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 엘리엇에 승소…합병 성사까지 3대 변수는?
삼성, 엘리엇에 승소…합병 성사까지 3대 변수는?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 삼성물산 서초사옥 전경(사진=삼성)

자사주매각 반대 가처분·ISS·국민연금 변수 남아

[서울파이낸스 박지은기자] 삼성이 먼저 웃었다. 법원이 미국계 헤지펀드 엘리엇 매니지먼트가 제기한 삼성물산과 제일모직 주주총회 반대 가처분 신청에 대해 기각 처분을 내린 것이다.

1일 서울중앙지법 민사50부(김용대 수석부장판사)는 엘리엇 매니지먼트가 삼성물산의 주주총회소집통지 및 결의와 주식처분을 금지해달라며 낸 가처분 신청을 기각했다.

하지만 삼성이 완벽한 승기를 잡았다고 보긴 어렵다. 이날 법원의 결정으로 삼성이 엘리엇과의 싸움에서 유리한 고지를 점하게 됐지만, 합병 작업이 급물살을 탈 수 있을지는 좀 더 두고봐야 한다는 것이 중론이다.

핵심 변수는 엘리엇이 삼성물산에 제기한 주식처분금지 가처분 신청 결과다. 법원은 주총이 열리는 17일 직전 주식처분금지 가처분 신청 결과를 내놓을 예정이다.

앞서 엘리엇은 법원에 '주주총회 소집통지 및 결의금지 가처분' 신청을 접수한 뒤 '주식처분금지 가처분' 신청도 냈다. 주주총회가 열리는 것은 물론 삼성물산 이사회가 '우군(友軍)'인 KCC에 자사주 전량을 (899만주·지분율 5.76%)를 매각하는 것을 막기 위함이다.

만약 법원이 엘리엇의 손을 들어 삼성물산 이사회의 자사주 처분을 금지하면 KCC로 넘긴 자사주 5.76%의 의결권 행사가 차단된다. 1%의 지분도 아쉬운 상황에서 5.76% 지분이 힘을 잃는 셈이다.

국제 의결권자문기구 ISS(Institutional Shareholder Services)의 의견서 역시 핵심 변수로 꼽힌다. ISS는 오는 3일 기관투자가들에게 삼성물산과 제일모직 합병안에 대한 공식 입장을 일괄 발송할 예정이다.

ISS는 미국 금융사인 모건스탠리캐피털인터내셔널(MSCI)의 자회사로 세계 주요 기업의 주총 안건을 분석, 기관투자가들에게 의견서 형식으로 의결권 행사 방향을 조언한다.

외국인 투자자들에게 미치는 영향이 상당하기 때문에 삼성물산과 엘리엇도 사전 작업에 돌입했다. 삼성물산 최고경영진은 최근 ISS 측과 컨퍼런스콜을 진행했으며 엘리엇은 ISS에 지난달 27장에 달하는 보고서를 제출한 바 있다.

ISS가 발송할 의견서는 한국 상장기업의 합병안을 분석할 때 적용되는 공동 지침에 따라 작성된다. 이 지침에는 △주주들과 충분한 협의 여부 △합병 비율의 합리성 △합병법인의 지배구조 개선 여부 △주식반대매수청구권 가격의 적정성 등이 포함된다.

국민연금의 결정도 막판 변수다. 국민연금은 삼성물산 지분 10.15%를 보유해 합병 성사를 좌우할 수 있는 '캐스팅보트'를 쥐고 있다. 삼성의 확실한 우호 지분율은 자사주를 인수한 KCC를 포함하더라도 20%에 못 미친다. 하지만 국민연금을 우군으로 맞이하면 30%에 달하는 우호 지분을 확보하게 된다.
 
다만 국민연금이 1조원 상당의 제일모직 지분을 보유하고 있다는 점에서 이번 합병을 반대하기 어려울 것이라는 분석도 나온다. 최근 불거진 외국계 헤지펀드의 삼성 공격이 '국익'(國益)과 관련된다는 지적도 국민연금으로선 적잖은 부담 요인이다.

국민연금 외에 사학연금, 교직원공제회, 공무원연금 등 연기금과 자산운용사들은 제일모직 지분을 함께 보유한 경우가 많아 합병 찬성 가능성이 높게 점쳐지고 있다.



이 시간 주요 뉴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