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선 빅3, '해양플랜트 정상화' 손 잡았다
조선 빅3, '해양플랜트 정상화' 손 잡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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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가 수주경쟁 지양…해양플랜트 표준화 추진

[서울파이낸스 황준익기자] 경영위기를 맞은 국내 조선업계가 글로벌오일메이저와 손잡고 해양플랜트의 대규모 손실을 막기 위한 공조에 나섰다.

15일 업계에 따르면 현대중공업과 삼성중공업, 대우조선해양 등 조선 빅3는 미국 휴스턴에서 미국 선급협회(ABS)와 '해양플랜트 표준화 추진 착수 회의'를 가졌다. 이번 회의에는 조선 빅3와 ABS 외에 코노코필립스 등 세계 오일메이저와 테크닙, 머스탱 등 해양 전문엔지니어링사도 참여했다. 내년 상반기까지 해양플랜트의 자재, 설계, 업무 절차에 대한 표준화를 공동 추진하기로 했다.

그동안 해양플랜트 분야 기술력은 조선 빅3가 세계적으로도 압도해 수주전은 국내 기업 간의 경쟁이었다. 수주를 위해 업체들은 가격을 최대한 낮추는 현상이 계속됐다. 하지만 해양플랜트로 대규모 적자가 발생하자 조선 빅3는 해양플랜트에 더 이상 발목 잡힐 수 없다는 공감대를 형성했다.

최근 해양플랜트에서 적자를 낸 이유가 표준규격이 없어 발주처 요구에만 의존해 저가경쟁을 해왔다고 봤기 때문이다. 뿐만 아니라 저유가 기조로 발주가 줄고, 인도가 취소되면서 조선업계는 최근 적자 폭탄까지 맞았다.

하지만 해양플랜트를 포기할 수 없다는 공감대에는 이견이 없다. 건조 기술에 대해 세계적인 경쟁력을 가졌고, 국제 유가가 회복되면 해양플랜트 시장은 살아날 수 있다는 판단에 따른 것이다. 이는 기자재 국산화와 설비 표준화, 기술개발 등에 대한 논의가 활발해진 이유다.

한국조선해양플랜트협회는 해양플랜트 표준화에 대해 한 발 앞선 행보를 보이고 있다. 해양플랜트협회는 지난달 국내 조선사 및 발주처 대표들을 한 자리에 모아놓고 공동 워크숍을 진행했다. 이 자리에서 국내 조선 산업 안전규격과 해양플랜트 표준규격 제정 등을 논의하고 올 연말까지 해양플랜트 규격 표준화를 마련한다는 방침을 세웠다.

앞서 조선해양플랜트표준화위원회도 지난 5월 노르웨이·독일 선급협회(DNV GL)와 '해양 표준화 공동추진 협약'을 체결하며 해양플랜트 표준화를 진행하고 있다.

박대영 해양플랜트협회장은 "해양플랜트에서의 출혈경쟁을 피하기 위해서는 표준 스펙이 중요하다"며 "협회 차원에서 해양플랜트에 관한 표준규격과 표준계약서 만드는 작업을 발주처들과 함께 진행하고 있다"고 밝혔다. 표준 스펙에 따라 해양플랜트 기자재 등을 구입해 원가절감을 꾀하겠다는 설명이다. 특히 해양플랜트 제작 시 국산부품 사용 비율을 정해놓는 식의 표준화를 추진, 원가를 낮춰 경쟁력을 높이겠다는 것이다.

하지만 해양플랜트 표준화와 관련해 일부 업체들은 아직 이르다는 반응이다. 국내 기자재업체들의 역량이 부족하기 때문. 국내 기자재 업체부터 키워놓은 다음 표준화 추진이 이뤄져야한다는 분석이다.

업체 관계자는 "현재 해양플랜트는 배관재, 강재 정도만 국산화돼있다"며 "해양플랜트 기자재 업체부터 기반이 마련돼야 발주처도 신뢰를 갖고 한국 기자재를 사용할 것이다"고 설명했다.

이에 대해 해양플랜트협회 관계자는 "표준화의 필요성은 계속 이야기가 나오고 있지만 현재는 발주처가 모든 것을 결정하는 구조다"면서도 "앞으로 선급협회와 공동협약 등으로 국산기자재의 안전성과 객관성을 높이는 작업을 진행할 예정이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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