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A 나서는 건설사들, '재기 발판' 마련하나
M&A 나서는 건설사들, '재기 발판' 마련하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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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파이낸스 성재용기자] "올해 3분기부터는 주택시장을 포함한 전반적인 건설 경기가 본격적으로 개선될 전망입니다. 이는 M&A를 앞둔 중견건설사들에게도 긍정적으로 작용할 것으로 보이는데요. 1분기에 몇몇 건설사들이 M&A에 성공하면서 향후 M&A에 나서는 건설사들 역시 좋은 영향을 받을 것으로 예상됩니다." (백광재 교보증권 애널리스트)

최근 주택시장이 활기를 띠고 있는 가운데 극동건설, 남광토건 등 M&A시장에 나온 중견건설사들이 재기의 발판을 마련할 수 있을 지 관심이 쏠리고 있다.

10일 건설 및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건설 M&A시장에서는 최근 주택 분양 호조를 바탕으로 건설사들의 영업실적이 개선되는 추세를 보이면서 온기가 감돌고 있다. 이에 올 하반기 M&A를 진행할 것으로 예상되는 건설사들도 순조롭게 새 주인을 맞이할 수 있을 것이란 장밋빛 전망이 나오고 있다.

◇ 극동건설, 세 번째 '주인 찾기'

가장 먼저 M&A시장의 포문을 여는 곳은 극동건설이다. 외국계 투자회사인 론스타와 웅진그룹에 인수된 바 있는 극동건설은 세 번째 주인 찾기에 나선다.

극동건설의 주채권은행인 우리은행은 오는 20일께 본입찰을 진행할 예정이다. 앞서 지난달 27일 실시한 인수의향서(LOI) 접수 결과 중견건설사와 외국계 기업 등 건설 관련 6개 업체가 인수에 관심을 드러냈으며 이 가운데 4곳이 현재 실사를 진행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극동건설의 예상 매매가는 지난해 실사를 통해 산정됐던 700억원 안팎이지만, 운영자금 등 추가비용을 고려하면 실질적인 인수금액은 800억원 수준이라는 관측도 나온다.

극동건설 관계자는 "아직 매각 초기 단계라 내부에서는 차분하게 상황을 지켜보고 있다"며 "최근 건설 경기가 좋다보니 많은 투자자들이 관심을 보여 순조로운 매각을 기대하고 있다"라고 말했다. 이어 "이미 두 차례 M&A를 겪은 터라 이번에는 진정성을 갖고 기업을 꾸준히 운영해 줄 수 있는 주인을 만나고 싶은 게 사실"이라고 덧붙였다.

특히 극동건설의 경우 지난해 박상철 대표이사가 영업본부장직을 겸하면서 적극적으로 수주 관리에 신경을 써 기대 이상의 수주 고를 올리고 있다. 지난 2월 300억원가량의 베트남 고속도로 공사를 수주했으며 국내에서도 3월 769억원 규모의 경기 수원시 호매실지구 아파트 건설공사 등을 수주했다. 4월과 5월에는 각각 대전역사 증축공사(205억원)과 중앙선 영천~신경주 복선전철 노반시설 기타공사(840억원) 등의 수주도 따냈다.

이 관계자는 "수주 목표액 자체도 상당히 높고 기업회생절차(법정관리)를 졸업한 지도 얼마 되지 않아 보증과 대출 등이 어려울 것이라는 업계 평가를 뒤엎고 달성한 것이라 회사 내에서도 자신감을 많이 되찾은 상황"이라고 말했다.

다만 매수자의 경영권 확보를 위해서는 채권단이 출자전환한 주식을 매입하고 남은 회생채권까지 떠안아야 돼 인수 부담이 법정관리 당시보다 커진 상황이다. 채권단의 출자전환 후 회생채권 규모는 약 1300억원 수준인 것으로 전해졌다. 극동건설 채권단 보유지분은 △신한은행 14.3% △우리은행 13.7% △NH농협은행 12.1% △한국무역보험공사 6.2% 등 모두 55%가량이다.

M&A업계 한 관계자는 "극동건설 채권단이 갖고 있는 주식을 매입한 뒤 회사에 자금이 유입되면 채권단의 회생채권을 변제해야 할 것"이라며 "각종 이해관계자들이 얽혀 있어 매각작업이 쉽지 만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 '부채 줄인' 남광토건, 7월 3번째 매각 나서

극동건설과 함께 시장의 관심을 끌고 있는 건설사는 동갑내기인 남광토건(두 건설사 모두 1947년 설립)이다. 지난해 5월과 9월 잇달아 매각에 실패했던 남광토건이 주인 찾기에 세 번째 도전한다.

법정관리 중인 남광토건은 이달 말 법원에 매각 관련 보고를 하고 허가 즉시 절차를 개시하기로 했다. 업계에서는 매각 개시 시점을 내달로 예상하고 있으며 매각가치는 500억원대로 평가하고 있다.

