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칼럼>급여조정보다 중요한 기능조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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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감사원의 감사자료 발표로 온나라를 들끓게 할 정도의 큰 파장을 불러온 금융공기업들의 지나친 고임금등 방만한 경영에 대해 당사자들이 경영혁신방안을 속속 내놓고 있다.
 
그러나, 일부 국책은행들의 경우 문제의 본질이 단순한 경영의 난맥상 이상의 위상 재정립등 구조적인 문제들이어서 실질적인 개혁에 대한 의구심을 얼마나 불식시킬지 주목된다.

'연봉 9100만원받는 청원경찰' 문제로 여론의 집중 포화를 받았던 은행중의 은행 '한국은행'이 가장 먼저 액션플랜을 제시하고 나섰다.
한은은 말썽이 터져나온 지난주 감사원의 지적사항을 대부분 반영한 자체 경영혁신 방안을 확정, 언론을 통해 공표했다.
골자는 직급별 임금 상한제 및 피크제 도입, 지역본부 및 지점의 정비, 그리고 운전기사 등 단순업무 인력의 아웃소싱 확대등이다.
 
한때 조사기능의 역량을 놓고 한국은행과 자존심 싸움을 벌일 정도로 명성이 자자했던 산업은행도 시대적 흐름을 수용하기라도 하듯 경영개선 계획을 서둘러 발표했다.
핵심은 성격상 한은과는 다소 차이가 있는데 국책금융기관으로서 본연의 역할에 매진하겠다는 것.
이와관련, 산은은 우선 내년도 설비 투자 및 창업 자금을 올해보다 1조5천억원 늘린 20조원으로 확대한다고 밝혔다. 이를 통해, 혁신형 중소기업 지원을 위한 기술력 평가 대출, 신기술사업화자금 확대 지원등 공공적 역할을 대폭 강화하겠다고 밝혔다.
산은도 인사, 복지 후생등과 관련 조직 진단 결과를 토대로 비효율적인 조직을 축소 내지는 통폐합하는 한편, 외부 경영평가제도 도입, 연봉제 대상 직급 확대등도 시행하겠다고 밝혔다.
 
수출입은행은 올해부터 상위직 정원을 동결하고 승진 인사를 축소해 2010년까지 상위직을 20% 감축하기로 했으며, 경비.운전 등 단순 사무보조 인력에 대한 임금 상한선을 설정하기로 했다. 특히 이들 인력의 자연 감소시 전원 외부 용역으로 대체하겠다고 밝혔다.

한편, 기업은행은 설립 목적에 충실한 정책금융기능 강화, 경영 효율성 제고, 인사 및 복지후생 혁신 등을 골자로 하는 혁신안을 제시했다.
특히, 기업은행은 앞으로 설립취지에 맞게 가계대출 비중을 낮추는 한편, 중소기업에 대한  자금공급을 지속적으로 확대해 나가겠다고 밝혔다.
기업은행은 임원성과급에 대해서는 이미 조치를 취했고, 인센티브와 성과급은 철저하게 영업이익 기준으로 평가 지급하겠다고 밝혔다.

이밖에 예금보험공사, 캠코(자산관리공사), 주택금융공사등도 대부분 감사원의 지적사항에 대해 알맹이 있는 혁신안으로 화답했다. 
 
감사원의 지적사항에 대해 조목조목 대안을 제시했다는 점에서 이들 금융공기업들이 제시한 개혁안에 대한 금융권 안팎의 반응은 대체로 수긍이 간다는 것으로 집약된다. 물론, 파장이 워낙 컸던 만큼, 과연 말 한대로 추진력을 발휘할 지에 대해서는 더 두고봐야 되지 않겠느냐는 유보적이면서도 냉소적인 시각도 적지 않다.  
 
특히, 산업은행에 대해서는 유보적인 반응이 상대적으로 많다.
다른 것은 별 차이가 없고, 금융계열사 매각과 관련 확실한 입장표명을 하지 않고 있기 때문으로 보인다.
감사원이 권고한 대우증권, 산은캐피탈, 산은자산운용등 금융계열3개사 처리와 관련 현재 정부가 추진중인 국책은행 역할 재정립방안과 연계해서 결론을 내리겠다는 입장이다.
이 보다 앞서 산은총재는 산업은행이 국제적인 투자은행으로 발전해 나가기 위해서는 대우증권을 매각할 의사가 없다고 밝힌 바 있다. 때문에 현재까지의 산은의 공식입장은 '매각불가'로 봐야 할 것같다. 

중요한 것은 국책은행 위상 재정립과 연계해서 금융계열사 매각문제를 다루겠다는 산은의 입장도 분명 일리가 있다는 점이다. 문제의 성격상  감사차원의 접근보다는 한 나라의 종합적인 금융정책과 맞물려 결정할 사안으로 판단되기 때문이다.
감사원의 지적사항이고 다른 부문에서 문제점이 많이 노출됐으니, 이 문제도 앞 뒤 가릴 것없이 무조건 실행에 옮기는 것이 능사라고 생각한다면 오판이 아닐까.
여론을 의식한 듯 차관이 나서서 문제의 금융기관 부기관장들을 모아 놓고 반성문을 받고, 몇 가지 혁신내용을 발표하는 식의 대응태도는 재경부가 취할 바른 자세가 아니라고 본다. '눈가리고 아웅' 하자는 게 아니라면.
보다 중요한 것은 국책은행, 특히 산은의 역할이 과거와는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달라진 금융환경속에서 앞으로 산은의 역할을 재정립하고 구체적인 실천안을 만들어 신속히 추진하는 일이라고 본다. 물론, 기업은행 민영화와 기능조정 문제도 같은 맥락에서 서둘러야 할 일이다.

산은의 역할조정, 십수년전부터 거론만 됐지 한 발짝도 진전이 없는, 이 해묵은 과제에 대한 심도있고 책임있는 연구가 임직원들의 연봉문제보다 훨씬 시급하고 중요하지 않겠는가.  
각론이 중요치 않다는 얘기가 아니다. 각론보다 더 중요한 게 총론이라는 사실을 강조하고 싶을 뿐이다.
 
남지연 기자 lamanua@seoulf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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