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 저축은행 광고규제의 풍선효과
[기자수첩] 저축은행 광고규제의 풍선효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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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파이낸스 박윤호기자] "신용대출 상품 광고 규제는 수용할 수 있지만, 제도권 금융사의 이미지 광고에도 규제를 적용하는 것은 지나치다."

금융당국이 지난달 8일 대부업에 이어 저축은행들도 동일한 방송광고 규제를 적용키로 결정하면서 저축은행 관계자들 사이에 불만을 토로하는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이번 규제는 저축은행이 과도한 방송광고를 집행하고 있는 상황에, 이를 개선하고자 하는 자정적인 노력이 뒷받침되지 않아 어린이와 청소년들의 건전한 금융관념 형성이 부작용을 일으킬 가능성이 높다는 이유에서 마련됐다.
 
금융당국은 내달 1일부터 어린이와 청소년이 시청 가능한 평일 오전 7~9시와 오후 1~10시, 주말·공휴일 오전 7시부터 오후 10시까지 저축은행 방송광고 송출을 하지 말라는 지시사항을 내렸다. 사실상 광고효과를 볼 수 있는 황금 시간대에는 방송광고를 노출하지 못하게 된 셈이다.

뿐만 아니라 '쉽게', '편하게' 등의 문구와 휴대폰과 인터넷 등의 이미지를 이용해 대출의 신속·편의성을 지나치게 강조하거나 후크송(짧은 후렴구가 반복되는 노래), 돈다발을 대출 실행의 표현으로 사용하는 행위 등도 광고에 넣을 수 없게 됐다.

하지만 이같은 금융당국의 조치를 두고 저축은행 업계에서는 에이전트(모집인) 의존율을 높여 부작용이 커질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한 저축은행 관계자는 "저축은행들이 방송광고를 못하게 될 경우 차선책으로 에이전트를 통한 대출자 모집을 할 수밖에 없다"며 "에이전트를 통한 대출자 모집은 방송광고보다 비용도 많이 들고 부실률도 높다"라고 말했다.

에이전트를 통해 대출을 받게 되면 에이전트는 통상 대출금액의 약 5% 정도를 수수료로 얻게 된다. 하지만 이 금액은 방송광고를 통한 마케팅 비용보다 높다. 게다가 수수료가 목적인 에이전트를 통해 유입되는 고객의 경우 상대적으로 부실률이 높을 수밖에 없다.

저축은행들이 당혹스러워하는 것은 이 뿐만이 아니다. 대부업에 이어 저축은행의 상한금리 인하 요구까지 거세지면서 저축은행들은 올해 말 상한금리를 내리고, 부실률이 높은 고객에게 대출을 해줘야 하는 상황이다.

차세대 먹거리 창출에 어려움을 겪고 있는 저축은행들로서는 마케팅 비용 증가와 함께 부실률 상승까지 걱정해야하는 이중고에 처한 셈이다.

무분별한 대출광고로 인한 폐해를 우려하는 금융당국의 의중을 이해 못하는 바는 아니다. 또한 저축은행이 금융당국에 제안했던 '15세 이상 시청 가능한 프로그램에 한해 방송광고 집행'이라는 제안도 기대에 못미치는 게 사실이다.

그러나 이번 저축은행 방송광고 규제가 가져올 여러 부작용에 대해서도 심도있는 고민이 필요해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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