매각주관사는 삼일회계법인이 맡았다. 삼일 측은 이미 적합한 인수후보를 물색하기 시작한 것으로 알려졌다. 남광토건 관계자는 "아직 법정관리 중이라 매각 절차를 법원에 승인을 받아야 한다"며 "건설사와 재무적투자자(FI) 등 여러 잠재 인수자를 대상으로 인수의향을 타진하고 있다"라고 말했다.

업계에서는 남광토건의 부채가 줄어들었고 사업성이 있는 프로젝트들이 가시화되는 등 회사 내부사정이 개선되고 있어 새 주인을 찾는 작업이 이전보다 수월할 것으로 보고 있다. 지난달 28일에는 조달청에서 발주한 항만공사 장고항 공사(총 411억원 규모, 남광토건 지분 80%)를 수주한 바 있으며 앞서 4월에는 주권매매거래제한 조치도 해소되면서 자본 잠식으로 인한 상장폐지 위기에서도 벗어났다.

아울러 그동안 재무적으로 큰 부담이던 1조2000억원대 미확정 프로젝트파이낸싱(PF) 보증 채무도 해결돼 경영정상화의 틀을 마련했다. 법원은 지난 1월 변경 회생계획을 인가할 당시 남광토건의 채무변제금액을 800억원대로 확정했다.

이에 따라 미확정 PF보증 채무는 4000억원대로 대폭 줄었다. 뒤이은 채권단 출자전환을 통해 2020년까지의 변제해야할 현금 부담액은 200억원으로 감소했다. 현재 남은 미확정 채무는 700억원이지만 실제 추정되는 현금부담액은 13억원대에 불과하다는 것이 관계자들의 설명이다.

◇ '재무구조 양호' 동부건설, 하반기 매각작업 본격화

마지막으로 주목받고 있는 건설사는 상장폐지 위기에 처한 동부건설이다. 주채권은행인 산업은행과 법원은 내달 3일로 예정된 관계인집회에서 회생계획안이 확정되면 매각작업을 본격적으로 시작할 계획이다. 회생계획 인가 이후 곧바로 매각을 진행할 경우 기업가치 훼손이 적어 제값을 충분히 받을 수 있기 때문이다.

M&A 성공 여부는 매각가격이 나와야 가늠할 수 있지만, 일단 분위기는 나쁘지 않다. 법정관리 중인 건설업체 가운데 비교적 안정적인 재무구조를 갖춘 데다 청산가치보다 회생가치를 더 높게 평가받고 있어서다.

앞서 동부건설을 실시한 삼정KPMG는 동부건설의 청산가치와 회생가치를 각각 3826억원, 4102억원으로 추산했다. 동부건설은 지난해 1월 기준 총자산이 총부채보다 500억원가량 더 많은 6913억원으로 집계돼 재무구조도 안정적인 수준을 유지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영업 전망도 긍정적이다. 삼정KPMG는 동부건설이 2024년까지 신규수주 5조4000억원, 누적매출 6조원 달성은 무난할 것으로 예상했다. 그만큼 회생 가능성이 높다는 뜻으로, 2조원가량의 공공공사 수주 고를 확보하고 있는 것도 매력적인 부분이다.

무엇보다 업계에서는 동부건설이 가진 유·무형의 기업 가치를 주목하고 있다. 동부건설은 동부하이텍 지분 10.16%(452만8809주)를 갖고 있으며 동부익스프레스에 대한 후순위 채권 500억원도 보유 중이다. 동부익스프레스는 현재 M&A가 진행 중이며 동부하이텍은 연내 매각이 추진될 것으로 보인다.

IB업계 한 관계자는 "이들 기업이 매각되면 1000억원이 넘는 돈을 회수할 수 있다"며 "동부건설 인수자가 채권에 대한 권리를 갖게 되는데 자산 프리미엄이 1000억원 이상이라는 점에 메리트가 있다"라고 분석했다. 이어 "단기적으로 유동성 확보에 어려움을 겪으면서 법정관리에 들어갔지만, 기업 가치는 고스란히 유지되고 있어 매각공고가 나오면 투자자 상당수가 인수에 관심을 가질 것"이라고 덧붙였다.

한편 주택경기 회복세와 맞물려 올 1분기 쌍용건설을 비롯한 동양건설산업, 건영(옛 LIG건설) 등 건설사 3곳이 M&A에 성공했다. 2007년부터 일곱 차례나 매각이 무산됐던 쌍용건설은 지난 1월 두바이투자청(ICD)이 인수했다. 동양건설산업은 지난 3월 4년 만에 법정관리 졸업과 함께 EG건설을 새 주인으로 맞았으며 2011년 3월 법정관리에 들어갔던 LIG건설도 현승컨소시엄에 매각되면서 사명을 건영으로 변경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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