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르포] 서울 31도 무더위에도 명동거리는 25도…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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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58개 매장중 148곳이 '개문냉방'

[서울파이낸스 김태희기자] 낮 최고기온이 31도까지 오른 18일 오후 서울 중구 명동. 예년보다 일찍 찾아온 무더위에 가만히 있어도 땀이 흐를 정도지만 명동거리는 걷는 내내 시원한 바람이 불어왔다. 대형 브랜드의 패션 및 화장품 가게마다 출입문을 열어 놓은 채 에어컨을 튼 탓이다.

더위가 기승을 부리자 에어컨을 켠 상태에서 문을 개방한채 영업을 하는 이른바 '문 열고 냉방(개문냉방)'이 재현되고 있다. 산업통상자원부가 여름철마다 '에너지사용 제한에 관한 공고'를 통해 규제하기 시작한지 올해 들어 4년째, 같은 일이 반복되고 있는 것이다.

명동 주요상권에 위치한 158개 매장 중 '개문 냉방'을 하는 곳은 무려 148곳. 그 중 자동문을 강제로 열어놓은 곳도 70곳에 달했다. 반면 에너지 절약을 위해 문을 닫고 영업 중인 곳은 단 10곳 뿐이었다.

특히 대형 의류 매장인 H&M을 비롯해 후아유와 티니위니, 스파오, 에잇세컨즈, 빈폴, 지오지아, 탑텐, BSX 등은 커다란 출입문을 열어놓은 상태로 고정시켜 놓고 있었다. 특히 한 대형 매장의 경우는 전면 5개 문을 모두 개방한 채 에어콘을 가동하고 있었다.

화장품 브랜드숍도 상황은 마찬가지. 대부분 자동문이었음에도 불구하고 문을 열고 강제로 고정시켜놓은 상태였다. 브랜드숍 별로 살펴보면 △네이처리퍼블릭 8곳 △이니스프리 6곳 △에뛰드하우스 5곳 △더샘 5곳 △더페이스샵 4곳 △토니모리 4곳 △홀리카홀리카 4곳 △바닐라코 4곳 △잇츠스킨 3곳 △에스쁘아 3곳 △로얄스킨 3곳 △미샤 3곳 △올마스크스토리 3곳 △아리따움 3곳 등이었다.

신발 편집숍의 경우는 더욱 심각했다. 여러 켤레의 다양한 신발들을 호객들에게 전면적으로 보여야하기 때문이다. 매장 상인들은 가판대를 따로 설치하지 않고 접이식 미닫이문을 모두 개방한채 문턱에 신발들을 전시해 놓고 있었다. 아예 출입문을 없앤 곳도 있었다.

▲ 명동 상권에 위치한 상점들이 무더위에 에어컨을 켠채로 개문냉방 영업을 하고 있다. (사진=김태희 기자)

에너지 낭비가 지나친 것 아니냐는 질문에 한 매장 직원은 "더운 날씨에 시원한 바람을 느끼면 지나가던 사람들도 한번씩 돌아보는 일종의 마케팅"이라고 설명하기도 했다. 또 "현재 단속기간도 아니기 때문에 굳이 출입문을 닫을 이유가 없으며 다른 매장들이 개문냉방 영업을 하기 때문에 손님을 뺏기지 않으려면 똑같이 하는 수밖에 없다"고 토로했다.

명동 상권에서 직영점을 운영하는 한 업체 관계자는 "최근 메르스 여파로 인해 명동 상권이 죽어가고 있는 실정"이라며 "개문냉방 영업은 국가적 낭비임이 분명하지만 아직 전력 수급 대책이 필요한 기간도 아니고 산업통상자원부의 규제 공고가 내려지면 그땐 반드시 개문냉방 영업을 하지 않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또 다른 업체 관계자는 "지난해의 경우 문을 닫고 영업을 했을 때 매출의 20% 정도가 차이가나기 때문에 단속기간이 아닌 경우 가맹점에 영업방식을 강요할 수는 없는 노릇"이라며 "가맹점에 되도록 개문냉방을 자제해달라는 가이드라인은 전달하고 있다"고 답했다.

의류 매장 중에는 자라와 유니클로, MCM, 뉴발란스 만이 문을 닫고 영업을 하고 있었다. 특히 자라는 명동 상권에 위치한 2개의 매장 모두 에너지 절약을 지키고 있었다. 화장품 브랜드숍에서는 유일하게 이니스프리 1개 매장 뿐이었다.

실제로 명동 상권 일부 매장에 에어컨 적정 온도를 물어본 결과 최소 18도에서 최대 26도까지 대체로 23~25도를 유지하고 있었다.

에너지관리공단에 따르면 문을 열고 냉방을 하면 닫을 때보다 '3.4'배의 전기가 낭비된다. 지난해 개문냉방의 규제기간은 6월30일부터 8월29일까지었으며 전력수급대책이 필요한 기간이었다.

산업통상자원부 관계자는 "올해에도 '에너지사용 제한에 관한 공고'가 내려질 방침이지만 기간은 전력수급 관련 부서와 협의 후 정해질 것"이라고 말했다.

지난해 에너지사용 제한에 관한 공고에 따르면 '제 3장 문 열고 냉방 영업 금지' 7조와 8조에 의거해 △자동문을 개방한 상태로 전원을 차단하는 행위 △수동문을 개방한 상태로 고정시켜놓고 영업을 하는 행위 △출입문을 철거하고 영업하는 행위 △외기를 차단할 수 없는 출입문 또는 가설물을 설치하고 영업하는 행위 △그 밖에 고의로출입문을 열어놓고 영업하는 것으로 인정되는 행위가 포함된다.

보통 관련 공고 이후 일주일간 계도기간을 거치며 1차 적발시 경고장, 2차 적발시 50만원 과태료를 부과한다. 이후 상습적으로 적발 된 경우 2회 100만원, 3회 200만원, 4회 이상 300만원의 과태료를 내야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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