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 '허수' 청약률 아닌 계약률 공개해야
[기자수첩] '허수' 청약률 아닌 계약률 공개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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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파이낸스 성재용기자] 갈수록 열기를 더하는 아파트 분양시장에 때아닌 청약 거품론이 제기되고 있다. 최근 분양한 단지들이 수십대 1에서 수백대 1까지 높은 청약경쟁률을 보이면서 대부분 순위 내 청약접수는 마감하고 있지만, 실제 계약으로 이어지지 않은 사례가 많기 때문이다.

금융결제원에 따르면 지난 3~6월 분양된 민간아파트의 청약경쟁률은 전국 4.4대 1, 서울 1.6대 1로 각각 집계됐다. 대구의 경우 전국에서 가장 높은 10.7대 1을 기록했다.

반면 대한주택보증이 공개하는 초기분양률은 같은 기간 전국 78.3%, 서울 48.6%로 조사됐다. 서울은 전국 17개 광역시·도 중 가장 낮은 수치를 보였다.

초기분양률은 30가구 이상 민간아파트 가운데 분양개시일 이후 6개월 이내 맺은 계약률의 지역별 평균치를 계산한 것으로, 청약경쟁률이 실계약으로 직결되지 않고 허수가 많이 끼여 있다는 것을 확인할 수 있다.

실제로 아무리 인기를 모은 아파트라도 수요자가 계약일까지 계약금을 준비하지 못했다던가 희망했던 동과 층이 아닌 곳에 당첨된 경우에는 계약을 포기하는 사람도 일부 나오고, 또 부적격(부정) 청약으로 당첨 자격이 취소되는 수요자까지 포함되다보니 실제 계약률과 차이를 보이는 것이다.

뿐만 아니라 업계에서는 건설업체들이 직원이나 '떴다방'을 직접 동원하거나 인근 중개업소를 통해 청약통장을 매입하는 등 꼼수를 부려 성황리에 마감된 것인 양 청약경쟁률을 높이기도 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반대로 지난해 5월 GS건설이 분양한 '한강 센트럴 자이 1차'의 경우 평균 청약률이 0.5대 1에 그쳐 미분양 위기를 맞았지만, 이후 8개월 만인 올해 초 단 한 번의 할인분양도 없이 완판됐다. 심지어 전용 100㎡의 경우 한 때 웃돈(프리미엄)이 최고 2500만원까지 형성되기도 했다.

분양업계 한 관계자는 "청약경쟁률은 그 단지의 인기와 투자가치를 보여주는 척도가 될 수는 있지만, 청약경쟁률만 두고 단정 짓는 것은 위험하다"라고 경고했다.

때문에 소비자들은 건설사들이 아파트를 분양할 때 실제 계약률도 공개할 것을 요구하고 있다. 계약현황은 수요자들의 결정에 큰 영향을 미치는 자료지만, 정작 이를 알 수 있는 방법은 없기 때문이다. 더구나 높은 청약경쟁률을 뚫고 당첨됐거나 실수요 입장에서 청약한 경우가 아니라면 의구심은 더 커질 수밖에 없다.

하지만 건설사들의 입장은 단호하다. 계약률 공개는 곧 영업기밀 침해라는 게 건설사들의 주장이다. 하지만 진짜 속내는 따로 있다. 계약이 부진한 부분을 굳이 부각시킬 필요는 없다고 판단, 계약률을 공개하길 꺼리는 것이다. 결국 현재로서는 분양을 진행한 건설사 외에는 그 누구도 계약률을 정확히 알 수 없는 셈이다.

하지만 반대로 대다수 수요자들은 정부의 각종 부동산 규제 완화로 전세난에 못 이겨 이리 치이고 저리 치이다가 결국 자산의 전부, 혹은 수억원의 빚을 떠안고 하우스푸어로 전락한다. 건설사들이 내세우는 영업이익만큼 수요자들로서는 알권리가 충분히 보장돼야 하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

부동산시장 호황을 틈타 교묘한 착시현상으로 소비자들을 현혹시킬 것이 아니라 실제 수요자들에게 도움이 되는 계약률을 법제화시킬 것을 심도있게 고민해야할 시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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