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 국정원 해킹 의혹은 애플에 호재?
[기자수첩] 국정원 해킹 의혹은 애플에 호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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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파이낸스 박지은기자] 중국 상하이, 미국 뉴욕, 워싱턴 등 거리를 걷다 보면 삼성 로고를 쉽게 발견할 수 있다. 삼성 로고 인근에는 애플의 사과 로고도 함께 자리한다. '갤럭시'의 판매량과 점유율이 일부 하락했다곤 해도 삼성전자는 여전히 애플과 스마트폰 왕좌 자리를 놓고 치열한 경쟁을 벌이는 세계 최고 기업이다.

이런 가운데 최근 세간에는 국정원 해킹 의혹이 불거지며 온 나라를 들었다놨다 하고 있다. 국가정보원이 육군 5163부대라는 고객명으로 이탈리아 해킹팀으로부터 스마트폰 해킹 프로그램을 구매했다는 보도다.

눈에 띄는 부분은 국정원 측이 삼성전자의 '갤럭시' 시리즈가 나올 때마다 해킹을 위한 기술 지원을 요청했다는 의혹이 공개되면서 파장이 예상치 않은 방향으로 흘러가고 있다는 점이다. 삼성으로서는 '갤럭시노트5'와 '갤럭시S6 엣지 플러스' 등 하반기 신제품 출시를 앞두고 날벼락을 맞은 셈이다.

일부 SNS 등에서는 국내산 스마트폰에 대한 불신의 목소리까지 나오고 있어 국내 업체들로서는 사태 파장에 더욱 촉각을 곤두세울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이에 일각에서는 국내 정부 기관이 오히려 외국계 기업을 도와주고 있다는 볼멘 소리까지 나오고 있다.

사실 국내 기업에 대한 역차별은 이 뿐만이 아니다. 얼마 전 미래창조과학부와 방송통신위원회는 애플의 점유율 상승에 대해 단통법 탓이 아닌 '세계적 현상'이라고 주장했다. 단통법에 대한 불만을 잠재우기 위한 의도였지만 애플 제품의 경쟁우위를 공식화 한 상황이 연출된 것이다. 정부가 우리 기업을 감싸는 모습도 눈살을 찌푸리게 하지만 외국계 기업에 대한 노골적인 홍보(?) 역시 고개를 갸웃거리게 했다.

이에 미래부는 뒤늦게 삼성전자 제품의 점유율이 올라갔다는 자료를 급히 배포하기도 했다. 이 자료에 따르면 삼성전자의 지난해 11월부터 올해 5월까지 점유율은 50~60% 후반대를 상회한다. 같은 기간 LG전자는 10~20% 중반, 애플은 10~20% 초반대를 오르내렸다. 자료를 살펴본 이동통신 업계는 "애플이 지나치게 낮게, 삼성전자는 지나치게 높게 집계된 자료"라며 의구심을 표해 오히려 불신만 키웠다는 비판에 직면했다.

하지만 미래부의 해명과 달리 단통법 직후 국내 스마트폰 시장이 꽁꽁 얼어붙었다는 것은 주요 업체들의 주가와 실적으로 극명히 드러난다. LG전자는 스마트폰 사업이 어려움을 겪으면서 주가가 4만원대 신저가 행진 중이고 삼성전자는 2분기 기대에 못 미치는 갤럭시S6 판매량을 기록했다.

팬택은 옵티스와 쏠리드가 인수를 결정하며 숨통을 틔였지만 제2의 도약을 위한 장소로 인도네시아를 택했다. 국내에선 승부를 걸기 어렵다는 것을 뼈아프게 경험했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물론 국내 스마트폰 업체들의 실적부진을 정부 탓으로 돌리기는 어렵다. 국내 업체들이 안으로 제살깎기식 경쟁을 해온 것도 사실이며, 애플은 대화면 아이폰을 계기로 국내는 물론 세계적으로 큰 인기를 얻고 있다.

하지만 갈수록 녹록지 않는 환경에 직면한 국내 업체들을 도와주지는 못할망정 정부 기관이 직접 나서 외국계 기업을 옹호하는 듯한 발언은 상식적으로 납득하기 힘든 게 사실이다. "환율전쟁과 중국발 경기침체 우려 등 해외발 악재로도 충분히 버겹다"는 국내 기업들이 정부 기관발 리스크까지 짊어지는 일은 없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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