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엇갈린 희비'…2015 시공능력평가순위 들여다보니
'엇갈린 희비'…2015 시공능력평가순위 들여다보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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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파이낸스 성재용기자] 현대건설의 업계 1위 탈환 여부와 일부 저조한 성적을 기록한 대형업체들의 후퇴, 그리고 중견주택업체들의 신규 진입 등 기대와 우려가 뒤섞인 '2015년 시공능력평가순위'가 최근 발표됐다.

4일 건설업계에 따르면 국토교통부가 매년 7월 발표하는 건설업체 시공능력평가제도는 발주자가 적정한 건설업체를 선정할 수 있도록 건설공사 실적과 경영상태, 기술능력, 신인도 등을 종합적으로 평가한 것이다. 평가는 공사실적평가액과 경영평가액, 기술능력평가액, 신기술 지정 등의 신인도 평가액 요소가 감안된다.

이는 조달청의 등급별 유자격자명부제도, 중소업체 보호를 위한 도급하한제의 근거 등으로 활용되며 순위가 높으면 정부와 공공기관이 발주하는 대규모 공사에 입찰할 수 있는데다 컨소시엄을 구성해 대형 공사를 수주할 경우에는 주관사가 될 수도 있어 대형건설사간 순위 다툼이 치열하다.

이에 본지는 최근 10년간(2006~2015년) 시공능력평가액(시평액) 부분별로 나눠 올해 순위를 분석해봤다.

◇ 공고한 '투톱' 구도, '원톱' 전환되나
2010년 현대건설이 처음 '10조클럽'을 달성한 이래 이듬해 삼성물산도 '10조클럽'에 가입, 이후 '투톱' 구도를 만들어왔다. 하지만 2009년부터 5년간 1위를 지켜오던 현대건설이 최근 해외에서의 호실적을 거둔 삼성물산에 지난해부터 자리를 내준 상태다. 게다가 올 들어 그 격차가 더 벌어지면서 독주체제를 갖췄다는 평이다.

실제로 지난해 시평액은 삼성물산이 13조1208억원, 현대건설은 12조5666억원으로 5542억원 차이가 났지만, 올해는 삼성물산이 16조7267억원, 현대건설은 12조7722억원으로 4조원가량 차이가 나면서 격차가 8배나 더 벌어졌다.

삼성물산의 이 같은 독주체제는 2013년 수주한 6조원 규모의 호주 로이힐 광산 프로젝트와 8조원 규모의 사우디아라비아 리야드 매트로 프로젝트 등의 대형공사 매출이 본격적으로 발생하면서다. 삼성물산 관계자는 "해외 대형공사 진행으로 실적이 증가했고 보유 주식 상장, 해외 기성 수금에 따른 자산 증가, 기술개발투자 증가 등이 주효했던 것으로 분석된다"라고 말했다.

현대건설은 도로·교량, 항만 등의 분야에서는 업계 최고 실적을 거뒀지만 주거용 건물 분야에서는 삼성물산보다 낮은 9위에 머물면서 1위 탈환에 실패했다.

▲ 사진 = 서울파이낸스DB

◇ 3~6위권 엎치락뒤치락…7·8위는 지정석?
대우건설은 올해도 '10조클럽' 진입에 실패했다. 2012년과 2013년 2년 연속 9조원 이상을 달성하면서 '10조클럽'을 목전에 뒀으나 지난해 7조원대로 하락해 올해 다시 9조원 달성에 만족해야 했다.

대우건설 관계자는 "그룹 내 공사로 실적을 올릴 수 있는 10위권 내 다른 건설사들과는 다르게 모그룹이 없어 구조적 불리함이 있다"면서도 "이를 극복하고 실적이 호전되면서 순위가 제자리를 찾은 것"이라고 말했다.

지난해 경쟁업체들의 저조한 실적으로 '어부지리'로 3위를 차지했다는 평가를 받은 포스코건설은 올해 9조원 이상 실적을 올리면서 능력을 입증했다.

6년 이상 유지해오던 빅4 자리를 2013년 놓친 GS건설은 올해 철도·지하철 분야(2위) 실적 호조로 5위에 복귀한 것에 만족해야 했다.

