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당국, 비조치의견서 활성화…업계 "사업 추진에 큰 도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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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0일 비조치의견서 개선방안 간담회, 익명성 보장 '부정적'

▲ 사진=금융위

[서울파이낸스 정초원기자] 금융당국이 비조치의견서 제도를 활성화하는 차원에서 신청양식을 단순화하고, 감독당국으로부터 받을 불이익에 대한 우려를 해소할 수 있도록 '집단 비조치의견서'를 마련한다. 반면 개별 금융회사의 익명성을 원천적으로 보장해주는 문제는 부작용을 감안해 수용하지 않을 전망이다.

30일 임종룡 금융위원장(사진)은 비조치의견서의 종합적인 제도개선을 앞두고 금융위 5층 대회의실에서 비조치의견서 개선방안 간담회를 열었다. 이날 간담회에는 우리은행, NH생명, KB투자증권, 현대카드 등 금융회사 실무자 4명과 교수, 변호사 등 전문가 6명이 참석했다.

비조치의견서는 청구인의 요청에 따라 금융당국이 경제주체의 특정행위에 대해 제재조치를 취할지 여부에 대한 의사를 사전에 표명하는 제도다. 신사업영역 발굴이나 신상품 개발 등 법적 공백이 있는 영역에서 금융사의 행위에 대한 법적 불안정성을 제거하고 유연한 행정처리가 가능하도록 돕는다는 취지로 만들어졌다.

임 위원장은 "비조치의견서를 통해 금융사의 애로를 선제적으로 해결하자는 이야기가 나온지 10년이 넘었지만, 활용이 잘 되지 않아 유명무실해졌다"며 "금융당국의 집중적인 노력이 부족했고, 금융사들에게도 이 제도가 잘 와닿지 않았기 때문"이라고 지적했다.

특히 임 위원장은 금융위가 비조치의견서 활성화에 나서면서 올해 신청건수가 급격히 증가하긴 했지만, 아직 일선에서는 법령해석과 비조치의견서를 구분하기 어렵고 비조치의견서 신청방법에 대한 이해도가 부족하다고 지적했다. 이에 선진국의 비조치의견서 운영사례를 벤치마크하고, 보다 종합적인 제도개선을 취진하겠다는 게 임 위원장의 계획이다.

우선 금융위는 비조치의견서를 보다 활성화시키기 위해 신청범위를 금융회사에서 금융이용자로 확대하고, 집단 비조치의견서를 도입해 신청방식을 다양화하기로 했다. 또한 비조치의견과 법령해석간의 구별이 모호하다는 판단에 따라 통합 신청양식을 마련하고, 금융사의 신청 부담을 덜어주기로 했다.

임 위원장은 "유권해석과 비조치의견서를 구분해서 운영하다 보니 금융사의 불편이 컸다"며 "제도가 충분히 활성화될 때까지는 이를 구분하는 부담을 금융사에 주지 말고 우리(금융당국)가 갖고 가자는 취지"라고 설명했다.

이같은 금융위의 방안에 대해 금융권 실무자들의 반응은 대체로 긍정적이다. 이날 간담회에 참석한 정광문 우리은행 준법감시인은 "사문화되다시피 했던 제도가 지금은 사업 추진에 상당히 많은 도움이 되고 있다"며 "특히 핀테크 등 업무 제휴 사업을 추진하는 데 활용도가 높았다"고 말했다.

최병휘 NH생명 준법감시인은 "법령해석을 하다보면 규정이 한정돼 있어, 꼭 맞는 사례를 찾기가 어렵다"며 "마침 자회사간 판매비중에 대한 비조치의견서를 내면서 결과적으로 판매 공백을 채울 수 있었다"고 전했다. 그는 "비조치의견서 제도개선이 없었다면 보수적인 쪽으로 조치했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특히 그는 "금융당국의 변화도 중요하지만 금융회사들도 금융당국의 기준을 거스르는 일이 될까 하는 생각 때문에 비조치의견서 제도를 활용할 생각을 하지 못했다"며 "내부적으로 적극적인 설명회와 교육을 통해 비조치의견서를 활용하도록 하겠다"고 다짐했다.

