 있을 롯데면세점 특허 재승인 심사를 앞두고 특허 연장을 반대하는 목소리도 높아지고 있다.

소상공인연합회는 지난 19일 '대기업 피해소상공인 공동대책위원회' 출범을 알리면서 롯데 면세점 특허권 연장을 반대한다고 밝혔다.

연합회 관계자는 "롯데는 그동안 슈퍼마켓·마트·편의점 등의 유통망을 무차별적으로 확장해 골목상권을 짓밟은 대표적 대기업"이라며 "면세점 이익으로 골목상권을 파괴하는 롯데를 퇴출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들은 정부에 "골목상권을 파괴하고 있는 롯데의 면세점 특허 연장신청에 특혜를 주지 말고 엄정히 심사하라"고 요구하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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