2006년부터 6년간 5위를 지켜오던 대림산업은 2012년 6위로 떨어진 이후 절치부심, 2013년과 2014년 빅4로 등극했으나 주거용 건물 분양에서 10위권 밖으로 밀려나면서 올해 다시 6위로 내려앉았다.

롯데건설과 SK건설은 꾸준한 모습을 보이고 있다. 롯데건설의 경우 2006년부터 4년간 8위를 해오다 2010년부터 올해까지는 6년째 7위를 고수하고 있으며 SK건설은 2006년부터 2012년까지 2009년을 제외하고 6년 동안 9위를 유지했고, 2013년부터는 3년 연속 8위에 올랐다.

◇ '정중동' 10~15위권, 주택업체 진입
작년 현대엠코와 합병하면서 처음으로 톱10에 들었던 현대엔지니어링은 한 계단 올라선 9위에 랭크됐다. 현대ENG 관계자는 "작년 합병 이후 상승세를 이어가고 있다"며 "특히 최근 1년간 주택사업을 활발히 하고 있는 점 등이 반영된 것 같다"라고 말했다.

2006년 6위, 2007년부터 3년간 7위, 2010~2012년 8위, 2013년 9위, 작년에는 급기야 13위까지 하락세를 이어갔던 현대산업개발은 한 해 만에 다시 톱10에 복귀했다.

현대산업개발 관계자는 "공사 규모면에서는 이전과 비교해 큰 변동이 없었는데, 작년 시평의 경우 앞서 맺은 재무구조 약정이 너무 낮게 평가됐었고, 최근에는 경영실적이 크게 개선되면서 경영평가 부분에서 좋은 점수를 얻은 것으로 보인다"라고 말했다.

2006년부터 11~14위를 전전하던 한화건설은 2013년 마침내 톱10에 진입했으나 현대ENG의 약진과 현대산업개발의 복귀로 다시 10위권 밖으로 밀려났다. 두산건설과 두산중공업은 10위에서 15위 사이에서 등락을 거듭했지만, 2009년부터 꾸준히 2조원을 달성해오면서 안정감을 유지했다.

2013년 1조원을 달성하면서 전년(69위)대비 38계단 뛰어오른 부영은 2014년 다시 15계단을 뛰어올라 16위에 랭크됐다가 올 들어서는 12위까지 올라섰다. 3년 만에 57계단 수직상승한 셈이다. 시평액 기준으로 보면 급증세가 확연히 드러난다. 2012년 3457억원에서 2013년 1조580억원으로, 2014년에는 1조9880억원, 2015년에는 2조9293억원으로 매년 7000억원 이상씩 성장했다.

부영 관계자는 "자체사업으로 전국에 공급하는 '사랑으로 부영' 아파트 물량이 크게 늘어난 것이 업계에서 좋은 평가를 받은 것으로 보인다"라고 말했다.

호반건설 역시 부영처럼 최근의 부동산 경기 호조로 급성장했다. 2005년 114위로 100위권 밖에 있던 중소건설사 호반건설은 점차 성장세를 보이더니 2011년 5968억원의 시평액으로 49위에 랭크되면서 가속도가 붙었다. 이듬해 두 배가량 증가한 1조원을 달성하면서 32위로 17계단 뛰어올랐으며 2014년에는 2조원을 넘어선데 이어 올해도 2조원 이상을 달성, 2조클럽에 안착했다는 평이다.

한편 그룹지배구조가 정리되면서 순위가 상승한 업체도 있다. 삼성물산과 합병할 예정인 제일모직은 지난해 27위에서 올해는 18위로 아홉 계단 오르면서 20위권 내에서 가장 큰 폭으로 상승했다. 새 인수자를 찾던 금호산업은 금호아시아나그룹이 단독입찰에 나서 매각을 앞두고 20위에서 17위로 올라섰다.

반면 쌍용건설의 경우 지난 3월 UAE 국부펀드인 두바이투자청(ICD)에 인수됐지만 19위에서 20위로 하락하면서 정상궤도에 오르기까지 시간이 더 필요하다는 평가를 받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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