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 삼성의 은밀한 9월 미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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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파이낸스 박지은기자] 영화 '미션임파서블' 속 탐 크루즈는 불가능해보이는 미션을 위해 몸을 날린다. 비행기 날개에 매달리고 공중에서 적과 싸운다. 모두가 '미션 임파서블'이라고 외쳤던 임무를 수행한 그는 호쾌한 미소를 지으며 돌아선다. 임무를 수행한 요원의 뒷 모습에 관객들은 카타르시스를 느낀다.

9~10월 국정감사를 앞두고 일부 대기업들을 중심으로 묘한 분위기가 감지된다. 일명 '미션이 하달됐다'는 소식이 들리는가 하면, 새삼스러울 것 없는 '당연한 미션'이라며 머쓱해하는 인사들도 접한다.

사실 대다수 국내 기업들은 국감 시즌 전부터 총수의 출석을 막기 위해 고군분투 한다. 해당 기업의 '저격수'로 알려진 국회의원은 물론 보좌관, 그리고 이들의 지인들까지 미션 완료를 위한 포섭 대상이다. 총수일가 혹은 최고경영자 대신 다른 직급의 임원이 출석할 수 있도록 나름의 대책을 세우는 것이다.

특히 삼성은 올해 상반기를 뜨겁게 달궜던 이슈의 중심에 서 있었다. 삼성서울병원의 중동호흡기질환(MERS) 사태, 삼성물산과 제일모직 합병을 둘러싸고 벌어졌던 일련의 법정공방, 삼성전자 반도체 사업장에서 발생한 직업병 문제 등 국감에서 이슈로 떠오를만한 현안에 모두 이름을 올리고 있다.

이 과정에서 외국계 투기자본과 싸워 이긴 기업, 직업병 문제 해결을 위해 발 벗고 나선 점 등은 긍정적이라는 평가도 있지만, 이는 어디까지나 결과론적 시각일 뿐 국회에서 다뤄질 문제는 이보다 다차원적이다.

또, 이미 삼성은 삼성서울병원이 메르스 확산 진원지가 된 것에 대해 이재용 부회장이 직접 고개를 숙였고, '삼성물산-엘리엇 매니지먼트 사태'는 마무리 국면에 접어들었다. 직업병 문제 역시 피해보상을 위한 전향적 결과 도출을 앞둔 상태다.

이처럼 주요 사안들이 매듭 국면에 있지만 삼성이 이 부회장의 국감 출석에 민감할 수밖에 없는 이유는 따로 있다.

과거 여느 때처럼 올해 국감 역시 '재벌 때리기'로 귀결될 가능성이 농후하다는 점에서다. 특히 재계에선 최근 롯데그룹 '형제의 난'의 불똥이 어디로 튈지 잔뜩 긴장하고 있다. 글로벌 삼성그룹의 리더로 자리매김하고 있는 이 부회장으로서도 자칫 치명적 '흑역사'로 남을 가능성도 배제하기 어렵다.

하지만 이와 반대로 일각에선 이 부회장의 '당당함'을 기대하는 시선도 나오고 있다. 외국계 투기자본의 공격 빌미를 제공한 지배구조와 메르스 사태에 대한 책임있는 자세를 통해 재계 1위 기업의 총수다운 모습을 보여 달라는 요구다.

열흘 남짓 남은 국감, 이 부회장의 출석 여부는 미지수다. 하달된 미션을 완수하고 호쾌하게 웃는 삼성그룹 미전실 임원들의 모습보다, 이 부회장의 당당한 미션 수행을 보며 카타르시스를 느낄 수 있기를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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