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 '품귀대란'의 진짜 내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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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파이낸스 구변경기자] 최근 국내 식품업계에서는 '품귀대란'이라는 말이 자주 회자되고 있다.

지난해 제과업체로는 이례적으로 품귀현상을 빚은 해태제과의 '허니버터칩'과 저도주 인기에 힘입어 행복한 비명을 지르고 있는 롯데주류의 '처음처럼 순하리'가 대표적이다.

일단 허니버터칩과 순하리는 기존의 천편일률적 제품에서 벗어나 차별화된 맛으로 틈새시장을 공략한 것이 적중했다고 볼 수 있다. 이들 제품은 출시 초기 SNS 등을 타고 '없어서 못먹는'이란 수식어가 붙으면서 자연스레 소비자들의 구매욕을 자극했다.

그런데 이 시점에서 꼭 짚고 넘어가야할 문제가 있다. 과연 품귀현상이 예상치 못한 시장반응에 공급과 수요의 불균형으로 '자연스럽게' 형성된 것인지, 아니면 업체 측에서 의도적으로 생산량을 조절해 만들어 낸 '인위적인' 마케팅인지 말이다.

사실 해태제과의 경우 초반 SNS 등을 타며 '없어서 못먹는' 과자로 그야말로 흥행대박을 쳤지만, 수요가 넘쳐 공급이 달리는 데도 해태 측은 딱히 생산공장 증설을 결정하지 않았다. 대형마트나 편의점에 공급되는 양은 고작 하루에 1박스, 겨우 20봉지 남짓이었다.

해태제과 측은 가용할 수 있는 설비를 최대한 동원했다는 입장이지만, 호기심 많은 소비자들의 갈증은 더욱 커져만 갔고 '반짝' 하고 그칠 것으로 예상됐던 품귀현상은 지금까지도 계속 이어지고 있다.

이후 해태제과는 5개월 만에 이같은 품귀 현상에 따른 소비자 불편을 해소하겠다며 약 363억원 규모의 생산공장 증설을 결정했다.

특히 순하리 열풍의 경우, 업계는 인위적 마케팅에 무게를 두는 분위기다. 저도주 시장이 잘 형성돼 있는 부산, 경남 지역 대형마트와 편의점에서만 제품을 출시한 롯데주류 측은 유통 채널에만 공급했던 물량을 이제서야 전국 유통망과 유흥업소 등으로 확대 판매한다는 계획이다. 현재 순하리는 '주류업계 허니버터칩'이란 별칭까지 얻으며 출시 한 달 만에 150만병 이상이 팔렸다.

물론 이들 제품의 품귀현상을 단순 공급 측면으로 해석하기에는 무리가 따른다.  이들 제품의 경우 출시 초기부터 입소문을 타며 경쟁력을 인정받았기 때문이다.

하지만 그렇다고 품귀현상을 조장하는 행태가 용인돼서는 결코 안된다. 이는 소비자들의 선택권을 제한하고 공정한 시장질서를 저해하는 불공정 행위이기 때문이다. 품귀대란이 한창이던 얼마 전까지 일부 소비자들은 허니버터칩을 본래 가격의 수배에 거래하기도 했으며, 일부 유통점에서의 '끼워팔기'도 좀처럼 사라지지 않고 있다.

자연스럽게 발생한 품귀대란은 시장의 경쟁을 촉진시키고 소비자들의 선택권을 확대시키지만, 반대로 품귀현상을 조장하는 행태는 기대심리만 부풀려 되레 역풍을 맞을 수 있다는 점을 간과해서는 안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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