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문가기고] 자산관리 시장에서 은행의 역할
[전문가기고] 자산관리 시장에서 은행의 역할
  • 정희수 하나금융경영연구소 개인금융팀장
  • seoulfn@seoulfn.com
  • 승인 2015.06.12 13: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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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정희수 하나금융경영연구소 개인금융팀장

저성장·저금리 현상이 장기화되면서 많은 금융회사들이 자산관리 분야에 관심을 표명하는 가운데 금융소비자들도 은행 정기예금 1%대 시대에 투자처를 찾지 못하고 있다. 보유한 금융자산을 어떻게 운용해야할지 갈피를 못 잡고 있는 것이다.

한국은행에 따르면 2014년 개인 금융자산은 2885조원으로 연평균 7%의 높은 증가율을 보였다. 자산별 비중을 보면 현금·예금 42%, 보험·연금 31.5%, 채권·주식 22%, 펀드 3.7% 등의 분포를 보였다. 추세적으로 보험·연금 비중이 빠르게 증가하는 가운데 현금·예금, 펀드 비중이 감소하고 있다.

베이비붐 세대의 은퇴, 은퇴 이후 생활에 대한 불안감 등으로 사적연금에 대한 관심이 커지고 장기 저축성 보험에 대한 세제혜택 등으로 보험·연금 비중이 크게 증가한 것으로 볼 수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현금·예금이 큰 비중을 차지하고 있으며, 대내외적으로 위기가 발생할 경우 안전자산으로서 예금에 대한 선호도가 높아지는 현상은 과거 경험에서 충분히 겪어 왔다. 위기 상황에서는 시중 자금이 은행으로 회귀한다는 것을 반증한다.

이제 특정금융회사의 금융상품을 단품으로 판매하는 시대는 저물고, 대신 포트폴리오를 판매하는 시대가 도래하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는 금융회사의 자산 포트폴리오에 대한 자문 역량이 중요한 경쟁력이 될 수밖에 없다.

흔히 자문이라고 하면 주식, 펀드 등 투자상품에 한정해 생각하는데 모든 금융상품을 포함한 포트폴리오 구성에 대한 자문이 필요하다. 은행은 다른 금융회사와 달리 많은 고객과 영업망을 가지고 있을 뿐만 아니라 많은 금융자산이 몰려 있다. 기본적인 예대업무 뿐만 아니라 펀드, 보험 등 다양한 금융상품을 판매할 수 있기 때문에 자산·부채의 종합적인 관리가 가능하다. 또한 위기 상황에서는 누구나 은행을 찾고 있다.

따라서 은행이 자산관리의 중심적인 역할을 할 필요가 있다. 이미 은행에서는 부유층(HNW)을 대상으로 하는 PB서비스를 제공하고 있으나 자산관리 대상을 대중부유층(Mass Affluent) 수준으로 낮춰야 한다. 자산 규모별로 부가서비스의 차별화가 있을 뿐 자문 서비스는 광범위하게 적용돼야 한다.

이러한 의미에서 최근 일부 은행들이 온라인 자산관리 서비스에 대해 관심을 보이는 점은 자문 문화(advisory culture)를 확산시키는데 긍정적이라고 볼 수 있다. 은행도 변해야 한다. 단순히 예금, 펀드, 방카, 대출 등의 개별 판매에 집중하기보다 고객 자산관리 관점에서 포트폴리오 자문을 할 수 있는 역량을 키워야 할 것이다.

한편, 정부는 자문에 대한 정당한 대가를 지급하는 문화를 정착시킬 의무가 있다. 금융위는 독립투자자문업(IFA) 제도, 개인종합자산관리계좌(IWA) 등을 도입해 투자자문을 활성화하는 정책을 추진하고 있는데, 개별업권의 이해관계를 넘어서 금융소비자의 관점에서 제대로 된 제도를 도입해야 한다. 현재 정부에서 추진하는 정책은 단순히 금융상품을 추천하는 제한적인 자문을 활성화하는데 초점을 맞추고 있는데, 자산 포트폴리오 자문을 활성화시키는 정책도 고려해야 한다.

은행은 투자자문업 라이센스를 보유하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고객에게 자문을 통한 수수료를 받지 못하고 있다. 은행의 수익원천인 예대마진이 현저히 낮아진 상황에서 수익구조를 개선하기 위해서는 자산관리 분야에서 수수료 수익을 창출할 수 있어야 한다. 자산관리업무가 증권사나 자산운용사의 영역이라고 생각할 수 있지만, 이제는 은행이 본격적으로 나서야 할 시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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