윤법렬 KB투자증권 준법감시인도 "증권업이나 금융투자업은 워낙 규모가 방대하고 서비스와 상품, 규제가 많아 비조치의견서가 굉장히 필요한 분야"라며 "금융당국의 현장점검반이 활동하면서 비조치의견서에 대한 접근성이 괸장히 높아졌고, 내부 인식도 좋아졌다"고 호평했다.

다만 실무자들은 비조치의견서를 더욱 활성화하기 위해서는 신청 과정에서 익명성을 보장할 필요성이 있다고 지적했다. 윤법렬 준법감시인은 "법무법인이나 변호사를 통해 익명으로 비조치의견서를 내는 방식이 있었으면 한다"며 "회사 이름이 공개되면 사안에 따라 동종업계 종사자들로부터 비난을 받을 수 있고, 회사 내부 업무를 감독당국에 드러내는 일이라 차후에 감사 착안 사안을 만든다는 부담이 생긴다"고 말했다.

하지만 간담회에 참석한 전문가들은 비조치의견서의 익명성 허용에 대해서는 부정적인 의견을 내놨다. 익명성을 허용할 경우 비조치의견서의 활용이 너무 광범위하게 남발될 우려가 있다는 게 가장 큰 이유다. 정순섭 금융위원회 금융위원은 "익명성 보장은 여러면에서 오히려 장점보다는 단점이 더 많아질 수 있는 제도"라며 "로펌 등을 통해 익명으로 질문하기 보다는 협회나 공식적 단체를 통한다면 문제가 되는 질문은 걸러줄 수 있을 것"이라고 제안했다.

권종호 인하대 교수는 "익명성을 보장해주면 금융사가 진정으로 묻고 싶었던 것을 묻는 데는 기여를 하겠지만, 부작용도 있다"며 "적어도 대외적으로 공표하는 부분에 대해서는 익명성을 보장해주는 방식이 나을 것"이라고 제안했다.

이같은 의견이 이어지자 임 위원장은 "익명성 보장은 한분도 찬성하는 전문가가 없어 도저히 안되겠다"며 "비슷하게나마 할 수 있도록 협회를 통해 비조치의견서를 제출하는 방안을 추진하겠다"고 말했다.

아울러 이날 전문가들은 비조치의견서를 처리하는 금융당국 실무진들의 부담도 제도적으로 줄여야한다고 강조했다. 정순섭 금융위원은 "시장 참여자들을 접촉하는 실무자 입장에서 부담을 최소화하는 장치를 고려해야 한다"며 "금융사 질문에 답변을 주는 입장에서도 책임에 대한 부담이 있기 때문에 최종 책임을 감독기관 상위에서 질 수 있도록 절차적 장치를 갖추되, 이 절차가 너무 공식화되면 답변의 신속성이 줄어들기 때문에 적절한 지점을 찾아야 한다"고 조언했다.

임 위원장도 비조치의견서 회신 기한을 45일로 설정한 것을 들어 "시간이 오래걸리는 배경에는 업무가 많은 것도 있지만, 금융사가 이 질문을 하는 배경을 모르기 때문에 부담스러워 하는 것"이라며 "내부적을 위원회를 만들어 함께 논의하는 방향을 생각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에 앞서 실무자들은 금융당국에서 비조치의견서를 처리하는 시간을 좀 더 줄여달라는 건의를 내놓기도 했다. 정광문 준법감시인은 "핀테크나 전자금융은 시간이 촉박한 경우가 상당히 많다"며 "당초 14일로 잡았던 비조치의견서의 회신 기간이 현재는 최대 45일로 연장됐는데, 이 기한을 좀 줄였으면 하는게 시중은행들의 공통된 의견"이라고 전했다.

이와 관련 임 위원장은 "비조치의견서가 워낙 많이 들어오면서, 14일 이내에 회신할 경우 부실하게 처리되는 경우가 생길 수 있어 기한이 좀 늘어났다"며 "기한 조정도 검토해보겠다"고 답했다. 반면 성희활 인하대 교수는 "금융당국의 이름으로 나가는 비조치의견서는 일정 부분 법규적 효력을 갖는다"며 "이 회신을 보름만에 해달라는 (업계의) 요구는 문제가 있다. 오히려 금융당국이 스스로 발목을 잡지 않도록 기간을 좀 더 유연하게 늘릴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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