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CT 주도 인터넷은행?…시중은행들 '신중모드'
ICT 주도 인터넷은행?…시중은행들 '신중모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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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파이낸스 정초원 이은선기자] 금융위원회가 인터넷전문은행 도입 방안을 발표하면서 금융권과 산업자본의 '합종연횡'이 잇따를 전망이다. 하지만 시중은행의 경우 이미 인터넷·모바일뱅킹 플랫폼을 갖고 있는 상황이라, 기존과 비슷한 형태의 인터넷뱅크를 하나 더 출범하는 것에 대해 '큰 의미가 있냐'는 반응이 지배적이다.

이에 은행권에서는 금융당국이 조만간 허용키로 한 '비대면 실명확인'을 토대로 기존 플랫폼을 발전시키거나, 정보통신기술(ICT) 기업 등 다른 업계와의 컨소시엄을 통해 차별화된 모형을 만드는 방안이 중점적으로 검토되고 있다.

◇ KB·신한금융, 사업안 구상…우리銀, 시장선점 기대

19일 금융권에 따르면 금융지주회사 차원에서는 KB금융지주와 신한금융지주가 인터넷전문은행 설립에 관심을 보이고 있다.

우선 KB금융지주는 전략사업부 내에서 인터넷전문은행의 사업성을 검토하고 있으며, 시너지를 높이기에 적합한 사업 파트너를 물색하는 중이다. 신한금융지주도 인터넷전문은행 TFT를 중심으로 본격적인 추진 논의에 들어갔다. 현재 BNP파리바의 다국적 인터넷 은행 등 다양한 해외 모델 검토를 통해 구체적인 사업안을 구상하는 단계에 있다.

우리은행은 이미 인터넷전문은행을 위한 사전 작업에 들어갔다. 오는 9월 진행되는 1차 예비인가를 통해 시범모델로 선정될 가능성도 놓지 않고 있다. 특히 우리은행은 은행권 최초로 인터넷전문은행의 모바일 시범 모델인 위비뱅크를 내놓는 등 시장 선점에 기대를 걸고 있는 상황이다.

우리은행 관계자는 "위비뱅크 출범은 인터넷전문은행 시장을 선도하기 위한 노력의 일환"이라며 "인터넷전문은행 설립 기반을 다지기 위해 기존 은행에서 취급하지 않던 중금리 대출과 간편 송금 서비스 영역을 개척해 나가고 있다"고 설명했다.

지방은행들도 인터넷전문은행에 대한 내부 검토 작업에 착수했다. 특히 부산은행은 다른 업계와의 협업을 통한 인터넷전문은행 출범을 적극 검토하고 있다. 다만 롯데그룹과의 공동 출범을 계획한 것으로 알려진 데 대해서는 "아직 사업성 검토 과정"이라고 선을 그었다.

부산은행 관계자는 "일본 등 해외 사례를 모델로 롯데그룹과의 유통형 인터넷전문은행 사업성을 검증하는 과정에 있다"며 "유통업체 뿐만 아니라 ICT 업체와의 협업도 고려하고 있다. 두가지 사업모델 모두 인터넷전문은행 추진의 큰 범주에서 고려할 수 있는 선택 사항"이라고 설명했다.

◇ 일부은행 '신중 모드' 선회…ICT업체와 신경전도

▲ 그래픽 = 서울파이낸스

금융위의 인터넷전문은행 도입 방안 발표 이후 오히려 신중한 입장으로 선회한 시중은행도 있다. 금융당국이 은행권보다는 제2금융권, 산업자본의 참여에 초점을 맞추고 있다는 판단에서다. 전날 도규상 금융서비스국장은 "시중은행들이 기존과 똑같은 모형으로 인터넷전문은행을 자회사로 만드는 방식은 설립 취지를 감안했을 때 적합하지 않다"고 언급한 바 있다.

그간 인터넷전문은행 설립을 적극적으로 검토했던 IBK기업은행이 대표적이다. IBK기업은행 관계자는 "금융위가 발표한 도입 방안을 보면 1금융권보다는 다른 업계가 나서길 원하는 취지라, 신중히 검토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9월에 인가신청을 하는 것도 고려하고 있는데, 아직 제휴처를 물색하고 있는 단계라 합의가 이뤄지면 신청할 수 있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이와 관련 한 은행권 관계자는 "은행 주도의 인터넷전문은행 설립이 어렵다는 얘기는 ICT업체와 접촉해 새로운 사업모델을 만들어야 한다는 요지로 해석하고 있다"며 "은행권 모두 ICT업체와의 연계에 총력을 다하고 있지만 운영 주도권에 있어서는 서로 이해관계가 달라 협의가 쉽지 않은 상황"이라고 설명했다.

그는 "시장의 관심을 한 몸에 받고 있는 다음 카카오와 같은 기업은 금융기관을 고르고 있는 형국"이라며 불편한 심기를 드러냈다. 또 다른 은행 관계자도 "겉으로 드러내진 못해도 ICT업체 섭외에 은행권의 물밑 경쟁이 치열하다"며 "은행장들까지 직접 나서고 있다"고 전했다.

하나금융도 아직까지는 인터넷전문은행과 관련해 구체적인 계획을 세우진 않았다. 하나금융은 오히려 인터넷기반 서비스가 취약하고 지점이 많지 않은 해외시장에서 인터넷전문은행 모델을 먼저 선보인 케이스다. 이 모델은 원큐(1Q)뱅크라는 이름으로 지난 2월부터 캐나다에서 운영되고 있으며, 추이를 살펴 향후 동남아시아 등 다른 나라에도 확대한다는 계획이다.

다만 원큐(1Q)뱅크가 해외에서 제공하는 서비스의 경우 이미 국내 인터넷·모바일뱅킹에서도 제공되고 있는 내용이 대부분이라, 이 모델을 국내형 인터넷전문은행으로 들여와 출범시키는 것은 큰 의미가 없을 것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금융위가 "시중은행들은 이미 현재 갖고 있는 사업부로도 인터넷전문은행과 비슷한 서비스를 제공할 수 있다"고 설명한 것도 이같은 맥락에서다.

한 은행권 관계자는 "국내의 경우 가까운 은행지점도 많고 기존의 인터넷뱅킹 서비스로도 고객들이 큰 불편을 겪지 않아 다른 나라와는 상황이 다르다"며 "굳이 제휴를 통해 인터넷전문은행을 만들기 보다는 기존 인터넷뱅킹 서비스를 확충하는 것으로 충분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또 다른 관계자는 "금융위가 인터넷전문은행 설립에 있어 은행권보다는 ICT업체 위주로 독려하는 분위기인 만큼 제2금융권과 ICT업체의 공동컨소시엄 가능성이 높은 상황"이라며 "시중은행 입장에서는 현 상황에서 굳이 무리수를 둬가며 인터넷전문은행을 세워야하는 인센티브가 높지 않게 됐다"고 분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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